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절차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16일 서울 재동 헌재 정문 앞에서 한 시민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민경진 기자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절차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16일 서울 재동 헌재 정문 앞에서 한 시민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민경진 기자
16일 오전 찾은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앞은 삼엄한 분위기 감돌았다. 경찰 기동대는 정문 앞에 펜스를 치고 주변 질서를 정리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 맞은편에 장사진을 친 취재진과 유튜버들의 사이를 시민들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지나갔다.

이틀 전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접수한 헌재는 이날 재판관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심리 절차에 착수했다.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과 관련해 현직 재판관 전원이 모인 첫번째 자리로, 사실상 탄핵 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헌정 사상 세번째 현직 대통령 탄핵 심판을 맡게 된 헌재로 온 국민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윤 대통령을 응원하거나, 탄핵을 촉구하는 시민들도 이날 헌재 앞으로 모였다. 황순식 전국비상시국회의 대변인은 오전 10시 재판관 회의 시작과 함께 윤 대통령의 탄핵 인용을 촉구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시작했다. 그는 "당연히 탄핵이 인용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신속한 결정으로 윤 정권이 파탄시켜놓은 여러 경제 사회적인 문제들도 회복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바로 옆에선 참여불교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가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센터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국회를 장악해 법을 무력화시키고 폭압 정치를 하겠다는 황당한 발상을 실행에 옮겼다"며 "이런 사람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16일 헌재 앞에서 경찰이 '탄핵 반대'를 촉구하는 시민들에게 집회 시위 관련 규정을 따라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민경진 기자
16일 헌재 앞에서 경찰이 '탄핵 반대'를 촉구하는 시민들에게 집회 시위 관련 규정을 따라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민경진 기자
시민과 경력 간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탄핵 반대' 피켓을 든 대여섯 명 규모의 시민들이 정문 앞에서 단체 행동에 나서려고 하자 경찰이 이를 저지했다. 이들은 "각자 1인 시위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즉시 자리를 옮겨줄 것을 요구했고 시민들이 이에 응하면서 상황은 정리됐다. 헌재 100m 이내에서는 관련 법에 따라 집회와 시위가 금지된다.

탄핵 여론전은 사어버공간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헌법재판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탄핵'과 관련된 글이 폭증하고 있다. 지난 14일 600여 건이었던 자유게시판 게시글은 이날 정오 기준 4만 건을 넘겼다. 탄핵 찬성과 반대 취지의 게시글이 뒤섞여 있다. 게시글을 올린 이모씨는 "탄핵이 기각됐을 때 국민의 참담함과 우리나라 헌법의 근간이 되는 민주주의 원칙의 손상이 가져올 대한민국의 후퇴가 너무나도 두렵다"며 탄핵 인용을 촉구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