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국민의힘을 향해 “모든 논의의 주도권을 가져도 좋으니 국정안정협의체에 꼭 참여해달라”고 말했다. 전날 자신이 제안한 국정안정협의체 구성에 국민의힘이 거부 의사를 밝힌 데 대해서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한민국의 정치적 불안이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있다”며 “국민의힘 내부 사정이 어려운 건 이해하지만 협의체에 참여해달라”고 했다. 이어 “이름과 형식 그리고 내용이 어떤 형태라도 상관없다”며 “국정 전반을 논의하는 협의체를 구성하는 게 부담스럽다면 경제 분야에 한정한 협의체 구성이라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5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 대표 제안에 대해 “국회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소통하겠다”며 참여 의사를 밝혔다. 16일에는 한국은행이 연 행사에 참석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여야정 비상경제협의체를 통해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와 정부가 협력해 주요 경제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반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민주당이 국정 운영 책임자가 된 것처럼 행동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협의체 참여 거부를 못 박은 상태다. 국민의힘의 입장 변화가 협의체 출범의 마지막 걸림돌이 되면서 이 대표가 최대한 설득하기 위해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수권을 위한 행보를 부각하며 탄핵 이후 정국 주도권을 가져오려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공지능(AI)과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과 관련해 정부 고유 권한인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직접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해제한 지 1주일 만인 11일에는 민주당 단독으로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정상원/박상용 기자 top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