뭄바이에 새로 생긴 구찌 매장. 사진=WWD 캡처
뭄바이에 새로 생긴 구찌 매장. 사진=WWD 캡처
최근 디올은 브랜드를 홍보하는 글로벌 앰버서더로 인도 발리우드 배우 소남 카푸르를 발탁했다. 디올이 인도인 모델을 브랜드 앰배서더로 발탁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 소남 카루프는 글로벌 시장에선 다소 생소하지만 인도 내에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팔로워 수가 3400만명이 넘는 인기 스타다. 앞서 불가리도 인도 최대 기업 타타그룹에서 운영하는 럭셔리 애플리케이션(앱)과 파트너십을 맺고 디지털 부티크 숍을 열었다. 이 역시 불가리가 인도에서 최초로 벌이는 온라인 사업이다.

명품 브랜드들의 인도에 대한 투자나 마케팅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 비중을 낮추고 신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시도다. 글로벌 명품 업계는 중국 시장 비율이 30% 안팎에 달할 만큼 의존도가 높았다. 때문에 중국이 경기 침체로 지갑을 닫자 대부분 기업들이 일제히 실적 부진을 호소하고 있다. 중국이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중국 리스크'를 줄이려면 새로운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소비자를 발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 대안으로 인도가 떠오르는 것이다.

5일에 한 명씩 억만장자 탄생하는 인도

12일 명품업계와 현지 매체 이코노믹타임즈 등에 따르면 인도인들의 해외 사치품 지출액은 2024년 1분기 기준으로 5년 전(2019년 1분기)와 비교해 250% 급증했다. 같은 기간 식당과 교통비 지출이 각각 200%, 숙박비가 150%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단연 앞선 수치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는 인도 명품시장이 2030년 2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인도 내부 상황은 꽤나 달라지는 분위기다. 글로벌 시장에선 아직 인도 하면 저가 상품만 주로 소비하는 시장 정도로 볼지 모르지만, 인도에선 소비 트렌드 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나는 분위기다. 최근 인도에선 명품 시계 롤렉스가 품절 대란으로 난리다. 사고 싶어도 물건을 구할 수 없다. 벤츠, 아우디 등 독일 고급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주문하면 6~8개월이 지나야 물건을 받을 수 있다.
디올 글로벌 앱버서더가 된 소남 카루프 SNS. 사진=SNS 캡처
디올 글로벌 앱버서더가 된 소남 카루프 SNS. 사진=SNS 캡처
인도 소비자들의 눈은 이제 고품질, 럭셔리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13년째 세계 부자 순위를 집계하고 있는 중국 시장조사업체 후룬리포트의 '2024년 후룬 세계 부자 순위'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인도에선 334명의 억만장자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년에 비해 75명이 추가된 것인데, 5일마다 한 명씩 새로운 억만장자가 생겨나는 셈이다. 특히 인도의 대표적인 상업도시인 뭄바이는 2024년 1월 기준으로 중국 베이징을 꺾고, 집계 이후 최초로 아시아에서 억만장자가 가장 많은 도시로 확인됐다.

명품들 "인도 부자 눈에 들어야 생존"

인도 뭄바이 상업 중심가로 꼽히는 타지마할 팰리스호텔 인근은 '명품 브랜드 촌'으로 떠오르며 임대료가 치솟고 있다. 지난해 아시아 최고 부호인 무케시 암바니가 개장한 축구장 10개 크기의 뭄바이 최고의 럭셔리 쇼핑센터 '지오 월드 플라자'에는 루이비통, 구찌, 디올, 발렌시아가, 생로랑, 베르사체, 티파니 등 66개의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가 입점해있다. 이중 티파니, 베르사체, 불가리는 인도의 첫 진출이었다. 또 다른 인도 재벌 아다티아비를라그룹(Aditya Birla Group)은 프랑스 백화점 체인 갤러리 라파예트와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해 뭄바이와 델리에 백화점을 열기로 했다. 여기서 취급하는 명품 브랜드만 해도 200개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뭄바이에서 열린 크리스찬 디올의 2023년 프리폴 쇼. 사진=AFP 캡처
뭄바이에서 열린 크리스찬 디올의 2023년 프리폴 쇼. 사진=AFP 캡처
인도 신흥 부자들의 눈에 들기 위한 명품기업들의 움직임도 재빨라졌다. 디올에 앞서 케링그룹의 구찌는 지난해 처음으로 인도인 영화배우 알리아 바트를 글로벌 앰배서더로 선정했다. LVMH의 루이비통도 2022년 인도 배우 디피카 파두콘을 글로벌 앰배서더로 선정했다. 루이비통이 인도인을 채택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이밖에 신발 브랜드 지미추와 주얼리 브랜드 불가리도 앞다투어 인도인 앰배서더를 뒀다. 글로벌 앰배서더는 전 세계를 상대로 홍보 활동을 하는 역할로, 로컬 앰배서더보다 더 큰 영향력이 있다. 브랜드가 인도 시장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는 게 명품업계의 시각이다.

중국 비중은 축소

명품업계에서는 중국발(發) 소비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올 하반기 주요 브랜드들이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중국에선 지분 매각, 인력 감축, 비핵심 사업 축소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서며 장기적인 상황에 대처하는 추세다.

샤넬은 중국 법인에서 대규모 인력 감축을 계획하고 있다. 일부 부서는 최대 50%까지 정리해고 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고 채용 계획도 전면 중단한 상태다. 루이비통·디올·셀린 등 고급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 명품 대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도 이익 감소를 예상해 비용 절감 조치를 취하고 있다. LVMH가 운영하는 화장품 소매업체 세포라는 중국에서 직원 수백명을 감축할 예정이다. 전자상거래를 담당하는 세포라 중국 책임자를 포함한 일부 고위 임원들은 이미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