숀 그래디 아스트라제네카 수석부회장이 한국 기업과의 협력 계획 등을 설명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제공
숀 그래디 아스트라제네카 수석부회장이 한국 기업과의 협력 계획 등을 설명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제공
파스칼 소리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최고경영자(CEO)는 2014년 미국 화이자의 인수 제안을 거절하면서 10년 뒤 목표를 밝혔다. 당시 내세운 2025년 매출 목표치는 450억달러(약 64조6000억원). 이 회사는 지난해 목표를 조기 달성했다. 기업가치는 제약 분야 세계 7위로 10년 전 인수 제안한 화이자(10위)를 뛰어넘었다.

다음 목표는 2030년 매출 800억달러다. 지난달 한국을 찾은 숀 그래디 아스트라제네카 글로벌 사업개발 운영총괄 수석부회장은 이 역시 순조롭게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비결은 ‘개방형 혁신’(오픈이노베이션)이다. 그는 “혁신 기술을 보유한 한국 기업과 협력해 한국의 생명과학 생태계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기업 내부까지 개방, 혁신 생태계 조성

아스트라제네카는 2012년 소리오 CEO가 취임하고 2년 뒤 개방형 혁신 이니셔티브를 시작했다. 콘셉트는 ‘다공성(Prosity)’.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좋은 아이디어와 인재가 회사 안팎을 자유롭게 오가는 환경을 구축하는 게 목표다.

아스트라제네카 전신인 영국 임페리얼케미컬인더스트리스 변호사로 합류해 40년간 경력을 쌓은 그래디 부회장은 연구개발(R&D), 경영 전략 등을 총괄하고 있다. 내년 아스트라제네카 영국법인 대표로 취임한다.

그래디 부회장은 “파트너십, 협력을 핵심 가치로 삼고 기업 DNA로 내재화했다”며 “소규모 기업을 지원해 산업 생태계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건 중요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했다.

○맞춤형 거래로 성공 가능성 높여

아스트라제네카의 사업개발(BD) 부서는 이미 리더이거나 리더가 될 가능성이 높은 분야를 선택해 기존 입지를 강화하거나 신규 진출을 모색한다. 반대로 기회가 적다면 언제든 매각 대상이 된다.

생물학적 제제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2006년 케임브리지안티보디테크놀로지를, 2007년 메디이뮨을 인수했다. 2021년 알렉시온을 사들인 것은 희귀질환 치료제로 보폭을 확대한 계기가 됐다. 같은 해 다이이찌산쿄와 손을 잡으면서 세계 1위 항체약물접합체(ADC) 신약인 ‘엔허투’가 탄생했다. 그래디 부회장은 “내부에선 모든 거래를 ‘각각의 눈송이’로 표현한다”며 “어떤 거래도 완전히 똑같은 경우 없이 파트너 상황과 수요에 따라 최적화하고 맞춤화한다”고 했다.

다양한 협력 중 가장 의미 있는 성과로 그는 2014년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당뇨병 사업부 인수를 꼽았다. 블록버스터 ‘포시가’를 품에 안아 든든한 캐시카우로 삼았고 이는 후속 R&D 투자 기반이 됐다.

○삼바와 생산 협력·디지털 기술도 관심

그래디 부회장은 한국을 아스트라제네카에 중요한 시장이라고 했다. 바이오산업 생태계 잠재력도 높은 수준으로 평가했다. 한국은 아스트라제네카가 집중하는 주요 12개국 중 하나다. 그는 “한국에서 일부 파트너십을 구축했지만 아직 구상하는 수준의 협력엔 미치지 못한다”며 “파트너십을 더 확대·강화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를 위해선 정부 지원이 중요하다. 혁신 기술에 대한 보상도 강화돼야 한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최근 싱가포르에 ADC 제조 시설을 세우기로 한 것도 정부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래디 부회장은 “신약뿐 아니라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기술에도 관심이 크다”며 “제조·생산 측면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의약품 생산 프로젝트를 전개 중”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