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러 원유 추가 제재설에 WTI 2.48% 급등 [오늘의 유가]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원유에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소식에 국제 유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1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1월물)은 전일 대비 1.70달러(2.48%) 상승한 배럴당 70.29달러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70달러를 넘긴 것은 지난달 22일 이후 처음이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2월 인도분은 1.33달러(1.84%) 오른 배럴당 73.5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와 브렌트유는 3거래일 연속 동반 상승했다.
최근 1개월 국제유가 추이(사진=오일프라이스닷컴)
최근 1개월 국제유가 추이(사진=오일프라이스닷컴)
EU가 러시아산 원유에 추가 제재를 합의하면서 원유 공급 부족 우려가 확대됐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유럽연합 대사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에 대한 15번째 제재 패키지를 승인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X에 “특히 러시아의 ‘그림자 선단’을 겨냥한 제재 패키지 채택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림자 선단은 글로벌 정유사·보험업계와 전혀 거래하지 않는 유조선이다. 2022년 G7이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을 배럴당 60달러로 공식 합의한 이후 러시아는 그림자 선단과의 거래를 통해 해당 조치를 피해왔다. 존 킬더프 어게인 캐피탈 파트너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차단하기 위한 제재 강화가 국제 유가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며 “이는 수요 변화와 무관하게 가격에 영향을 준다”고 분석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도 이 흐름에 동참할 것이란 보도가 나오면서 유가는 상승 폭을 키웠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러시아산 원유의 해외 구매자들도 제재 대상에 포함하는 새로운 제재 방식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에너지 비용 급등을 우려해 추가 제재를 꺼려왔던 미국이 최근 유가 하락, 트럼프 2기 출범 임박을 고려해 더 공격적인 제재를 가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러시아의 석유 수익을 줄이고 글로벌 석유 수요를 낮추기 위해 창의적인 방법을 계속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SPI자산관리의 스티븐 이네스 매니징 파트너는 “이전에는 글로벌 에너지 비용 급등에 대한 우려로 인해 러시아 원유에 대한 새로운 제재가 회피됐다”며 “현재 글로벌 (공급) 과잉에 의해 유가가 가라앉은 가운데 (미국) 차기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분쟁에 대한 신속한 해결을 추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더 과감한 조치가 실행 가능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원유 재고가 예상(60만배럴)보다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유가 상승이 제한됐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주(12월 2~6일) 미국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142만5000배럴 줄어 3주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