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용 AI 보급 이제 시작…시장 열 배로 커질 것"
"기업용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인 'AI 에이전트' 시장은 앞으로 열 배 이상 성장할 겁니다. 관련 기업의 주가 상승은 이제 시작입니다."

장현준 삼성자산운용 글로벌주식운용팀장(사진)은 지난 11일 본지 인터뷰에서 "AI 에이전트가 업무 효율성을 크게 높여준다는 걸 기업들이 최근 체감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장 팀장은 미국, 유럽 등지의 AI 에이전트 전문 기업으로 포트폴리오의 50% 이상을 채운 '삼성글로벌ChatAI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 펀드의 미 환헤지형은 연초 이후 수익률이 89.21%(12일 기준)에 달한다. 레버리지 펀드를 제외하고는 국내에서 출시된 주식형 공모펀드 중 수익률이 가장 높다.

장 팀장은 "기업 사이에서는 'AI 에이전트를 한 번도 안 써 본 곳은 있지만 한 번만 써 본 곳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지금까지는 AI 분야에서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하드웨어가 두각을 나타냈다면 앞으로는 AI 에이전트가 주목받을 것"이라고 했다. AI 에이전트는 범용 플랫폼인 챗GPT, 라마 등과 달리 보다 전문적인 영역에서 사람을 보조하는 생성형 AI를 말한다. 그는 "AI 에이전트를 활용하게 될 주요 대기업 중 지금까지 이 프로그램을 구매한 곳은 10%에 불과하다"며 "향후 나머지 90%도 차차 들어오면서 관련 기업의 실적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AI 에이전트가 기업의 일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울 수 있냐"는 질문에 장 팀장은 미국 나스닥시장 상장 기업 세일즈포스와 서비스나우의 사례를 들었다. 이들 기업은 모두 삼성글로벌ChatAI 펀드의 주요 구성 종목이다. 그는 "세일즈포스의 마케팅용 AI 플랫폼 '에이전트포스'는 잠재적 고객사의 마케팅 동향을 파악하고 협업 제안서를 만든 뒤 그 기업에 연락해 회의 일정까지 잡아준다"며 "서비스나우의 '나우어시스트'는 기업의 리더가 의사 결정을 하면 팀원들에게 필요한 업무를 배분하고 진행 상황을 종합적으로 관리해 준다"고 했다. 그는 "진행 과정에서 일이 잘 안 풀릴 경우 대안까지 제시해 줄 수 있다"고 했다.

삼성글로벌ChatAI 펀드가 설정된 건 지난해 5월이다. 당시까지만 해도 시장의 관심은 엔비디아로 대표되는 AI 관련 하드웨어 산업에 쏠려 있었다. AI 소프트웨어에 주목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지금도 국내에서 판매되는 펀드 중 AI 소프트웨어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건 이 펀드를 포함해 2개 정도에 불과하다. 다른 하나는 설정일이 지난 5월로, 삼성글로벌ChatAI 펀드가 이보다 1년 빨랐다.


장 팀장은 AI 소프트웨어에 일찍 관심을 가진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한 뒤에는 이를 활용해 서비스를 만드는 기업이 주목받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당시 팀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토론해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고 했다. 상식적인 판단일 수 있지만 그때는 하드웨어 기업의 실적 성장세에 관심이 쏠려 여기까지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집단 지성을 통해 미래를 내다보는 데 성공했던 것"이라며 "지금도 펀드 운용과관련해 팀원들의 논쟁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AI 에이전트 기업도 다른 빅테크 종목처럼 '주가 고점론'의 영향을 받고 있다. 삼성글로벌ChatAI 펀드의 최대 편입 종목인 앱플로빈이 지난 9~11일 15.51% 떨어진 게 이런 상황을 잘 보여준다. 주가가 조정받는 나름 합리적인 이유도 있다. 금융정보업체 LSEG에 따르면 주가 고평가 여부를 판단하는 데 널리 활용되는 정량 지표인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12M PER)'은 최근 앱플로빈이 58.17배로, 테슬라를 제외한 다른 매그니피센트7(M7) 종목(20~40배)보다도 높다.
"기업용 AI 보급 이제 시작…시장 열 배로 커질 것"
장 팀장은 "객관적인 의사 결정을 하려면 정량 지표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12M PER은 성숙기에 접어든 기업을 평가하는 데 적합한 지표이기 때문에 고속 성장하는 AI 에이전트 기업에게 이를 그대로 적용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이들 기업을 볼 때는 12M PER 대신 '기업가치(EV)/매출'과 '40의 법칙(Ro40)'을 주로 활용한다"고 귀띔했다.

EV/매출은 특정 기업의 '시가총액+총부채-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그 기업의 매출로 나눈 값이다. 장 팀장은 "특정 기업의 이 수치가 피어그룹(비교 대상 집단)보다 너무 높지는 않은지, 해당 기업의 과거와 비교해 갑작스레 높아지지는 않았는지를 모니터링한다"고 했다. 너무 높으면 조정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요주의 대상이 된다.
"기업용 AI 보급 이제 시작…시장 열 배로 커질 것"
Ro40은 그가 고속 성장하는 기업을 선별하는 데 활용하는 지표다. 매출성장률과 영업이익률을 더했을 때 40%가 넘는 기업이 이 기준에 따른 적합한 투자 대상이 된다. LSEG에 따르면 삼성글로벌ChatAI 펀드가 편입한 기업의 올해 예상 Ro40 수치는 앱플로빈(80.1%), 팔란티어(63.7%), 서비스나우(51.3%) 등에서 이 기준점을 훌쩍 넘어선다.

장 팀장은 "AI 에이전트 기업은 영업이익률이 약 50%에 달하는 기업이 수두룩하다"며 "기업이 실물을 파는 게 아니기 때문에 재고가 없고, 장기 계약을 기반으로 유지·보수 수입이 계속 이어진다는 것도 강점"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앱플로빈의 S&P500지수 편입이 무산되면서 이 기업의 주가가 조정받았는데 이런 사건은 기업 가치와 무관하기 때문에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Ro40 등을 보면 성장성이 여전히 양호하기 때문에 앱플로빈의 주가는 곧 다시 반등할 것"이라고 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