엔비디아 시작일 뿐?…美中 전쟁에 기업들 '좌불안석'
중국이 엔비디아의 반독점법 위반 혐의를 조사하며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 조치에 대한 보복에 나서면서 양국 간 기술 전쟁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백악관에 복귀한 이후 이 같은 기술 전쟁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여 미중 양국은 물론 제3국의 더 많은 기업이 영향권에 휘말려 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미 상무부는 지난 2일 인공지능(AI) 칩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국 수출통제 대상 품목에 추가했다.

특히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Foreign Direct Product Rules)을 적용했는데,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만든 제품이더라도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장비, 기술 등이 사용됐다면 수출통제를 준수해야 한다.

반도체 산업은 미국의 원천 기술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이번 수출 통제를 적용받게 된다.

업계에서는 중국에 HBM 일부를 수출하는 삼성전자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HBM 전량을 미국에 공급하고 있으며 생산량이 미국 내 수요를 못 따라가고 있어 당장은 별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전 세계 HBM 시장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미국의 마이크론이 장악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곧바로 보복 조치를 꺼냈다.

중국산 갈륨, 게르마늄, 안티모니, 흑연 등 4개 민간·군수 이중용도 품목에 대한 미국 수출을 3일부터 금지했다.

갈륨, 게르마늄, 안티모니 등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광학장비 등 제조에 쓰이는 희소 금속이다.

특히 중국 정부는 제3국 기업이 중국에서 이들 광물을 인수한 후 미국 기업에 이전하는 것까지 금지했다.

중국이 수출 통제에서 '환적'에 대한 광범위한 금지 조항을 포함한 첫 번째 사례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예상되는 무역 정책에 맞서 보복 대응을 강화할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준다고 뉴욕타임스(NYT)는 풀이했다.

중국은 오랫동안 중국을 겨냥한 미국 측의 이 같은 환적 금지를 비난해왔기 때문이다.

중국은 추가적인 보복 조치도 내놨다.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이하 총국)은 지난 9일 엔비디아를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조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엔비디아의 이스라엘 반도체 업체 멜라녹스 인수에 대해 중국 당국이 기업결합 승인 조건으로 제시한 조건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선두 주자인 엔비디아가 산업 내 입지 탓에 미중 기술 전쟁의 한가운데에서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해석했다.

중국의 드론 부품 제조업체들은 미국과 유럽에 대해 출하를 제한하거나 전면 중단했다고 블룸버그가 9일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제공용을 포함한 드론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오테리온의 로렌츠 마이어 최고경영자(CEO)는 "2∼3일에 한 번씩 이런 얘기(수출 제한)를 듣는다"며 "갈수록 제한이 확대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 갈등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방위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드론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중국에 있는 유럽연합상공회의소 젠스 에스케룬드 회장은 중국의 갈륨 등 수출금지 조치에 대해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간 기술 전쟁의 크게 격화했음을 뜻한다"며 "기업들이 휘말릴까 점점 더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10일 열린 한 행사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과 "통제되지 않은 냉전"을 시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캐서린 소벡은 "미중 기술 전쟁이 점점 더 추악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엔비디아가 자사의 첨단 제품의 중국 판매를 금지하는 미국의 대중 제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매출의 약 15%를 중국 고객으로부터 얻고 있다"며 "중국에 노출된 다른 기술 기업들도 여파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경기자 khkkim@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