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통상임금 '운명의 날'… 미리 보는 대법원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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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HO Insight
우리나라의 근로소득자, 즉 봉급을 받아 생활하는 사람은 2000만 명이 넘는다(2022년 기준). 이처럼 우리나라의 많은 국민들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그 근로의 대가로서 돈을 지급받아 생계를 영위한다. 근로자가 사용자로부터 지급받은 돈은 모두 임금이 아닐까 싶지만, 근로기준법상 임금이 무엇인지에 관한 해석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근로기준법은 '임금이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서 근로자에게 임금, 봉급, 그 밖의 어떠한 명칭으로든지 지급하는 일체의 금품'이라고 규정하면서, ‘평균임금’과 ‘통상임금’이라는 기준임금을 마련하고 있다. 그중 ‘통상임금’은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한 가산임금, 연차휴가수당 등을 산정하는 기준임금인데, 기본급에 비해 상여나 수당의 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들의 임금체계의 특성과 연장근로가 비교적 상시적으로 이루어지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통상임금이 갖는 중요성과 그에 대한 노사의 관심도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대법원은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인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밝히면서 통상임금의 판단기준에 관하여 매우 상세히 설시하였다(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 이하 ‘2013년 전합판결’). 당시 대법원은, ‘고정성’은 통상임금이 연장근로에 대한 가산임금을 산정하는 기준임금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미리 확정되어 있어야 한다는 요청에서 도출되는 본질적인 성질이고, ‘고정적인 임금’은 ‘임의의 날에 소정근로시간을 근무한 근로자가 그 다음 날 퇴직한다 하더라도 그 하루의 근로에 대한 대가로 당연하고도 확정적으로 지급받게 되는 최소한의 임금’이라고 정의하였다. 2013년 전합판결에 따르면 일정 근무일수를 충족해야만 지급되는 임금,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는 임금의 경우, 그러한 조건의 성취 여부는 임의의 날에 연장근로를 제공하는 시점에서 확정할 수 없는 불확실한 조건이므로, 고정성을 갖추지 못하여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
2013년 전합판결은 다양한 임금유형에 대한 통상임금 판단기준을 제시하였고, 이후 법원의 판결, 고용노동부 등 행정실무, 노동현장에서의 노사협상 실무는 그러한 통상임금 법리를 전제로 형성되고 전개되어 왔다. 그런데 2013년 전합판결에 대해 ‘고정성’의 경직된 적용으로 통상임금의 본질인 ‘소정근로의 대가성’을 경시하였다거나, 사용자로 하여금 재직조건의 부가 등을 통해 통상임금에서 제외되는 영역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통로를 열어 주었다는 등의 비판이 존재하였고, 특히 정기상여금에 부가된 재직조건의 효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9년 정기상여금에 부가된 재직조건 자체가 무효라는 이유로 ‘재직조건부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을 긍정한 서울고등법원 판결이 선고되자, 대법원은 이를 전원합의체에 회부하여 ‘재직조건부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에 관하여 심리해 왔고, 2024년에 이르러서는 ‘일정 근무일수조건부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이 쟁점인 사건을 추가로 전원합의체에 회부하였으며, 오는 19일 각 사건의 선고가 예정되어 있다.
2013년 전합판결이 선고된 지 약 11년만에, 해당 사건이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지 약 4년만에 대법원이 어떠한 결론을 내릴지가 초미의 관심사이고, 기존 하급심 판결을 통해 다음과 같은 3가지 안을 예상해 볼 수 있다.
먼저 기존의 결론을 그대로 유지하여 재직조건부 정기상여금, 근무일수조건부 정기상여금은 고정성을 결여하여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다. 2013년 전합판결은 통상임금 법리를 집대성하였고 이를 불과 10년여 만에 변경할 당위성과 필요성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가 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결론을 유지하면서도, 예외적으로 2013년 전합판결 선고 후 오로지 통상임금에서 배제할 의도에서 재직조건이나 근무일수조건을 부가하였다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볼 여지도 있다.
