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인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올 한 해 내내 저성장과 내수 부진으로 어려웠는데 연말 정치발(發) 소비 한파까지 덮친 탓이다. 통상 연말부터 설 연휴까지는 송년회와 가족·친지 선물 구매 등이 많아 자영업자들에겐 연중 최대 대목으로 꼽히지만, 올해는 회식이 줄줄이 취소되고 가족 단위 쇼핑도 급감했다. 현장에선 외환위기와 코로나19 때보다 더 어렵다고 한다.

소상공인연합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전국 음식·숙박·도소매업 종사 소상공인 중 88.4%가 매출이 줄었다고 답했다. 특히 매출이 절반 이상 감소했다는 응답이 36%에 이르렀다. 연합회는 그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만큼 정치권은 경제 살리기에 매진하고 소비자들은 연말 매장을 찾아달라”고 호소했다.

물론 지금 대다수 국민은 회식하거나 거리로 나가 소비하고 싶다는 기분이 들지 않을 수 있다. 8년 만에 대통령 탄핵이란 비극이 되풀이됐고, 민주주의를 세우고 선진국 도약을 일궜다는 자부심은 땅에 떨어졌으며, 집회와 시위 그리고 짜증 나는 교통 혼잡을 마주하고 싶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국가적 위기가 닥쳤을 때 혼연일체가 돼 위기를 헤쳐 나온 것이 대한민국이다. 외환위기 때는 달러 부채를 갚는 데 써 달라며 장롱 속 금반지를 모두 들고나오지 않았던가.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은 기업과 가정은 송년 모임을 하고 여행을 계획한 사람들은 가급적 국내로 돌리는 게 국가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와 한국은행도 더 적극적인 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 한경이코노미스트클럽 회원 및 경제학 교수 30명 중 24명(80%)은 내년 초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최우선 과제로 추가경정예산 등을 통한 내수 진작을 꼽은 비율도 48%에 이르렀다. 정치권도 당리당략에만 몰두하지 말고 정부와 협력해 내수 부양책이 조기에 마련되고 집행되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