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국회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를 마친 뒤 걸어 나오고 있다.  강은구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국회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를 마친 뒤 걸어 나오고 있다. 강은구 기자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건 국민의힘에서 최소 12표의 이탈표가 나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당은 ‘탄핵 반대’라는 당론을 이날까지 유지했지만, 자유 투표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탄핵 저지선’을 지키지 못했다. 윤 대통령 탄핵을 두고 보수 지지층 여론이 둘로 쪼개진 만큼 당도 극심한 분열을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본회의 전 의원총회를 열어 ‘탄핵 반대, 투표 참여’라는 당론을 확정했다. 지난 7일 1차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일괄 퇴장한 데서 입장을 바꾼 것이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찬성 204표로 두 번 만에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탄핵소추안은 재적 인원(300명) 중 3분의 2(200명)가 찬성해야 가결된다. 여권에서는 이미 공개 찬성 의사를 밝힌 7명(조경태 안철수 김상욱 김예지 김재섭 한지아 진종오) 외에 친한(한동훈)계 및 소장파 의원 가운데서 추가 찬성표가 나왔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권 및 무효표가 11표 나온 것 또한 소극적으로나마 탄핵 반대라는 당론에 동의하지 않은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조경태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탄핵까지 오게 된 부분을 당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고, 김상욱 의원도 표결 후 “대통령 자격이 없는 사람이 대통령에서 내려왔다. 여당 국회의원으로서 국민에게 송구하다”고 밝혔다. 앞서 한동훈 당 대표는 표결을 앞두고 “오늘은 우리 모두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만 생각해야 한다”며 탄핵 가결에 힘을 실었다.

윤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여권은 극심한 분열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의 ‘탄핵 트라우마’가 있는 보수 지지층에서 탄핵에 반대하는 의견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친윤(윤석열)계에선 탄핵당하면 한동훈 지도부가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집권 여당이 대통령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친한계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발령하는 등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된 건 친윤계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해 왔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조기 대선의 키를 어느 쪽이 쥐느냐의 문제가 된 만큼 내홍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한 대표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했다.

정소람/설지연/박주연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