다음으로 정기상여금에 부가된 재직조건 자체를 무효라고 보아 재직조건이 탈락된 정기상여금은 고정성이 인정되므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다. 정기상여금의 기본급적 성격에 주목하여 그에 부가된 재직조건은 임금의 전액지급원칙 등 근로기준법상 강행규정에 위반된다거나 임금의 사전포기에 해당하여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주된 이유로 들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입장에 따를 때 정기상여금에 부가된 재직조건은 무조건 무효라고 선언하기보다는 재직조건을 두게 된 경위와 목적, 전체 임금 중 정기상여금이 차지하는 비중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재직조건의 효력을 판단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판시를 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마지막으로 통상임금의 개념징표인 ‘고정성’의 의미를 ‘사전확정성’에서 ‘지급예정성’으로 완화하여 해석하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재직조건의 유효성을 인정하면서도, 재직조건의 내용인 ‘퇴직’은 매우 예외적인 사정이므로 통상적인 근로자라면 그 정기상여금을 지급받을 것이 예정되어 있다고 보아, 재직조건부 정기상여금의 고정성을 인정할 수 있다. 이러한 논리를 일관하면 근무일수조건부 정기상여금의 경우에도 해당 근무일수조건을 통상적인 근로자라면 당연히 충족할 것인지를 각 사업장별로 구체적인 사정을 살펴 고정성 인정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3가지 안의 장단점과 예상되는 파급효는 어떨까. 먼저 1안에 따르면 2013년 전합판결을 신뢰하여 형성된 통상임금의 범위에 대한 법적안정성은 유지될 것이지만, 조건 설정 여부에 따라 기계적으로 통상임금성을 판단하여 구체적 타당성에 반한다는 비판과 대법원의 판단에 반기를 드는 하급심 판결은 계속될 수 있다.
2안은 재직조건 자체를 무효로 보기 때문에 기존 통상임금의 개념징표나 판단구조를 건드리지 않고 재직조건부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을 인정할 수 있으나, 노사자치에 의한 임금의 형성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문제점이 있고, 재직조건이 과연 근로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남는다. 2안에 따르면 개별 사업장에서 정기상여금에 부가된 재직조건이 무효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소송이 빗발칠 것이고, 재직조건이 무효가 되는 결과 연장근로수당의 차액 뿐 아니라 중도 퇴직 시 받지 못했던 상여금 자체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3안에 따르면 그동안 통상임금의 개념징표인 ‘고정성’을 재정립함으로써 기존 통상임금 법리의 전면적인 변경이 초래된다. 고정성을 완화하여 해석하면 재직조건에 대하여는 고정성을 인정할 수 있지만, 근무일수조건의 경우에는 해당 근무일수가 며칠인지, 각 사업장별 출근율이나 관행은 어떠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통상적인 근로자라면 당연히 충족할 조건인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법리가 나온다면 지급이 예정된 ‘정기상여금’이 아닌 ‘기타 수당’에도 영향을 미쳐 통상임금의 고정성을 다투는 분쟁의 새로운 국면이 열릴 수 있다고 보인다.
대법원이 어떠한 이유로든 2013년 전합판결을 변경한다면 그에 따라 형성되고 전개된 그동안의 노사관계에 막대한 혼란이 초래되고, 통상임금 소송과 인건비 증가에 따른 기업의 부담도 매우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드디어 선고될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통상임금 논쟁의 종식이 아닌 시발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박은정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근로기준법은 '임금이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서 근로자에게 임금, 봉급, 그 밖의 어떠한 명칭으로든지 지급하는 일체의 금품'이라고 규정하면서, ‘평균임금’과 ‘통상임금’이라는 기준임금을 마련하고 있다. 그중 ‘통상임금’은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한 가산임금, 연차휴가수당 등을 산정하는 기준임금인데, 기본급에 비해 상여나 수당의 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들의 임금체계의 특성과 연장근로가 비교적 상시적으로 이루어지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통상임금이 갖는 중요성과 그에 대한 노사의 관심도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대법원은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인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밝히면서 통상임금의 판단기준에 관하여 매우 상세히 설시하였다(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 이하 ‘2013년 전합판결’). 당시 대법원은, ‘고정성’은 통상임금이 연장근로에 대한 가산임금을 산정하는 기준임금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미리 확정되어 있어야 한다는 요청에서 도출되는 본질적인 성질이고, ‘고정적인 임금’은 ‘임의의 날에 소정근로시간을 근무한 근로자가 그 다음 날 퇴직한다 하더라도 그 하루의 근로에 대한 대가로 당연하고도 확정적으로 지급받게 되는 최소한의 임금’이라고 정의하였다. 2013년 전합판결에 따르면 일정 근무일수를 충족해야만 지급되는 임금,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는 임금의 경우, 그러한 조건의 성취 여부는 임의의 날에 연장근로를 제공하는 시점에서 확정할 수 없는 불확실한 조건이므로, 고정성을 갖추지 못하여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
2013년 전합판결은 다양한 임금유형에 대한 통상임금 판단기준을 제시하였고, 이후 법원의 판결, 고용노동부 등 행정실무, 노동현장에서의 노사협상 실무는 그러한 통상임금 법리를 전제로 형성되고 전개되어 왔다. 그런데 2013년 전합판결에 대해 ‘고정성’의 경직된 적용으로 통상임금의 본질인 ‘소정근로의 대가성’을 경시하였다거나, 사용자로 하여금 재직조건의 부가 등을 통해 통상임금에서 제외되는 영역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통로를 열어 주었다는 등의 비판이 존재하였고, 특히 정기상여금에 부가된 재직조건의 효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9년 정기상여금에 부가된 재직조건 자체가 무효라는 이유로 ‘재직조건부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을 긍정한 서울고등법원 판결이 선고되자, 대법원은 이를 전원합의체에 회부하여 ‘재직조건부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에 관하여 심리해 왔고, 2024년에 이르러서는 ‘일정 근무일수조건부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이 쟁점인 사건을 추가로 전원합의체에 회부하였으며, 오는 19일 각 사건의 선고가 예정되어 있다.
