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기자회견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기자회견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 / 사진=뉴스1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찬성 표결을 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김예지, 김상욱 의원에 이어 여당 내 네 번째 이탈표다. 탄핵안 가결 요건은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300명 중 200명 이상) 찬성'이다. 범야권 192명에 이날 김 의원까지 여당 찬성표 4석이 더해지면서 앞으로 여당에서 4명만 더 찬성하게 되면 탄핵안은 통과된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3일 늦은 밤, 저는 체포될 각오로 국회 담장을 넘어 본회의장에서 계엄을 막았다. 민주주의와 헌법 질서를 지켜야만 한다는 일념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랬던 저는 탄핵에 불참했다. 분노와 흥분 속에서 겨우 나흘 만에 이뤄지는 탄핵을 확신할 수 없었다"고 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에게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퇴진에도 질서와 시간은 필요하다. 그러나 대통령은 하야를 거부하고 있다"며 "헌법적 공백을 초래하고 민심이 수용하지 않고 대통령의 선의에 기대야 하는 하야 주장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이 비상계엄의 합헌성을 따져보겠다는 소식도 들린다. 여기에는 질서도 없고 퇴진도 없다"며 "이제 가장 질서 있는 퇴진은 탄핵이다. 저는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고자 한다. 이것이 대한민국 헌법 질서를 세우는 길"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서울 도봉갑)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히고, 당론 채택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서울 도봉갑)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히고, 당론 채택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 사진=연합뉴스
김 의원은 "나아가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탄핵에 찬성해줄 것을 촉구한다. 우리 당이 결자해지해야 한다. 죽는 길이 곧 사는 길"이라며 "앞으로 우리는 혹독한 시간을 견뎌내야 할 것이다. 어렵게 건넜던 탄핵의 강보다 더 크고 깊은 탄핵의 바다를 건너야 할지 모른다. 그러나 저는 우리 당의 저력을 믿는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선진국으로 대한민국을 이끈 우리 당의 역사를 믿는다"고 했다.

오는 14일로 예정된 2차 대통령 탄핵안은 범야권 192명에 더해 국민의힘에서 8명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이날 김 의원까지 찬성표를 더하면서 여당 내 공개 찬성 표결은 4표가 됐다. 이제 4표의 이탈표만 더 나오면 탄핵안이 통과되는 것이다.

다만 200명의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면 탄핵안은 '투표 불성립'으로 폐기된다. 현재까지 투표 의사를 밝힌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김재섭, 안철수, 조경태, 배현진 의원 등 6명이다. 앞으로 2명만 더 표결에 참여한다고 밝히면 표결은 성립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 지역 사무실 앞 상황.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 지역 사무실 앞 상황.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한편, 김 의원은 지난 7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실시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불참하며 거센 비난 여론에 부닥쳤다. 특히 김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도봉갑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라,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더욱 드셌다.

지역 사무실에는 김 의원을 규탄하는 근조화환이 배달되고 달걀이 날아들었다. 심지어는 자택 현관 앞에 탄핵 찬성 문구가 담긴 손팻말과 흉기가 함께 놓여 있어 경찰이 신변 보호에 나서기도 했다. 김 의원은 가족사진에까지 달리는 악성 댓글들로 인해 SNS 게시물도 모두 비공개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