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본업 잘하는데 목표가 줄하향된 사연 [밸류'없' 건설주, '밸류업'할 결심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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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이 올라도 떨어지고 내리면 더 떨어지는 건설주는 현재 역사적 저점을 갱신 중이다.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고자 국가가 나서 '밸류업'에 시동을 걸었지만 건설주에겐 남일일 뿐이다. 증시에 상장된 건설사만 31곳에 달하는데, 한국거래소의 코리아 밸류업 지수엔 단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다. 밸류업은 커녕 밸류'없'는 건설주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11년째 시공능력평가 1위 삼성물산이 최근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아무리 실적과 주가가 따로 가는 국내 증시라지만 모두가 한 목소리로 투자하기를 꺼린다면 왜 그런지 이유라도 들어봐야 하는 게 인지상정. 과연 삼성물산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 전자는 에이스가 아니었습니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이달 초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부사장 4명과 상무 9명이 승진했다. 동시에 오세철 대표의 유임이 확정됐다. 업계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건설사들이 고강도 인적쇄신을 단행했지만 오 대표는 자리를 지켰다. 지난 2021년 3월 취임 이후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실적을 꾸준히 끌어올리며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한 영향이 컸다. 올해는 3분기까지 누적 매출 14조9,808억원, 영업이익 8,560억원을 기록하는 중이다. 이에 같은 기간 삼성물산 내에서 차지하는 건설부문 매출 비중도 지난 2021년 31.89%에서 올해 3분기에는 46.65%로 뛰었다.
증권사들은 올해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연간 매출을 18조원 전후로 예상하고 영업이익도 9천억원에서 1조원 사이를 올릴 것이라고 봤다. 업황 부진에 따라 대부분의 건설사들 실적이 역성장하고 전망도 어두운 것치고는 선방할 것이라는 기대다. 어차피 올해 장사를 망친 건설사들 중에서 그나마 삼성물산은 덜 망친 축에 속하지만 증권가의 평가는 냉혹했다. NH투자증권은 최근 삼성물산의 목표주가를 20만원에서 19만원으로 하향조정했다. KB증권도 19만원으로 목표가를 내렸고, 교보증권은 18만원, 신한투자증권은 17만원까지 줄줄이 낮춰 잡았다.
목표주가 줄하향의 배경엔 'NAV(순자산가치) 하락'이 있었다. 한 마디로 삼성물산이 지분을 가진 회사들의 주가가 부진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누가 삼성물산의 가치를 끌어내렸는가. 바로 한 때 10만전자를 바라보다 이제는 5만전자에 갇혀버린 삼성전자다. 삼성물산은 사실상 삼성그룹의 지배회사다.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5%에 불과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오너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영향이다.
결국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설비 투자 규모를 줄이고 내년에도 공격적인 투자를 장담할 수 없어진 삼성전자가 삼성물산 수주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를 통해 얻는 매출과 영업이익은 공개되지 않지만 영업 비밀 등을 유지하기 위해 삼성 이외 다른 건설사에게 반도체 공정 설비를 맡기진 않을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매출 구성에서 가장 크고 이익률도 높은 캡티브향 하이테크 매출이 줄어든다면 삼성물산 성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 그래도 갈 길 간다…도정사업 공격 행보
바로 이런 점들이 삼성물산이 도시정비사업에 공격적으로 뛰어든 이유이기도 하다. 그동안 소극적이던 도정사업에서 줄줄이 시공권을 따내며 올해 3분기 기준 2조8,067억원의 수주고를 쌓았다. 지난해 연간 수주액인 2조961억원을 웃도는 것은 물론 올해 목표치인 3조4천억원의 80% 이상을 달성했다. 이에 더해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재개발 시공권을 두고 현대건설과 맞붙은 상태다. 사업비만 총 1조5,723억원 규모의 '대어'로 한강변에 래미안 랜드마크 단지를 세우겠다는 포부로 수주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해외에서도 왕성하게 태극기를 꽂고 있다. 지난 2022년 7조7천억원까지 떨어졌던 해외 수주액은 지난해 다시 10조원대로 올라선 상황이다. 올해 11월까지는 6조8,505억원을 수주했는데, 지난달 말 카타르에서 일감을 따낸 담수복합발전 프로젝트의 금액이 잡힌다면 역시 10조원 이상의 수주고를 올리는 셈이다.
