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튿날인 어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안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국정 정상화를 위해 국회와 정부가 초당적 협력체를 만들자는 것이다. 국정 안정은 당연히 가장 시급한 문제인 만큼 여당과 야당, 그리고 정부의 초당적 협력과 소통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대표의 제안은 사실상 어떤 사안이든 민주당 허락을 받고 움직이라는 압박으로 비치기도 한다.

이 대표는 민주당에서 잇따라 거론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문제에 대해 “일단은 탄핵 절차를 밟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무차별 탄핵 공세를 멈춘 것은 다행이지만, 민주당 말을 듣지 않으면 언제든지 탄핵할 수 있다는 경고와 다름없다. 그런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도 모르겠다. 탄핵 여부를 자신들이 선택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은 비상식적 오만 아닌가.

이 대표는 한 권한대행과의 통화에서 중립적 국정 운영을 요청했음을 밝히고 “직무대행은 현상 유지 관리가 주 업무”라며 “한 권한대행이 대행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못을 박기도 했다. 아무리 한시적 임무라고 해도 이제 행정부의 수반과 국가원수 직을 수행해야 할 사람은 한 권한대행이다. 이 대표는 국정을 주도하려 들 게 아니라 다수당 대표로서 국가 안정에 적극 협조하면 된다.

헌법재판소를 향해서도 이 대표는 “윤 대통령 파면 절차를 신속히 진행해달라”고 주문했다. 반면 자신의 사법 리스크에는 “기소 자체가 매우 정치적이고 상식에 부합하지 않았다”며 무죄 추정의 원칙까지 거론했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이 아닐 수 없다.

계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나라가 이 지경까지 이른 데에는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의 책임도 크다. 다수의 힘만 믿고 포퓰리즘적 법안을 쏟아내고 정부의 개혁 과제를 잇달아 좌초시켰다. 계엄 사태 이후에는 국무위원들을 죄인 다루듯 하며 마치 점령군과 같은 행태도 보였다. 벌써 정권을 잡은 것처럼 국정을 좌지우지하려 들고 혼란만 가중한다면 국민의 시선도 싸늘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