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가동된 지 사흘이 지났다. 그간 한 권한대행은 임시국무회의를 시작으로 대국민 담화 발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개최, 미국 대통령 전화 회담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오랜 경륜과 축적된 국정 지식에 기초해 나름 안정적으로 출발한 점이 무척 다행스럽다.

벌써 세 번째라지만 이번 체제는 그 어느 때보다 해결하고 준비해야 할 과제가 넘친다. ‘취임 100시간 만에 수많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코앞이다. 초유의 군 수뇌부 공백 사태를 맞아 북의 오판을 막고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할 책무도 막중하다.

극심한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 민생과 경제를 챙겨야 하는 과제도 도전적이다. 당장 야당 단독으로 밀어붙인 ‘농업 4법’ 등 6개 악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내란죄 피의자임을 상기시키며 거부권 행사를 노골적으로 막아서려고 한다. 국민 선택을 받은 의회 권력의 입법을 거부하는 것은 탄핵 사유라는 주장이지만 어불성설이다. 헌법 절차에 따라 정당하게 행정권을 넘겨받았고,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 전례도 있다. 권한대행은 ‘소극적 현상 유지’를 넘어서는 결정을 하면 안 된다는 야당 주장을 수용해도 거부권 행사에 별문제는 없다. 주무부처 장관은 물론이고 적잖은 농민단체도 반대하는 법안의 거부는 현상 유지를 위한 정당한 권한 행사다.

국회증언법과 국회법 개정안 거부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국회증언법은 국가기간산업 영위 기업의 영업비밀을 국회가 들여다보고, 1년 내내 기업인을 국회로 불러 벌을 세울 수 있는 악법 중 악법으로 평가받는다. 법정기한을 넘긴 예산안 및 예산 부수법안의 ‘본회의 자동 부의’를 막는 국회법 개정안도 ‘예산 발목잡기법’이라는 비판이 크다.

민주당은 “앞으로 국회가 국정을 조정하겠다”며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요구하고 나섰다. 포퓰리즘적 월권이다. 지역상품권은 비효율적 경기부양책이라는 게 다수 전문가의 견해다. 제3자 뇌물죄 처벌 범위 축소,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 삭제 등 탄핵 정국을 악용한 방탄 입법도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