SMR이나 태양광 등 신사업 확장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실제로 지난 6월 루마니아 원자력공사와 루마니아 SMR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현재는 기본설계(FEED)를 공동 수행 중이다. 최근에는 유럽 SMR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스웨덴 SMR 개발회사인 '칸풀 넥스트'와도 손을 잡았다. 태양광의 경우 미국에서만 총 17.4GW의 태양광 ESS 개발 안건을 보유 중이며, 호주와 독일 등으로 대상 지역을 넓히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부문별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와 경쟁력을 바탕으로 연간 목표 달성 추진 중"이라며 "신사업 성과를 가시화하고 개발 운영사업을 비롯한 신규 사업모델 참여를 획대해 안정적인 실적 기반을 확보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 그렇게 번 돈, 주주들에겐 돌려주나요
삼성물산은 지난해 2월 관계사 배당수익의 60~70% 수준의 환원을 유지하고 보유 자사주 전량을 분할 소각한다는 내용의 3기(2023~2025년)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최소 주당 2천원을 배당하고 시가 3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모두 소각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힘 쓴다는 목표다.
시행 첫해인 올해는 배당정책 범위 내 최대 지급률인 관계사 배당수익의 70%를 재원으로 보통주는 주당 2,550원, 우선주는 2,600원 배당을 결의했다. 이는 전년 대비 10.9% 증가한 규모다. 자사주 역시 목표 금액인 3조원의 3분에 1에 해당하는 보통주 780만7,563주와 우선주 전량(15만9,835주)을 소각하고 내년과 내후년에도 780만7,563주의 보통주를 각각 소각할 예정이다.
다만 과도한 지분 가치 할인을 감안하면 이것으론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물산은 현재 삼성물산의 NAV 할인율은 지주회사 평균인 60%를 훌쩍 웃돈다. 통상 지주사들의 주가가 저평가되는 현상을 감안해도 지나치다는 분석이다. 실적도 좋고 관계사 부진 외에 악재가 없다면 할 수 있는 걸 안 한다는 뜻이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은 당장의 밸류업 공시 보다 다음 3개년 주주환원정책이 발표되는 2026년에 좀 더 구체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공유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높아진 주주환원 요구에도 분배 보다 성장에 방점을 둔 경영 전략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그간 강조한 신규 사업에서 가시적 성과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방서후기자 shbang@wowtv.co.kr
◆ 전자는 에이스가 아니었습니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이달 초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부사장 4명과 상무 9명이 승진했다. 동시에 오세철 대표의 유임이 확정됐다. 업계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건설사들이 고강도 인적쇄신을 단행했지만 오 대표는 자리를 지켰다. 지난 2021년 3월 취임 이후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실적을 꾸준히 끌어올리며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한 영향이 컸다. 올해는 3분기까지 누적 매출 14조9,808억원, 영업이익 8,560억원을 기록하는 중이다. 이에 같은 기간 삼성물산 내에서 차지하는 건설부문 매출 비중도 지난 2021년 31.89%에서 올해 3분기에는 46.65%로 뛰었다.
증권사들은 올해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연간 매출을 18조원 전후로 예상하고 영업이익도 9천억원에서 1조원 사이를 올릴 것이라고 봤다. 업황 부진에 따라 대부분의 건설사들 실적이 역성장하고 전망도 어두운 것치고는 선방할 것이라는 기대다. 어차피 올해 장사를 망친 건설사들 중에서 그나마 삼성물산은 덜 망친 축에 속하지만 증권가의 평가는 냉혹했다. NH투자증권은 최근 삼성물산의 목표주가를 20만원에서 19만원으로 하향조정했다. KB증권도 19만원으로 목표가를 내렸고, 교보증권은 18만원, 신한투자증권은 17만원까지 줄줄이 낮춰 잡았다.
목표주가 줄하향의 배경엔 'NAV(순자산가치) 하락'이 있었다. 한 마디로 삼성물산이 지분을 가진 회사들의 주가가 부진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누가 삼성물산의 가치를 끌어내렸는가. 바로 한 때 10만전자를 바라보다 이제는 5만전자에 갇혀버린 삼성전자다. 삼성물산은 사실상 삼성그룹의 지배회사다.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5%에 불과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오너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영향이다.
