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월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 앞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대화를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월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 앞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대화를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여파로 국민의힘 '한동훈 체제'가 사실상 붕괴하게 된 가운데, 親한동훈(친한)계가 벼랑 끝에 몰린 한동훈 대표를 두둔하면서 한 대표 사퇴 여론을 주도한 親윤석열(친윤)계를 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친한계인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1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친윤 세력이 한 대표를 몰아내려는 시도가 명백히 드러나고 있다"며 "정치 공작 차원에서 한 대표를 몰아내려는데, 순순히 당하고 있을 수는 없다"고 했다.

신 부총장은 "많은 사람들은 '사고는 윤석열 대통령이 쳤는데 왜 책임을 한동훈에게 뒤집어씌우느냐', '굉장히 그로테스크한 장면'(고 한다)"며 "어제 의원 텔레그램 단체방에 '당권을 접수하면 당원 게시판 당무 감사를 해서 한동훈을 아예 제명시키자'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고 한다"고 했다.

친윤계가 한동훈 대표를 몰아내고 당권을 접수하려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윤 대통령은 당에서 제시한 자진 하야 로드맵을 거부하고 '끝까지 싸우겠다'고 얘기했다"며 "그렇다면 당에서는 양심에 따라 소신 투표하자, 자율 투표로 당론을 정했어야 하는데 굳이 부결 당론을 유지했다. 이는 한동훈 대표를 축출하기 위한 카드로서 일부러 남겨놓은 것"이라고 했다.

또 신 부총장은 "탄핵안 통과 후 열린 의원총회는 거의 인민재판 수준이었다. 한 사람 한 사람 다 일어나서 찬성표를 찍었는지 반대표를 찍었는지 고백하라(고 했다)"며 "헌법 위반이다.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통과됐을 때 개딸들이 광분해 색출하자는 모습과 무엇이 다른가. 이런 개딸 전체주의와 같은 모습이 나타나선 안 되는 것"고 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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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서 한 대표 등 윤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인사들을 '배신자'라고 비난한 데 대해 "분들에게 묻고 싶다. 도대체 여러분의 충성 대상은 누구냐. 대한민국과 민주주의가 아니라 대통령 개인이 충성의 대상이냐"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가 질서를 일거에 무너뜨린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배신이라고 주장하는 여러분이야말로 대한민국 민주주의, 헌정질서, 국민에 대한 배신자로 역사에 기록될 것임을 정말 모르냐. 두렵지 않냐"고 덧붙였다.

박상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페이스북에서 "친한계 축출과 제명의 파티를 즐기는 친윤 여당의 다음 정부 집권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며 "드디어 권성동 권영세 나경원 윤상현 친윤들의 시대가 왔다고 환호성을 지르는 동안 앞으로 한달 안에 그 친윤의 '윤'이 구속되고 기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했다.

앞서 한 대표는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후 원내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한 대표는 이런 요구를 일축하며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친한계인 장동혁,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전원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당 지도부가 사실상 붕괴했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연다. 이 자리에서 한 대표는 대표직 사퇴 의사를 표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