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 잡으려 샤넬 95% 할인…명품 플랫폼, 사활 건 치킨게임
샤넬·에르메스 등 최대 95% 할인(머스트잇), 버버리 패딩 83% 초저가 세일(트렌비), 막스마라 싱글코트 73% 할인(발란)….

명품 플랫폼들이 초저가 출혈 경쟁을 하고 있다. 계속된 소비 침체로 명품 구매 시장이 위축되자 조금이라도 방문객을 끌어오기 위해 할인폭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티몬·위메프 사태 여파로 플랫폼업계에 대한 신규 투자도 막힌 상황이어서 명품 플랫폼 시장 재편이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 등 명품 플랫폼 3사는 최근 공격적으로 할인 행사를 펼치고 있다. 지난달 신품을 90% 이상 할인해주는 ‘블랙프라이데이’ 이벤트를 연 데 이어 이달엔 일제히 신품을 70~90% 할인하고 있다. 통산 할인율이 20~30%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출혈을 감수하고 물건을 팔고 있는 셈이다. 이들 플랫폼은 연말 세일과 별개로 초저가·최저 탭을 따로 마련해 상시 할인도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공격적인 마케팅에도 이용자 수가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블랙프라이데이 이벤트를 한 지난달 트렌비 월간활성이용자(MAU)는 16만 명에 그쳤다. 1년 전(23만 명)보다 30% 감소한 수치다. 명품 플랫폼 호황기였던 2021년(69만 명)에 비해서는 77% 급감했다. 발란(2021년 57만 명→2024년 28만 명), 머스트잇(36만 명→14만 명)도 3년 새 일제히 MAU가 줄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때는 해외여행이 막혀 온라인 명품 직구 서비스에 소비자가 몰렸다”며 “하지만 지금은 저렴한 가격 외엔 이들을 이용할 유인이 없다”고 했다.

이들 플랫폼은 해외 명품 부티크숍(도매업체)과 협업해 명품을 직수입하는 오픈마켓 플랫폼이다. 사업 구조가 비슷하다 보니 차별화도 어렵다. 백화점은 그래도 VIP층이 비교적 굳건하게 명품 매출을 뒷받침하고 있지만, 명품 플랫폼 3사는 이런 충성 고객층도 두텁지 않다.

출혈 경쟁이 격화하자 업계에선 작년에 이어 올해도 명품 플랫폼 3사가 일제히 적자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발란은 100억원, 머스트잇은 79억원, 트렌비는 3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게다가 발란과 트렌비는 이미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신규 투자 유치도 난항이다. 지난해 말 시리즈D 투자 유치에 나선 발란은 알리바바로부터 투자를 유치할 것이란 얘기가 돌았지만, 1년 가까이 특별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시리즈E를 마무리한 트렌비도 투자 규모가 기대치를 밑돈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지난 4월 서비스를 종료한 캐치패션처럼 자금난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플랫폼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