결국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설비 투자 규모를 줄이고 내년에도 공격적인 투자를 장담할 수 없어진 삼성전자가 삼성물산 수주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를 통해 얻는 매출과 영업이익은 공개되지 않지만 영업 비밀 등을 유지하기 위해 삼성 이외 다른 건설사에게 반도체 공정 설비를 맡기진 않을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매출 구성에서 가장 크고 이익률도 높은 캡티브향 하이테크 매출이 줄어든다면 삼성물산 성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 그래도 갈 길 간다…도정사업 공격 행보
바로 이런 점들이 삼성물산이 도시정비사업에 공격적으로 뛰어든 이유이기도 하다. 그동안 소극적이던 도정사업에서 줄줄이 시공권을 따내며 올해 3분기 기준 2조8,067억원의 수주고를 쌓았다. 지난해 연간 수주액인 2조961억원을 웃도는 것은 물론 올해 목표치인 3조4천억원의 80% 이상을 달성했다. 이에 더해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재개발 시공권을 두고 현대건설과 맞붙은 상태다. 사업비만 총 1조5,723억원 규모의 '대어'로 한강변에 래미안 랜드마크 단지를 세우겠다는 포부로 수주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해외에서도 왕성하게 태극기를 꽂고 있다. 지난 2022년 7조7천억원까지 떨어졌던 해외 수주액은 지난해 다시 10조원대로 올라선 상황이다. 올해 11월까지는 6조8,505억원을 수주했는데, 지난달 말 카타르에서 일감을 따낸 담수복합발전 프로젝트의 금액이 잡힌다면 역시 10조원 이상의 수주고를 올리는 셈이다.
SMR이나 태양광 등 신사업 확장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실제로 지난 6월 루마니아 원자력공사와 루마니아 SMR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현재는 기본설계(FEED)를 공동 수행 중이다. 최근에는 유럽 SMR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스웨덴 SMR 개발회사인 '칸풀 넥스트'와도 손을 잡았다. 태양광의 경우 미국에서만 총 17.4GW의 태양광 ESS 개발 안건을 보유 중이며, 호주와 독일 등으로 대상 지역을 넓히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부문별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와 경쟁력을 바탕으로 연간 목표 달성 추진 중"이라며 "신사업 성과를 가시화하고 개발 운영사업을 비롯한 신규 사업모델 참여를 획대해 안정적인 실적 기반을 확보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 그렇게 번 돈, 주주들에겐 돌려주나요
삼성물산은 지난해 2월 관계사 배당수익의 60~70% 수준의 환원을 유지하고 보유 자사주 전량을 분할 소각한다는 내용의 3기(2023~2025년)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최소 주당 2천원을 배당하고 시가 3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모두 소각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힘 쓴다는 목표다.
시행 첫해인 올해는 배당정책 범위 내 최대 지급률인 관계사 배당수익의 70%를 재원으로 보통주는 주당 2,550원, 우선주는 2,600원 배당을 결의했다. 이는 전년 대비 10.9% 증가한 규모다. 자사주 역시 목표 금액인 3조원의 3분에 1에 해당하는 보통주 780만7,563주와 우선주 전량(15만9,835주)을 소각하고 내년과 내후년에도 780만7,563주의 보통주를 각각 소각할 예정이다.
다만 과도한 지분 가치 할인을 감안하면 이것으론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물산은 현재 삼성물산의 NAV 할인율은 지주회사 평균인 60%를 훌쩍 웃돈다. 통상 지주사들의 주가가 저평가되는 현상을 감안해도 지나치다는 분석이다. 실적도 좋고 관계사 부진 외에 악재가 없다면 할 수 있는 걸 안 한다는 뜻이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은 당장의 밸류업 공시 보다 다음 3개년 주주환원정책이 발표되는 2026년에 좀 더 구체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공유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높아진 주주환원 요구에도 분배 보다 성장에 방점을 둔 경영 전략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그간 강조한 신규 사업에서 가시적 성과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방서후기자 shbang@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