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이 좋은 지역이란 것은 누구든 알고 있습니다. 지역 안에서 누구나 살고 싶은 진짜 핵심지는 어디일까요. 한경닷컴은 부동산 분석 앱(응용프로그램) 리치고의 도움을 받아 매주 월요일 '동 vs 동'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이를 통해 수도권을 낱낱이 파헤칩니다. [편집자주]

부동산 시장에서 집을 평가할 때 중요하게 꼽히는 요소 중 하나로 학군이 있습니다. 자녀 교육을 위해 이사를 마다하지 않는 '맹모삼천지교'를 실천하는 부모가 많기 때문입니다. 여러 학군지 중에서도 서울에서 가장 손꼽는 곳은 강남구 대치동과 양천구 목동입니다. 특히 전국 최대 규모 학원가가 자리한 대치동은 국내 사교육 1번지로 꼽히곤 합니다.

부동산 분석 앱(응용프로그램) 리치고에 따르면 대치동 아파트의 3.3㎡당 가격은 1억1500만원으로, 서울 상위 5%인 1.1급지에 해당합니다. 대장 아파트는 전국구로 유명한 '래미안대치팰리스'인데, 전용 114㎡가 지난달 52억5000만원(22층)에 거래됐습니다.

대치동, 설명할 필요 없는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

대치동의 한 개업중개사는 "대치동은 설명이 필요치 않을 정도로 유명한 학군지"라며 "부동산 경기와 관계없이 항상 거주 수요가 넘친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중개사도 "매수가 어려우면 전세로, 아파트 전세가 버겁다면 빌라 전세로라도 자녀의 학령기 동안 거주하려는 부모가 많다"며 "빌라 전세의 경우 3억원대로도 가능하기에 전국에서 문의가 꾸준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한 학생이 학원으로 가며 중개사무소에 걸린 매물 안내문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한 학생이 학원으로 가며 중개사무소에 걸린 매물 안내문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명성만큼 학군에 흠잡을 곳은 없습니다. 리치고에 따르면 대치동 대청중학교는 전국 상위 1%인 1등급 학군에 해당합니다. 과학고·외고·자사고 진학률은 26.5%로 수도권의 일반적인 중학교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일대 학원도 1500여개에 달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밀집도를 보였습니다.

대치동과 자주 비교되는 학군지인 목동은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를 보입니다. 목동 아파트의 3.3㎡당 가격은 6400만원에 그쳐 서울 상위 15%인 1.5급지로 나타났습니다. 지역 대장 아파트는 '목동신시가지5단지'로 전용 115㎡가 지난 10월 27억9000만원(12층)에 손바뀜됐습니다.

목동, 실속 갖춘 학군에 재건축도 청신호

일대 학원도 대치동의 3분의 1 수준인 400여개에 그쳤습니다. 다만 진학률에서는 대치동을 앞서고 있습니다. 리치고에 따르면 목동 양정중학교는 전국 상위 1%인 1등급 학군으로, 과학고·외고·자사고 진학률이 46.8%에 달했습니다. 똑같은 1%, 1등급이지만, 대치동의 두 배 가까운 수치입니다.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학원 앞에 역대 대입 합격자 학과가 붙어 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학원 앞에 역대 대입 합격자 학과가 붙어 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대치동의 경우 해외 유학 수요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지만, 목동은 국내 진학에 초점이 맞춰진 결과로 풀이됩니다. 목동의 개업 중개사는 "자녀 유학을 준비한다면 대치동이 유리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목동이 밀릴 이유는 없다"며 "집값 차이까지 감안하면 대치동보다 목동이 실속 있는 선택"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대치동과 목동 모두 40년 차에 육박한 노후 아파트가 많은 곳입니다. 재건축 등 향후 정비사업 가능성을 두고는 목동의 우위가 점쳐집니다. 목동 신시가지 대부분 단지가 재건축을 준비하는 가운데, 6·14단지가 정비구역 지정을 마쳤고 4·8·10·12·13단지도 마지막 행정 절차인 구의회 의견 청취를 마치고 심의 도서를 작성 중입니다.
서울 양천구 목동 '목동신시가지5단지'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서울 양천구 목동 '목동신시가지5단지'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대치동에서도 여러 아파트가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지만, 기대보다 우려가 많은 상황입니다. 2021년 신속통합기획 대상지로 선정된 대치미도는 서울시가 요구하는 데이케이센터 설치를 두고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는 등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초대형 단지인 은마아파트는 상가 조합과 아파트 조합 간의 갈등이 극심해 30년째 '재건축 유망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재건축 확정 기념 디너쇼에 79세 원로가수 아이유가 공연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돌 정도입니다.

김기원 리치고 대표는 "대치동이 시세 기준의 급지 평가에서 한 단계 높지만, 재건축과 관련해서는 변수가 너무 많은 상태"라며 "목동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재건축에 속도를 내고 있어 머지않아 목동 전체가 깨끗한 아파트 단지로 조성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