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佛 마크롱, 새 총리에 '중도파'
프랑스 정국이 혼란에 빠진 가운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신임 총리로 범여권 중도파 정당인 민주운동당(MoDem)의 프랑수아 바이루 대표(73·사진)를 임명했다.

1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엘리제궁은 성명을 통해 “마크롱 대통령이 바이루 대표를 총리로 임명해 정부 구성의 임무를 맡겼다”고 밝혔다. 이는 프랑스 하원에서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이 발의한 정부 불신임안이 지난 5일 통과되면서 미셸 바르니에 총리가 이끄는 내각이 무너진 이후 나온 후속 조치다. 당시 바르니에 내각은 국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600억유로 규모의 공공 지출 삭감과 부자·대기업 증세를 골자로 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하원에 제출했지만 야권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하원에서 불신임안이 가결돼 바르니에 전 총리는 임기를 3개월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프랑스 내각이 하원의 불신임안 가결로 붕괴된 것은 62년 만의 일이다.

야권은 국정 혼란의 책임을 물어 마크롱 대통령의 사퇴까지 요구했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이를 거부하고 새 총리 임명을 준비해왔다.

바이루 신임 총리는 다수당이 없는 분열된 의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하게 됐다. 로이터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마크롱 대통령과의 긴밀한 관계가 바이루 신임 총리의 정치적 약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바이루 신임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의 오랜 우군으로 꼽히는 인물로,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 그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바이루 신임 총리는 최근 내년도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야권의 반발을 산 부자 증세 정책을 지지하기도 했다.

FT는 “바이루 신임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 반대 세력의 압박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는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며 “내각이 다시 무너질 경우 마크롱 대통령의 정치적 미래도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