2013년 전합판결이 선고된 지 약 11년만에, 해당 사건이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지 약 4년만에 대법원이 어떠한 결론을 내릴지가 초미의 관심사이고, 기존 하급심 판결을 통해 다음과 같은 3가지 안을 예상해 볼 수 있다.
먼저 기존의 결론을 그대로 유지하여 재직조건부 정기상여금, 근무일수조건부 정기상여금은 고정성을 결여하여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다. 2013년 전합판결은 통상임금 법리를 집대성하였고 이를 불과 10년여 만에 변경할 당위성과 필요성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가 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결론을 유지하면서도, 예외적으로 2013년 전합판결 선고 후 오로지 통상임금에서 배제할 의도에서 재직조건이나 근무일수조건을 부가하였다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볼 여지도 있다.
다음으로 정기상여금에 부가된 재직조건 자체를 무효라고 보아 재직조건이 탈락된 정기상여금은 고정성이 인정되므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다. 정기상여금의 기본급적 성격에 주목하여 그에 부가된 재직조건은 임금의 전액지급원칙 등 근로기준법상 강행규정에 위반된다거나 임금의 사전포기에 해당하여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주된 이유로 들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입장에 따를 때 정기상여금에 부가된 재직조건은 무조건 무효라고 선언하기보다는 재직조건을 두게 된 경위와 목적, 전체 임금 중 정기상여금이 차지하는 비중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재직조건의 효력을 판단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판시를 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마지막으로 통상임금의 개념징표인 ‘고정성’의 의미를 ‘사전확정성’에서 ‘지급예정성’으로 완화하여 해석하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재직조건의 유효성을 인정하면서도, 재직조건의 내용인 ‘퇴직’은 매우 예외적인 사정이므로 통상적인 근로자라면 그 정기상여금을 지급받을 것이 예정되어 있다고 보아, 재직조건부 정기상여금의 고정성을 인정할 수 있다. 이러한 논리를 일관하면 근무일수조건부 정기상여금의 경우에도 해당 근무일수조건을 통상적인 근로자라면 당연히 충족할 것인지를 각 사업장별로 구체적인 사정을 살펴 고정성 인정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3가지 안의 장단점과 예상되는 파급효는 어떨까. 먼저 1안에 따르면 2013년 전합판결을 신뢰하여 형성된 통상임금의 범위에 대한 법적안정성은 유지될 것이지만, 조건 설정 여부에 따라 기계적으로 통상임금성을 판단하여 구체적 타당성에 반한다는 비판과 대법원의 판단에 반기를 드는 하급심 판결은 계속될 수 있다.
2안은 재직조건 자체를 무효로 보기 때문에 기존 통상임금의 개념징표나 판단구조를 건드리지 않고 재직조건부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을 인정할 수 있으나, 노사자치에 의한 임금의 형성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문제점이 있고, 재직조건이 과연 근로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남는다. 2안에 따르면 개별 사업장에서 정기상여금에 부가된 재직조건이 무효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소송이 빗발칠 것이고, 재직조건이 무효가 되는 결과 연장근로수당의 차액 뿐 아니라 중도 퇴직 시 받지 못했던 상여금 자체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3안에 따르면 그동안 통상임금의 개념징표인 ‘고정성’을 재정립함으로써 기존 통상임금 법리의 전면적인 변경이 초래된다. 고정성을 완화하여 해석하면 재직조건에 대하여는 고정성을 인정할 수 있지만, 근무일수조건의 경우에는 해당 근무일수가 며칠인지, 각 사업장별 출근율이나 관행은 어떠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통상적인 근로자라면 당연히 충족할 조건인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법리가 나온다면 지급이 예정된 ‘정기상여금’이 아닌 ‘기타 수당’에도 영향을 미쳐 통상임금의 고정성을 다투는 분쟁의 새로운 국면이 열릴 수 있다고 보인다.
대법원이 어떠한 이유로든 2013년 전합판결을 변경한다면 그에 따라 형성되고 전개된 그동안의 노사관계에 막대한 혼란이 초래되고, 통상임금 소송과 인건비 증가에 따른 기업의 부담도 매우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드디어 선고될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통상임금 논쟁의 종식이 아닌 시발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박은정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