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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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진행된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는 20만 인파(경찰 비공식 추산)가 운집했다.

현장에선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 '다시 만난 세계', 에스파의 '위플래시', 로제의 'APT' 등 흥겨운 K팝이 연신 흘렀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에서 민중가요가 불렸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2030 여성들이 주축이 돼 응원봉을 들고 k팝을 부르는 시위 모습은 마치 시민축제를 방불케했다. 이 모습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자 한국인의 'K집회'가 또 한 번 주목받았다.

이런 가운데 중고거래 시장에서는 응원봉 품귀현상이 벌어졌다. 콘서트 현장 외에는 별다른 용도가 없었던 응원봉이 필수 시위용품으로 자리 잡으며 인기를 끈 것. 한 중고거래 앱 사용자는 "시위 참여하시는 분께 택배비만 받고 대여해 드리겠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개당 40000원~65000원에 달하는 응원봉을 임대하는 생소한 문화까지 생겨난 것.

AP통신은 14일(현지시간) 'K-Pop 응원봉이 한국 대통령 탄핵을 촉발한 시위를 장악했다' 제하의 기사에서 "이번 달 충격적인 계엄령 선포 이후 윤석열 대통령 축출을 요구하는 시위에 K팝 응원봉, 크리스마스 조명, 심지어 산타클로스 복장까지 등장했다"며 "윤 대통령의 짧게 끝난 12.3 (계엄)령은 대규모 시위를 촉발했고 독특한 시위 문화가 주목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AP는 "젊은 시위대는 전통적으로 음악 콘서트에서나 볼 수 있었던 K팝 응원봉을 들고 거리를 점령해 반대 목소리를 높이며 정치 시위의 새로운 트렌드를 시작했다"면서 "평소 은행가들로 가득했던 국회의사당 앞 여의도 금융가가 빛의 바다로 변모하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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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한 정체 모를(?) 응원봉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돼 화제가 됐다. 16일 올라온 이 글은 시위 참가자 A 씨가 다른 시위 참가자 B가 들고 있는 응원봉에 아무런 로고가 없는 것을 의아하게 여겨 질문한 뒤 들은 답을 장난기 섞어 전한 내용이다. 궁금함을 참을 수 없었던 A 씨는 B씨에게 "혹시 이거 누구 응원봉이냐"고 물어봤고 B 씨는 "아 성시경 건대 아무리 생각해도 2찍(보수)일거 같아서 안에 든 거 뜯었어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가수 성시경의 정치 성향이 보수파 지지자일 것이라는 추측 때문에 벌어진 에피소드다.

B 씨는 이어 "집에 다른 응원봉이 딱 하나 있는데 그건 임영웅 거라서 소지하지 못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져 웃음을 자아냈다.

최근 가수 임영웅이 탄핵 표결 당일 이 시국에 강아지 사진을 올리냐는 네티즌의 말에 "정치인도 아닌데"라고 답한 것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