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를 맡은 경찰이 대통령실 압수수색이 불발되자 ‘임의제출’ 방식으로 우회로를 찾았다. 검찰은 계엄 발령 5분 전 열린 국무회의 참석자들을 소환하기 시작했고, 경찰은 창설 이후 처음으로 현직 경찰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초강수를 뒀다. 검경의 수사 칼날이 핵심 인물을 하나둘 겨냥하면서 ‘내란의 정점’으로 지목된 윤석열 대통령으로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12일 대통령실 청사에 수사관을 보내 합동참모본부로부터 관련 자료를 임의제출로 받았다. 특수단은 대통령실 내 국무회의실과 경호처, 101경비단, 합참 지하 통제지휘실 등 4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경호처가 공무·군사상 비밀을 이유로 거부해 실패했다. 이에 따라 합참 측은 계엄사령부가 사용한 전투통제실과 지휘통제실, 결심지원실 등의 자료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특수단은 이날 긴급 체포한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에 대해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현직 수장이 구속 위기에 직면한 건 경찰청 창설 이후 처음이다. 특수단 관계자는 “조 청장과 김 청장이 비상계엄 발령 수시간 전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만나 계엄 관련 내용을 들은 것이 확인됐다”며 영장 청구 사유를 설명했다.

경찰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국방부 조사본부와 함께 ‘공조수사본부’(공조본)를 출범한 후 첫 강제 수사도 이어졌다. 특수단은 이날 국방부와 수도방위사령부에 수사관들을 보내 김 전 장관이 사용한 보안폰(도청 방지 휴대폰) 기기와 관련 서버를 압수수색했다.

비상계엄 당일인 3일 서울경찰청 지휘망의 국회 차단을 위한 무전 녹취도 이날 공개됐다. 녹취록에 따르면 계엄 선포(오후 10시28분) 직후인 오후 10시47분과 49분 최창복 서울청 경비안전계장은 “국회 안쪽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전부 차단하라”고 지시했다.

계엄령 포고문 1호가 발령된 직후엔 김 청장이 직접 무전을 들어 “현 시간부로 국회 내에 출입하는 국회의원이 출입을 할 수 없도록 통제하라”고 했다. 서울경찰청 수뇌부는 차벽을 철저히 설치하고 검문 검색하라는 통제 방법도 지시했다. 현장 경찰에게 ‘의원들의 국회 월담 시도를 저지하라’라거나 ‘국회 경내로 진입이 예정된 군부대의 진입로를 확보하라’는 다급한 내용도 담겨 있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조 청장에 대한 탄핵소추안도 이날 국회를 통과했다. 박 장관은 자신이 검찰 지휘권자임을 고려해 경찰 특수단에 출석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철오/장서우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