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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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퇴직연금 적립금이 역대 최대 규모인 381조원을 기록했다. 이중 원금과 이자가 보장되는 금융상품(원리금보장형)에 투자하는 경우가 80%를 넘었다. 이자 부담이 큰 대출 대신 노후를 위해 쌓아둔 퇴직연금을 중도에 헐어 집 장만에 나선 경우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16일 발표한 '2023년 퇴직연금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적립금은 381조원으로 전년 대비 13.9% 증가했다. 2015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 액수다. 두 자릿수 증가율도 이어졌다.

퇴직연금 도입 사업장은 43만6535개로 전년(43만6348개)과 유사한 수준이었다. 퇴직연금 가입 근로자는 714만4000명으로 2.8% 증가했다. 절대 숫자는 늘었지만, 도입률(26.4%)과 가입률(53.0%)은 각각 0.4%포인트, 0.2%포인트 감소했다.

종류별로는 확정급여형(DB·53.7%) 비중이 가장 컸다. DB형은 가입자의 퇴직급여 수준이 사전에 확정되고, 사용자가 적립금 운용의 주체가 되는 제도다. 가입자 본인이 적립금을 직접 운용하는 확정기여형(DC)이 25.9%, 개인형 퇴직연금(IRP)이 20.0% 비중을 차지했다. 1년 전가 비교해 DB형은 3.6%포인트 감소한 반면 DC형과 IRP는 각각 1.0%포인트, 2.6%포인트 증가했다.

적립금 운용방식별로 보면 원리금보장형(80.4%)이 압도적 비중을 차지했다. 기대 수익률이 낮은 원리금보장형에 퇴직연금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원리금보장형보다 기대 수익률이 높은 실적배당형은 12.8%에 그쳤다. 다만 1년 전과 비교하면 원리금보장형 비중은 5.1%포인트 감소하고, 실적배당형은 1.6%포인트 확대됐다.

퇴직연금 중도 인출자는 지난해 5만명에서 6만4000명으로 28.1% 증가했다. 중도 인출액은 1조7000억원에서 2조4000억원으로 40.0% 늘었다.

주택 구입을 위해 중도 인출한 인원이 52.7%로 가장 많았다. 주거 임차 보증금 마련은 27.5%, 회생 절차 목적은 13.6%였다. 인원 기준으로 20대 이하는 주거 임차, 나머지 연령대에선 주택 구입 목적의 중도 인출이 가장 많았다. 통계청 관계자는 "지난해 금리가 계속 높았던 탓에 대출받기 어려운 경우 쌓아둔 돈(퇴직연금 적립금)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