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에도 비쟁점 민생법안에 관한 논의는 재개될 움직임이 없다. 정치권의 관심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이후 대통령 선거로 향하면서 모처럼 여야가 이견을 좁힌 법안들도 처리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이달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논의할 예정이던 반도체 특별법과 고준위방폐장법이 대표적이다. 지난 11월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전체회의 문턱을 넘은 인공지능(AI) 기본법도 국회 본회의에 오르지 못했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반도체 특별법 등 여야가 연내 처리에 뜻을 모은 법안들이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사실상 논의가 중단됐다.

특히 반도체 특별법은 대통령 직속 국가반도체위원회를 설치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및 기반 시설 설치 비용을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반도체업계의 숙원으로 꼽힌다. 여야가 앞다퉈 연내 처리 필요성을 강조한 법안이다. 소관 상임위인 산자위는 9일 법안 심사를 하고 연내에 본회의 처리까지 마친다는 계획이었지만 비상계엄 여파로 취소됐다.

이와 함께 원자력발전 과정에서 나오는 사용후 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를 저장·관리하는 시설을 확보하기 위한 고준위방폐장법 처리도 뒷전이 됐다. 입지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해상풍력 특별법도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두 법안 모두 5월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기 전 처리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7개월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역시 21대 국회 막바지에 폐기됐던 AI 기본법은 과방위 문턱을 넘었지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은 12월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의 복잡한 상황이 변수다. ‘탄핵 여파’로 국민의힘도 리더십 공백을 맞을 가능성이 커져 법안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예상보다 이르게 윤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헌재 심판 결과가 나올 경우에도 양당이 대선 체제로 전환돼 법안 심의가 사실상 중단된다.

정상원 기자 top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