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공예트렌드페어'에서 내ㆍ외국인 참관객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공예트렌드페어'에서 내ㆍ외국인 참관객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
아름다움과 쓸모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공예는 세상을 짓는 예술행위다. 일본공예가 화려한 색채(色), 중국공예가 완벽한 형태(形)에서 아름다움을 찾는다면, 한국공예의 미학은 선(線)에 있다. 끝이 번쩍 들려 유려한 곡선을 보여주는 한옥의 추녀, 두 곡면이 연결된 선에서 드러나는 달항아리의 담백하면서 풍요로운 분위기가 그렇다. 한국공예에 나타나는 선은 인공미를 버리고 무덤덤하고 무심한 자연을 닮으려는 절제의 미의식이 반영돼 있다.

일상에서 쓰는 젓가락과 소반부터 공간을 꾸미는 인테리어 소품으로 어울리는 오브제까지 직선과 곡선이 직조해낸 한국공예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1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2024 공예트렌드페어’에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이 행사는 한국 전통공예에서 현대공예로 이어지는 미적 흐름을 한눈에 확인하고 산업적 성장 가능성까지 짚어보는 국내 대표 공예전문 박람회다.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2024 공예트렌드페어'가 열리고 있다. /연합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2024 공예트렌드페어'가 열리고 있다. /연합
올해는 작가, 공방, 기업, 갤러리 등 280여 개사가 ‘나의 삶을 빛나게 해주는 일상 명품’을 주제로 가구·조명·주방·생활·사무용품, 패션잡화, 장식품 등 다양한 공예품을 전시하고 판매한다. 미적 감상과 실용적 기능을 모두 담은 공예의 성격답게 페어 역시 소비자와 공예가가 만나는 판매의 장(場)인 동시에 페어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전시장으로 바뀐 게 올해 행사의 특징이다. 작년 청주공예비엔날레 예술감독을 맡았던 강재영 큐레이터가 총괄감독으로 참가사 선정부터 공간 큐레이션, 전시 프로그램 기획까지 맡으면서다.

장동광 공진원장은 “그간 예술감독이 주제전시만 맡았지만, 올해는 총괄감독으로 페어 전반에 관여했다”면서 “아트페어의 성격을 보여주고, 여러 프로그램을 조율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재영 총괄감독은 “공예트렌드페어는 전시 주제만 연구해서 대중에게 보여주는 것뿐 아니라 유럽, 미주에서 최근 조명받고 있는 K공예의 흐름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지금 현대공예가들이 전통공예의 물성과 미학에 어떻게 현대적 감각을 넣어 표현했는지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24 공예트렌드페어 공식 포스터. /공진원 제공
2024 공예트렌드페어 공식 포스터. /공진원 제공
주제관은 ‘자연의 선(線), 마음의 선(禪)’을 주제로 한국 현대공예를 이끄는 29명(팀)의 공예작품이 전시됐다. 서울 북촌에 자리 잡은 공방 미고 크라프트가 담양 죽세공 명인들과 협업해 만든 대나무 공예품부터 달항아리를 한지 평면에 먹으로 새겨넣은 유태근의 ‘침묵의 세계’ 등이 눈길을 끈다. 박주형이 느티나무로 만든 ‘흘려 쓴 글씨’는 마치 서예가가 붓으로 쓴 획을 입체적으로 구현한 듯한 모습으로 유려한 곡선이 인상적이다.

젓가락을 구불구불한 형태로 만든 정미선의 ‘젓가락, 식탁의 명품으로 거듭나다’, 스튜디오 차차가 강화유리로 만든 테이블 ‘Dolmen’ 등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작품들도 눈에 띈다. 남과 다르면서도 평범한 생활에서도 쓸 수 있는 생활미학이 공예의 본질이란 점에서 올해 페어에서도 ‘일상명품’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강재영 감독은 “공예는 의식주와 연결돼 있다”면서 “개성에 맞으면서도 애착을 담아 쓸 수 있는 추억이 깃든 물건을 곧 명품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공예트렌드페어'에서 참관객이 컵을 고르고 있다. /연합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공예트렌드페어'에서 참관객이 컵을 고르고 있다. /연합
글로벌 공예시장의 흐름을 조망할 수 있게 이탈리아, 일본, 대만, 미얀마 등이 참여한 해외초청관도 3년 만에 열렸다. 올해 이탈리아관 부스는 미켈란젤로 재단이 주관해 베네치아에서 개최되는 국제 공예 비엔날레인 호모 파베르를 옮겨왔다. 강재영 감독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 만에 부활한 해외 국가관들이 해외공예 국제교류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페어는 오는 15일까지 열린다. 유승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