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코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분석실장(왼쪽)과 욘 파렐리우센 OECD 한국·스웨덴 담당관이 지난 7월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 한국경제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빈센트 코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분석실장(왼쪽)과 욘 파렐리우센 OECD 한국·스웨덴 담당관이 지난 7월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 한국경제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비상계엄 선포와 군대의 국회 진입은 '블랙스완'(전혀 예상치 못한 위기) 이벤트였다. 정치적 대립과 시위, 파업이 장기화하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수 있다."

욘 파렐리우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스웨덴 담당관은 12일 한국경제와 서면 인터뷰에서 "(비상계엄 사태의) 경제적 여파는 정치 상황이 얼마나 빨리 해결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파렐리우센 담당관은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사람들과 금융시장 참여자들이 한국에 대해 가지고 있는 몇 가지 근본적인 가정을 재평가하도록 만들었다"며 "통화시장에서 즉각적인 반응이 있었던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에 규정된 대로 이어진 국회의 투표와 계엄령 해제는 상황을 안정시키고 강력한 정치적 견제와 균형을 갖춘 개방적 민주주의 국가라는 한국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비상계엄 후폭풍의 지속 기간에 따라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앞서 OECD는 지난 4일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3개월 전보다 0.2%포인트 낮춘 2.3%로 제시했다. 내년 성장률은 2.1%로 종전보다 0.1%포인트 내렸다. 이 전망치엔 비상계엄 여파가 반영되지 않았다. 파렐리우센 담당관은 "정치적 대립, 시위, 파업이 장기화하면 수요가 위축되고 공급이 중단될 수 있다"며 "다음번에 전망치를 낮출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정치적 상황이 신속히, 민주적 제도를 완전히 존중해 해결된다면 신뢰가 회복되고 대중 불안의 직접적인 영향을 제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2016~2017년 촛불시위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을 때 한동안 수요가 억제됐으나 상황이 해결되면서 다시 반등했다"고 설명했다.

파렐리우센 담당관은 보호무역주의 대두 등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강화 여파를 제한하기 위해 양자 및 다자간에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동시에 가치사슬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다양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구조개혁도 주문했다. 그는 "경쟁을 증가시키고, 노동시장을 더욱 포용적이고 가족 친화적으로 만들기 위한 개혁은 경제 성장, 복지, 외부 충격에 대한 한국의 회복력을 모두 향상시킬 것"이라며 "이는 양당의 의제에서 최우선 순위에 있어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을 향해서도 조언했다. 그는 "양극화된 정치는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어렵게 만든다"며 "여야도 앞으로 더 나은 협력을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