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 우려·中 수요 회복에…금 선물-현물 가격차 확대 [원자재 포커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공언해온 관세 정책에 금속이 포함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며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과 은 선물 가격이 급등했다.

11일(현지시간) COMEX에서 내년 2월 인도분 금 선물은 런던 현물 가격보다 트로이온스당 60달러(2%)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은 선물도 트로이온스당 1달러(3%) 이상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은 내년 1월로 예정돼 있다.

존 리드 세계금협회 전략가는 "금에 10% 관세가 부과될 경우 거래자들이 트로이온스당 약 300달러(약 43만원)의 손실 위험에 처할 수 있다"며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대비하지 않았을 때의 잠재적 손실이 훨씬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금 선물과 현물 간 가격 차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상황과 유사하다. 당시 선물 계약 정산 시 금을 뉴욕으로 제때 운송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뉴욕 선물 가격이 런던 현물 가격보다 70달러 이상 상승해 40년 만에 가장 큰 차이를 보였다.

다만 현재는 뉴욕과 런던 간 금괴 운송에 문제가 없고 재고도 안정적인 수준이다. COMEX에 따르면 금 재고는 810만 트로이온스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20년 팬데믹 당시 재고량은 이보다 훨씬 적었다.
내년 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
내년 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
금 현물 가격은 전날 1.3% 상승에 이어 이날 오후 2시 20분(미국 동부시간) 기준 트로이온스당 2716.14달러로 0.8% 상승했다. 10월 말 기록한 최고치인 2790달러에 근접한 수준이다. 은은 트로이온스당 32달러 바로 아래에서 보합세를 보였고, 백금과 팔라듐은 모두 상승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 기대도 금값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며, Fed의 이달 0.25%포인트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은 0.25%포인트 금리 인하 가능성을 98.6%로 보고 있다. 이자 수익이 없는 금은 저금리 환경에서 투자 매력이 커진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올해 금값은 약 33% 상승해 1979년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스지오바니 스토보노 UBS 애널리스트는 "Fed의 금리 인하 추세와 세계 중앙은행들의 지속적이고 견고한 금 수요가 금값을 지지하고 있다"며 "중국뿐 아니라 다른 중앙은행들도 대규모 금 매입을 지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 이후 금값 하락을 틈타 지난달 6개월 만에 금 매입을 재개했다고 발표해 금값 상승에 압력을 가했다. 중국에서 금 수요는 올해 상반기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한편,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내 금괴가 돈세탁 수단으로 사용되며 개인 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푸 청첸 변호사는 "경제가 불안정할 때 투자자와 범죄자들은 자금을 안정적인 가치 저장 수단으로 전환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금은 가치가 높고 휴대가 간편해 이러한 목적으로 주로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