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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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을 기준으로 봤을 때 중장기적으로 일부 단지는 현재 호가보다는 더 오를 수 있을 겁니다."

정보현 NH투자증권 Tax센터 부동산 수석연구원(42·사진)은 최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1기 신도시 선도지구로 지정된 분당 아파트를 지금 사도 괜찮겠느냐'는 질문에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아파트, 특히 중소형 면적대의 경우 단기적으로 과열 양상으로 미래 기대감이 충분히 선반영한 측면이 있어 기대감만 가진 투자 접근은 신중해야 한다"면서도 이렇게 답했다.
정보현 NH투자증권 Tax센터 부동산 수석연구원. 사진=유채영 기자.
정보현 NH투자증권 Tax센터 부동산 수석연구원. 사진=유채영 기자.
정부는 지난달 말 분당, 일산, 평촌, 중동, 산본 등 1기 신도시 13개 구역에서 모두 3만5987가구를 선도지구로 선정했다. 1991년 처음 입주한 1기 신도시 재건축이 33년 만에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가격을 살펴보면 연초 대비 큰 폭으로 오른 상황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양지마을(금호1)' 전용면적 84㎡는 지난 8월 17억3000만원(6층)에 새 주인을 찾았다. 지난 2월 14억8000만원(11층)에 거래됐던 면적대로 반년 만에 2억5000만원이 뛰었다. 현재 이 면적대 호가는 18억5000만원에 형성됐다.

정보현 수석연구원은 "100을 기준선으로 봤을 때 분당은 100을 훨씬 웃도는 과열 상태고 평촌은 강보합 정도로 보면 된다"며 "일산, 산본, 중동의 경우 보합 내지는 하락 수준에 머무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1기 신도시 선도지구가 큰 변수 없이 일정대로 착착 진행돼 2030년까지 입주한다고 가정했을 때 서울에 있는 한강변 아파트와 비슷 수준의 가격을 형성할 것"이라면서 "동작구 흑석동이나 마포구 용강동, 성동구 옥수동 집값과 맞먹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지역에 있는 전용 84㎡ 집값은 20억~22억원 수준이다.

1기 신도시 선도지구가 지정됐지만 추진 속도는 지역은 물론 지역 내 단지 사이에서도 조금씩 차이가 발생할 것이란 설명이다.

정보현 연구원은 "정부에서 발표한 선도지구 관련 내용만 가지고 현시점에서 예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렇지만 단지별로 처한 상황이 모두 다르고, 단지 내 입주민 사이에서도 의견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단지별로 추진 속도는 엇갈리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1기 신도시 재건축은 일반 재건축과는 조금 달리 봐야 한다. 정부가 '시간을 정해두고 추진한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며 "추후 완성됐을 때 가격 상승 기대감이 가장 높은 곳이 추진 속도가 가장 빠를 것이다. 분당을 예로 들면 양지마을이 속도가 가장 빠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보현 NH투자증권 Tax센터 부동산 수석연구원이 1기 신도시 향후 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채영 기자.
정보현 NH투자증권 Tax센터 부동산 수석연구원이 1기 신도시 향후 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채영 기자.
정부가 1기 신도시 선도지구를 발하자 일각에서는 다양한 걸림돌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선도지구에 선정되기 위해 단지들이 공격적인 제안을 하면서 추가 분담금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저하, 13개 지역에서 3만가구가 넘는 가구가 이주할 때에 대한 대책 여부 등이 대표적이다.

정보현 연구원은 "많은 걸림돌이 있겠지만 가장 시급한 건 이주 대책이라고 생각한다"며 "1만가구 이상의 분당을 예로 들면 올해는 1만가구가 선도지구로 지정됐고, 내년에 또 1만가구, 내후년에 또 1만가구가 선도지구로 지정될 예정"이라며 "정부에서 이들의 이주를 돕기 위해 새로운 집을 만들지 않겠다고 얘기한 만큼 확실한 이주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분당을 예로 들면 분당 내에 있는 기존 아파트만으로는 해당 이주 대책으로 쏟아져 나오는 실수요자들을 모두 소화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인근 판교나 용인시 수지구 풍덕천동, 동천동, 상현동 등으로 밀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정부에서 이주 수요가 있는 가구에는 자금을 충분히 지원해줘서 옮길 수 있게 한다고 공언한 만큼 분당에서 빠져나온 수요들이 주변 지역으로 퍼지면서 주변 전셋값 혹은 집값이 오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그럼 기존에 해당 지역에서 살던 실수요자들이 높은 임대료를 버티지 못하고 외곽으로 밀리는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서울에 쏠려 있는 실수요자들을 수도권으로 분산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 1기 신도시인데 이주 수요가 되려 서울로 몰리면서 그렇지 않아도 공급 부족 등으로 가격 상승 우려가 커진 서울의 집값과 전셋값을 자극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보현 NH투자증권 Tax센터 부동산 수석연구원은 1기 신도시 추진 일정과 관련해 이주 대책이 가장 문제라고 꼽았다. 사진=유채영 기자.
정보현 NH투자증권 Tax센터 부동산 수석연구원은 1기 신도시 추진 일정과 관련해 이주 대책이 가장 문제라고 꼽았다. 사진=유채영 기자.
그러면서 "이주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일대에 있는 일반 재건축 단지들도 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되려 일반 사업장들의 사업 진행 속도가 더뎌지면서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 계엄을 선포하면서 부동산 시장은 빠르게 얼어붙었다. 이번 사태가 1기 신도시 사업엔 어떤 영향을 줄까.

정보현 수석 연구원은 "일단 현시점에선 어떤 것을 예측하기엔 무의미한 상황"이라면서 "일단 재건축이라는 키워드는 이번 정부의 핵심 공약이었고 1기 신도시 특별법으로 시작해 노후 계획도시 특별법으로 판을 키우는 등 적극 추진한 것도 맞다. 다만 해당 법이 적용되는 사업지만 60개가 넘는데 해당 사업장이 모두 재건축이 진행될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노를 저어야 할 정부가 멈춰버린 상황이라 재건축 사업이 어떻게 될 것인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며 "하지만 정부에서도 1기 신도시 선도지구를 전례가 없는 사례로 보고 홍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업을 멈추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 사업지가 다 멈춰 서더라도 가장 주목받는 단지는 사업이 진행되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6개월 만에 3억이나 뛰었는데…"분당 아파트, 사도 될까요?" [이송렬의 우주인]
정보현 NH투자증권 Tax 센터 부동산 수석연구원은 현재 NH투자증권 Tax센터에서 부동산 관련 리서치 업무를 하고 있다. NH금융 WM마스터즈 자문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이전엔 미래에셋생명 부동산 대표 컨설턴트로 10년 이상 활동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국민연금 등 기관 대상 강연을 많이 했고, KB국민은행, 신한은행, 미래에셋증권 등 금융권을 대상으로 출강도 했다. 2017년엔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한민국 부동산 부자들>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우주인. 집우(宇), 집주(宙), 사람인(人). 우리나라에서 집이 갖는 상징성은 남다릅니다. 생활과 휴식의 공간이 돼야 하는 집은, 어느 순간 재테크와 맞물려 손에 쥐지 못하면 상대적 박탈감까지 느끼게 만드는 것이 됐습니다. '이송렬의 우주인'을 통해 부동산과 관련된 이야기를 사람을 통해 들어봅니다. [편집자주]


글=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사진·영상=유채영 한경닷컴 기자 ycyc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