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를 내년 3월 종료한다. 메타버스 사업에 진출하고 약 4년 만에 손을 떼는 것이다. 한때 통신 업계에서 각광을 받던 메타버스 신사업이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고 있다.

SK텔레콤은 이프랜드를 내년 3월31일까지만 운영한다고 16일 발표했다. 신사업으로 야심 차게 내놨던 메타버스 플랫폼이지만 올 들어 성장세가 확연히 꺾인 데 따른 결정으로 전해졌다. SK텔레콤은 종료일까지 유료 구매 아이템을 전액 환불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이용자가 요청하면 사진과 영상 등 데이터 백업을 지원해준다.

메타버스 사업에 투입했던 인력이나 비용 상당 부분은 인공지능(AI) 사업으로 전환한다. SK텔레콤 측은 “이프랜드를 운영하면서 축적한 3차원(3D) 이머시브 콘텐츠 제작이나 글로벌 서비스 운영 노하우는 추후 AI 사업에서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SK텔레콤 표’ 메타버스 사업은 막을 내리게 됐다. 이 회사가 메타버스 사업에 진출한 것은 2021년 7월 이프랜드를 출시하면서다. 2022년 11월엔 베트남 등 49개국에 서비스를 확대했다. 글로벌 최대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의 동남아시아판을 만든다는 목표였다.

하지만 올 들어 상황은 눈에 띄게 나빠졌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이프랜드의 지난달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13만4124명에 그쳤다. 지난해 1분기(118만3056명), 올해 1분기(59만8631명) 등 갈수록 MAU는 쪼그라들었다. 수천 명이 동시에 입장할 수 있는 대규모 메타버스 공연장을 도입하겠다던 계획도 무기한 연기됐다. 이대로는 메타버스로 수익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회사 측 판단이다. 이프랜드 사업을 주도하던 양맹석 메타버스사업담당 부사장도 지난 5일 SK스토아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업계에선 국내 통신사의 ‘신사업 암흑사(史)’가 이어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국내 통신사는 때마다 특정 분야가 주목을 받으면 ‘일단 해보자’는 식으로 뛰어들었다가 2~3년 뒤 철수하는 행태가 흔하다는 지적이다. 모바일 메신저,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메타버스도 마찬가지다. KT도 올해 4월, 8월에 메타버스 플랫폼 ‘메타라운지’와 ‘지니버스’를 각각 종료했다. LG유플러스가 추진 중인 기업용 메타버스 ‘메타슬랩’도 출시가 지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생성형 AI 열풍이 불면서 통신 3사가 너도나도 관련 사업에 뛰어드는 것도 불안하다”며 “사업성을 철저하게 검토하고 준비를 해야 신사업 성공 사례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