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쇼 20년 경력으로 뮤지컬 도전 "일제시대 최초 미용사 기대하세요"

'아이참' 주연 맡은 장윤주
"학창시절 음악만큼은 잘해
중학교 때는 성가대 파트장"

“‘아이참’은 지금까지 해 왔던 작업을 잘 녹여낼 수 있는 작품이어서 선택했어요. 패션쇼의 리듬과 각은 제 몸에 새겨져 있지만 뮤지컬은 아직인데, 저만의 리듬을 찾아 매 회차 다르게 가보려고 합니다.”

패션모델로 20년간 런웨이를 휘저었던 장윤주(44·사진)는 어느덧 연기 5년 차에 접어들었다. 맛깔나는 감초 연기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장윤주가 이번에는 뮤지컬에 도전한다. 창작 뮤지컬 ‘아이참’에서 시대를 앞서간 패셔니스타 주인공 현석주로 발탁되면서다. 첫 번째 뮤지컬에서 주인공을 맡게 된 그를 최근 서울 정동국립극장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만났다.

장윤주는 “학창 시절 모든 과목이 양 또는 가였는데, 음악만큼은 수였고 중학교 3학년 때까지 성가대 알토 (가장 낮은 음역대) 파트장을 했다”며 “뮤지컬을 준비하며 악보를 보고 노래하는 즐거움을 오랜만에 되찾았다”고 소감을 말했다.

‘아이참’은 193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한국 최초의 미용사이자 처음으로 쌍꺼풀 수술을 받은 여성 오엽주를 모티프로 한 작품이다. 장윤주는 “지금도 시대를 앞서나가는 동시대의 오엽주가 있을 것이기에 남다른 센스와 감각을 가진 사람들의 마음을 잘 대변하고 싶다”고 했다.

장윤주는 미용사 역할에 대해 ‘경력직’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퀸즈 미용실을 했죠. 어깨너머로 본 것들이 많아요. 연습도 많이 해서 손에 익었는데 자격증을 따도 될 정도랄까요.”

뮤지컬 주인공 현석주는 오랜 전통을 답습하지 않고 미에 대한 자신의 욕망을 스스럼없이 수행하는 인물이다. 무대에서는 비난과 동경을 동시에 받는다. 극에서 석주의 미용실이 사치를 조장하고 풍기를 문란하게 한다는 곳이라는 비난에 휩싸이면서 일본 경찰과 기자들이 들이닥치는 장면도 등장한다.

현석주 역할의 장윤주는 당찬 모습을 연기한다. 사진기자들 앞에서 “나 어때요?”라며 자기 모습을 확인하며 언론을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매력을 발산했다. “조선 부인들을 건강하고 어여쁘게 가꾸는 일이 나의 신념”이라는 짧고 굵은 대사가 오히려 현석주의 존재감을 부각한다. 다만 일반적인 뮤지컬의 여주인공처럼 솔로곡과 대사가 많지는 않다. 시대를 앞서간 패셔니스타 캐릭터를 잘 살리기 위한 제작진의 의도였다고 한다. 뮤지컬은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무대와 의상이 전형적이진 않다.

작품의 메시지가 페미니즘이나 외모지상주의로 보일 수 있는 점에 대해서는 “여성들이 주체가 되는 이야기에서는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은데 그렇게 안 보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장윤주는 “작품을 준비하면서 아름다움에 대해 얘기를 많이 나눴다”며 “결국 내면과 외면 모두 아름다워야 아름다움이 전달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공연은 이달 29일까지 이어진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