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텍 세종공장 전경.  SK 제공
SK바이오텍 세종공장 전경. SK 제공
SK가 신약개발부터 의약품위탁생산개발(CDMO)에 이르는 ‘풀라인업’ 구성을 갖췄다.

SK바이오팜이 개발한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는 이미 시장성을 인정받은 성공사례로 꼽히는 데다, 최근 각광받는 방사선의약품으로도 신약개발 영역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CDMO는 비만약으로 ‘핫한’ 펩타이드 의약품을 장기계약 수주한 것은 물론 ‘차세대 치료제’로 꼽히는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 영역에 또한 미국 현지 업체를 인수해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뇌질환치료제에 이어 방사성의약품까지

SK그룹은 바이오사업을 미래 핵심 성장동력으로 삼아 장기적인 투자를 지속적으로 해왔다.

SK바이오팜은 1993년SK그룹의 생명과학연구소로 출발해 2000년대 초반부터 신약 개발에 집중했다. 특히 중추신경계(CNS) 질환 치료제를 중심으로 연구개발(R&D)을 진행해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를 출시했다.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2020년부터 미국 시장에 직접 판매를 했다. 글로벌 매출에 힘입어 SK바이오팜의 올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매출은 3845억 원, 영업이익 556억 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68.6% 증가하고 흑자로 전환했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4분기에도 흑자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돼 연간 기준으로도 흑자 전환이 유력하다”고 했다.

SK바이오팜은 엑스코프리의 성장에 힘입어 방사성의약품 개발에도 뛰어든다는 개발이다. 과거 방사성의약품은 진단 용도로 쓰였으나 최근엔 전립선암 치료제 ‘플루빅토’의 성공에 힘입어 치료용으로도 개발이 활발하다. SK바이오팜은 지난 달 유럽 최대 규모 제약·바이오 컨퍼런스인 컨퍼런스인 ‘제프리스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방사성의약품 치료제 연구개발 상황을 공유하며 2027년까지 세계적인 방사성의약품 선도기업이 되겠다고 밝혔다.

○세종시에 대량생산 라인 증설

미국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에 위치한 SK팜테코 본사.  SK 제공
미국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에 위치한 SK팜테코 본사. SK 제공
SK의 손자회사 SK바이오텍은 펩타이드 의약품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3147억원을 투자해 세종시에 2026년까지 증설한다는 계획이다. 업계는 대량의 수주가 이미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기 비만약 ‘위고비’ 같은 펩타이드 의약품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업계는 SK바이오텍이 비만약의 원료의약품을 최소 5년 이상 장기공급하기로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업계가 추정하는 계약 규모는 1조~2조원이다.

이번 수주로 업계는 SK바이오텍의 모회사 SK팜테코의 매출도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팜테코 연간 매출은 2020년 6510억원에서 지난해 8049억으로 꾸준히 성장했다. 업계는 이번 비만약 신규 수주로 연간 2000억원 이상의 신규 매출이 2027년부터 생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세포유전자치료제에 이어 ADC 생산

SK(주)가 2021년 3월에 인수한 프랑스 이포스케시 연구원 모습. SK 제공
SK(주)가 2021년 3월에 인수한 프랑스 이포스케시 연구원 모습. SK 제공
최근 미국 하원을 통과한 ‘생물보안법’은 SK팜테코의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도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전망이다. 생물보안법은 미국 바이오기업들이 중국 주요 바이오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하는 법이다. 제제 대상이 된 중국 우시바이오텍은 SK팜테코의 주요 경쟁사 중 하나로 꼽힌다.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CGT 분야의 공정 개발·상업 생산이 모두 가능한 CDMO 기업은 SK팜테코를 포함해 세계에서 5곳뿐이다. SK팜테코는 지난5월 cGMP 생산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스위스 페링제약의 방광암 유전자치료제 ‘애드스틸라드린’의 대규모 위탁생산(CMO) 계약을 따냈다.

SK팜테코는 질병의 근원인 유전물질을 표적으로 하는 올리고핵산 치료제와 유도탄처럼 암세포만 골라 죽이는 항체약물접합(ADC) 항암제 생산도 검토하고 있다. 올리고핵산 치료제는 내년 시범생산을 시작해 2026년 본격적인 상업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SK팜테코는 ADC 구성 요소 중 합성의약품 물질인 페이로드와 링커 생산 역량도 보유했다.

SK팜테코는 미국 CBM과 프랑스 이포스케시 인수를 통해 CGT 생산 역량을 크게 확대했다. 플라스미드, 바이럴 벡터, 세포치료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생산 능력을 늘리고 있다. 또한 수율 개선, 공정 시간 단축 등을 통해 생산 효율성을 높여 가고 있다.

SK 관계자는 “기존 합성의약품CDMO 사업의 안정적 성장과 함께 CGT 사업의 급성장이 SK팜테코의 실적 개선을 이끌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