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피부 진단·생산…'맞춤 화장품' 시대
화장품업계에서 ‘맞춤형 화장품’이 새로운 유망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기술을 활용해 피부 타입 진단부터 제품 생산까지 전 과정을 개인 맞춤형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되면서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맞춤형 화장품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글로벌 뷰티 시장에서 맞춤형 화장품 규모는 2020년 7억5300만달러에서 올해 29억7500만달러로 네 배 늘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같은 기간 전체 뷰티 시장 규모가 30.4% 커진 점을 감안하면 맞춤형 화장품 시장의 성장세는 두드러진다.

과거 맞춤형 화장품은 판매원이 고객과 간단한 문답을 거쳐 적합한 제품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판매됐다. 그러다 상담원이 설문조사와 진단기기 등을 활용해 과학적으로 피부 타입을 진단한 뒤 제품을 추천하는 형태로 점차 진화했다. 2020년대 이후에는 AI와 딥러닝 등 기술을 접목해 판매원이나 상담원의 도움 없이 고객 스스로 피부를 진단하면 알고리즘이 맞춤형 제품을 자동으로 추천하는 형태로 발전했다.

국내에서 AI 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화장품을 선보인 업체로 덕히알엑스가 있다. ‘K뷰티 로드숍 1세대’ 브랜드 스킨푸드 창업자인 조윤호 대표가 올해 설립했다. 이 회사의 맞춤형 화장품 판매는 얼굴 촬영→피부 타입 분석→결과 제공→스킨케어 추천 등 네 단계로 이뤄진다. 홈페이지 방문 고객이 휴대폰 등 카메라를 이용해 얼굴을 촬영하면 알고리즘이 인식한 얼굴 이미지에서 데이터를 수집한 뒤 피부 타입을 분석한다. 이후 수분, 주름 등 11가지 피부 특성을 점수화한 결과값과 함께 최적의 스킨케어 솔루션을 제시해준다.

조 대표는 “과거 화장품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피부 타입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화된 제품과 판매 구조에 아쉬움이 있었다”며 “이제는 AI 기술 발전으로 전문가나 고가 장비의 도움 없이도 누구나 편리하게 피부 진단이 가능해진 만큼 개개인 피부에 맞는 제품을 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덕히알엑스는 5만 개에 이르는 스킨케어 솔루션 조합을 보유하고 있다. 제품은 하루 단위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사용할 클렌저와 토너, 세럼, 크림 등이 담긴 소포장 형태로 구성됐다. 일정 기간이 지난 뒤엔 피부 타입을 다시 측정해 새로운 솔루션을 받아볼 수 있다.

기존 화장품 기업도 맞춤형 화장품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헤라는 이달 초 서울 성수동 아모레성수 매장에서 2000여 개에 달하는 맞춤형 립 메이크업 제품을 제조해주는 ‘센슈얼 립 커스텀 매치’ 서비스를 시작했다. 전문가 1 대 1 상담을 통해 고객에게 맞는 립 제품이 도출되면 조제 관리사가 현장에서 바로 제품을 제조해준다.

AI·로봇 등 기술을 맞춤형 화장품 생산 단계에 적용하려는 연구도 활발하다. 코스맥스는 지난달 AI 기반 뷰티테크 스타트업인 아트랩 지분 100%를 인수했다. 아트랩은 2019년부터 AI 기반 피부 진단 및 맞춤형 화장품 솔루션을 개발해왔다.

코스맥스는 급격히 늘어나는 맞춤형 화장품 주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AI·로봇 기술을 활용한 다품종 소량 생산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