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터로 대체육 '뚝딱'…"돈 벌려면 의대 말고 공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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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육 스타트업 슈팹 창업 이진규 이대 교수
"창업이 가장 빠른 성공의 길"
3D프린팅 와규 마블링 재현
고기 패턴 알고리즘 분석
대체육 스타트업 슈팹 창업 이진규 이대 교수
"창업이 가장 빠른 성공의 길"
3D프린팅 와규 마블링 재현
고기 패턴 알고리즘 분석
“공대생에게 식품공학을 해도 기업으로 성공할 수 있고, 의사가 안 돼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16일 서울 대현동 이화여대에서 만난 이진규 식품생명공학과 교수는 “공학을 가르치면서 계속 창업에 도전하는 이유”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가 2019년 설립한 3차원(3D) 프린팅 대체육 회사인 슈팹은 ‘CES 2025’ 혁신상에 선정됐다.
이 교수는 처음부터 학문 중심의 교수들과는 다른 길을 갔다. 공대를 선택한 것부터 사업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아버지는 물리학자, 어머니는 수학자였는데 집이 유복하진 않았다”며 “돈을 벌기 위한 창업을 생각하면서 공대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학부 시절 주변에 창업한 교수, 선배가 많았다는 점도 영향이 컸다. 보로노이바이오, 비케이바이오, 제노포커스, 라파스, 큐로셀, 마이크로브루어리코리아, 뉴트렉스테크놀로지 등이 모두 그의 선배 또는 동기가 창업한 기업이다. 이 교수는 “자연과학 인문학과 달리 공대는 언젠가는 돈이 될 수 있는 일을 해야 완성됐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처음부터 잘된 것은 아니다. 박사과정 시절이던 2000년 초반 인공지능(AI) 기반의 신약 개발 회사를 세웠다가 실패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창업을 포기하지 않았다. 포닥으로 미국에서 일하는 가운데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았다. 3D로 인간 장기를 만드는 오가노보라는 회사를 보고 3D 프린팅에 관심을 두게 됐다. 그는 “3D 프린팅으로 식품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그때부터 했다”고 말했다.
2016년 이후 인공 장기를 만들던 사람들이 배양육으로 넘어가며 식품에 대한 관심이 본격화했다. 한국에서도 2016년부터 3D 프린팅 관련 연구 과제가 생기는 등 지원이 시작됐다. 미리 준비해온 이 교수는 정부 과제를 따내며 3D 프린팅 연구를 본격화했다.
그는 식품 시장의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생명공학을 하면 바이오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전체 시장 규모는 식품이 의약품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기후 변화로 인해 대체육 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AT커니에 따르면 2040년이면 인류가 먹는 고기의 60%가 대체육으로 바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과도 내고 있다. 슈팹에서 3D 프린팅으로 만든 고기는 최고급 소고기로 꼽히는 와규의 마블링을 패턴화했다. 지방과 단백질 구성을 최상급 와규에 맞춘 것이다. 이 교수는 “고기를 잘라낸 후 컴퓨터공학과 교수가 패턴을 분석하는 알고리즘을 만들었다”며 “그렇게 만든 패턴대로 구조를 쌓는 것은 건축공학과 교수와 협업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는 고기를 구울 때 나오는 향까지 담아내려고 한다고.
이 교수는 더 많은 사람이 과학에 관심을 두고, 창업을 하기 위해서는 실패를 용인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16일 서울 대현동 이화여대에서 만난 이진규 식품생명공학과 교수는 “공학을 가르치면서 계속 창업에 도전하는 이유”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가 2019년 설립한 3차원(3D) 프린팅 대체육 회사인 슈팹은 ‘CES 2025’ 혁신상에 선정됐다.
이 교수는 처음부터 학문 중심의 교수들과는 다른 길을 갔다. 공대를 선택한 것부터 사업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아버지는 물리학자, 어머니는 수학자였는데 집이 유복하진 않았다”며 “돈을 벌기 위한 창업을 생각하면서 공대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학부 시절 주변에 창업한 교수, 선배가 많았다는 점도 영향이 컸다. 보로노이바이오, 비케이바이오, 제노포커스, 라파스, 큐로셀, 마이크로브루어리코리아, 뉴트렉스테크놀로지 등이 모두 그의 선배 또는 동기가 창업한 기업이다. 이 교수는 “자연과학 인문학과 달리 공대는 언젠가는 돈이 될 수 있는 일을 해야 완성됐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처음부터 잘된 것은 아니다. 박사과정 시절이던 2000년 초반 인공지능(AI) 기반의 신약 개발 회사를 세웠다가 실패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창업을 포기하지 않았다. 포닥으로 미국에서 일하는 가운데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았다. 3D로 인간 장기를 만드는 오가노보라는 회사를 보고 3D 프린팅에 관심을 두게 됐다. 그는 “3D 프린팅으로 식품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그때부터 했다”고 말했다.
2016년 이후 인공 장기를 만들던 사람들이 배양육으로 넘어가며 식품에 대한 관심이 본격화했다. 한국에서도 2016년부터 3D 프린팅 관련 연구 과제가 생기는 등 지원이 시작됐다. 미리 준비해온 이 교수는 정부 과제를 따내며 3D 프린팅 연구를 본격화했다.
그는 식품 시장의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생명공학을 하면 바이오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전체 시장 규모는 식품이 의약품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기후 변화로 인해 대체육 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AT커니에 따르면 2040년이면 인류가 먹는 고기의 60%가 대체육으로 바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과도 내고 있다. 슈팹에서 3D 프린팅으로 만든 고기는 최고급 소고기로 꼽히는 와규의 마블링을 패턴화했다. 지방과 단백질 구성을 최상급 와규에 맞춘 것이다. 이 교수는 “고기를 잘라낸 후 컴퓨터공학과 교수가 패턴을 분석하는 알고리즘을 만들었다”며 “그렇게 만든 패턴대로 구조를 쌓는 것은 건축공학과 교수와 협업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는 고기를 구울 때 나오는 향까지 담아내려고 한다고.
이 교수는 더 많은 사람이 과학에 관심을 두고, 창업을 하기 위해서는 실패를 용인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