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11일(현지시간) 사상 처음으로 2만 선을 돌파했다. 나스닥 지수가 2만을 넘긴 것은 1971년 지수 출범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한 해 동안 43% 급등한 나스닥 지수는 올해 들어서도 이날까지 33.46% 올랐다.
나스닥 지수를 이끈 것은 테슬라 알파벳 등 소위 ‘매그니피센트 7’에 속한 빅테크 기업들이었다. 구글의 양자컴퓨터, 테슬라의 로보택시 등 빅테크들이 선보인 신기술이 촉매제가 됐다. 미국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예상치에 부합한 것으로 나온 것도 시장을 안심시키며 강세장에 불을 붙였다.

테슬라 주가 약 6% 상승



M7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상승률을 보인 것은 테슬라였다. 테슬라 주가는 전날보다 5.93% 오른 424.77달러에 마감했다. 직전 최고가였던 2021년 11월 4일의 409.97달러를 훌쩍 넘어선 사상 최고가다.

투자자들은 머스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입김이 커진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머스크가 기존 연방정부의 지출 삭감과 규제 철폐 방안을 제시하는 '정부효율부'(DOGE)의 공동 수장으로 임명됐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테슬라의 자율주행차 사업에 관한 규제가 대폭 완화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테슬라의 무인 자율주행 택시인 로보택시 ‘사이버캡’에 대한 월가의 기대감도 주가에 반영됐다.
월가의 테슬라 강세론자인 웨드부시 증권의 애널리스트 댄 아이브스에 이어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 애덤 조너스 등이 테슬라 목표주가를 400달러로 잇달아 상향했다.

블룸버그는 이날 머스크가 순자산가치가 4000억달러를 넘어선 역사상 첫 번째 인물이 됐다고 전했다. 머스크의 순자산가치 급증의 큰 요인은 비상장 기업인 스페이스X의 내부자 주식 매각이다. 최근 스페이스X는 임직원과 초기 주주 등 내부자들의 주식 매각을 추진했는데 스페이스X의 전체 기업가치가 약 3500억달러로 평가됐다. 이에 따라 스페이스X를 설립한 머스크의 순자산가치는 약 500억달러 불어나 4392억달러에 달하게 됐다.

머스크가 설립한 인공지능(AI) 스타트업 'xAI'의 평가 가치도 상승 중이다. xAI의 기업가치는 지난달 중순 자금조달 펀딩에서 500억달러 수준으로 평가된다. 지난 5월 펀딩(240억달러) 때와 비교하면 6개월 만에 두 배 넘게 증가했다.

구글, 양자컴퓨터 개발에 이틀째 강세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구글이 초고성능 양자컴퓨터를 개발했다는 소식에 이틀째 강세를 이어가며 이날 5.5% 급등했다. 구글은 슈퍼컴퓨터가 10셉틸리언(10의 24제곱년), 즉 10자 년 걸리는 문제를 단 5분 만에 푸는 양자컴퓨터를 개발했다고 전날 밝혔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인 프런티어를 훨씬 앞서는 속도다. 이 양자컴퓨터에는 구글이 자체 개발한 양자 칩 윌로가 적용됐다. 이밖에 엔비디아(3.1%), 메타(2.2%) 등 다른 주요 기술주들도 큰 폭으로 올랐다.

이날 강세장은 미국의 11월 CPI 상승률이 예상 수준에 머무르면서 시장이 안도한 영향도 있다. 미국 CPI 상승률은 9월 2.4%로 둔화했다가 지난 10월 2.6%로 오른 데 이어 11월에도 2.7% 상승하며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시장 전망과 같은 수준을 보인 데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준은 아니라는 게 투자자들의 판단이다.

월가는 오는 17∼18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Fed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임을 기정사실로 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시장은 12월 FOMC 회의에서 Fed가 금리 4.25∼4.50%로 0.25%포인트 인하할 확률을 12일(현지시간) 오전 2시 기준 98.6%로 보고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