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연극 도전하는 백승환 감독··· "무대서 익힌 것들 영화에 입히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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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백승환 감독
영화 배급에서 기획, 제작, 연출
이제는 연극 연출까지···
영화 <큰 엄마의 미친 봉고>, <더블 패티> 등
독립영화로 관객 만나와
대학로 <민초: 횃불을 들어브러>로
첫 연극 연출 맡아··· 현대적으로 각색
영화 배급에서 기획, 제작, 연출
이제는 연극 연출까지···
영화 <큰 엄마의 미친 봉고>, <더블 패티> 등
독립영화로 관객 만나와
대학로 <민초: 횃불을 들어브러>로
첫 연극 연출 맡아··· 현대적으로 각색
영화의 배급, 배급에서 기획, 기획에서 제작, 제작에서 연출로.
백승환 감독이 영화산업에서 활약했던 여정은 매우 흥미롭다. 그는 어느 날 산업의 전선을 떠나 최종적으로는 영화를 만드는 업을 택했다. 그의 첫 데뷔 단편 <대리 드라이버>는 서울독립영화제와 미장센 단편 영화제를 포함 유수의 영화제에서 환영받았고, 이후로 그는 <큰 엄마의 미친 봉고>, <더블 패티> 등 작지만 재기발랄한 독립영화들로 꾸준히 (창작자로서) 관객을 만나오는 중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대학로’를 무대로 다시금 변신을, 그리고 확장을 시도한다. 바로 <민초: 횃불을 들어브러>의 연출자로서다. <민초: 횃불을 들어브러>는 탐관오리에 맞서는 농민의 이야기를 다룬 공연으로 2017년에 초연된 바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시의성을 기표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12월 17일 첫 공연을 앞둔 백승환 감독을 대학로에서 만나 그의 영화 여정을, 그리고 이번 작품과 의미에 대한 전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 영화감독으로는 특이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CJ ENM에서 배급을, 쇼박스에서는 제작 업무를 맡지 않았나 (비슷한 배경을 가진 감독으로 <청년 경찰>의 김주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김용훈 감독이 있다). 회사원에서 영화감독으로의 전환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었는지.
"(사실 직장을 다니는 동안에는 그런 생각을 본격적으로 해 본 적은 없던 것 같지만) 10년 정도 회사 생활을 하고 나니 어느 순간 이제 내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회사를 그만두고 제작사를 차려서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2017) 라는 작품을 제작했다. 이 작품 이후에 직원들에게 나만의 작품, 그러니까 내가 연출하는 작품을 딱 한 편만 해보겠다는 일종의 선언을 하고 만든 단편이 <대리 드라이버>다. 돌이켜보면 늘 영화를 만드는 현장이나 과정에 있었고, 자연스럽게 나도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의식이 있었던 것 같다. "
▷ 조연출의 과정을 거치거나 혹은 다른 현장의 경험 없이 영화 연출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실질적인 영화연출 트레이닝은 어떤 형식으로 받았나.
"대학교 때 뮤직비디오의 조감독을 한 적이 있긴 하다. 그렇지만 말씀하신 대로 본격적으로 영화를 연출한 경험은 전무했다. 다만 회사에 속해서 만드는 영화 제작 과정에서 현장에 매일 참여했고, 일거수일투족을 경험하면서 많은 것들을 익힐 수 있었던 것 같다."
▷ 처음으로 연출한 단편 <대리 드라이버>(2017) 가 서독제에서 조명을 받으면서 성공적인 데뷔를 했다. 이 작품은 어떻게 탄생했나.
"실제 경험에서 탄생한 것이다. 언젠가 마동석 배우와 술을 마시고 돌아오던 날 대리 운전기사님을 만나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학교 선배였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언제 한번 술을 함께 하자고 하고 헤어졌다. 재미있는 것은 아침에 일어나보니 서로 연락처를 나누지도 않았더라. 영화의 발상은, 내가 만약 연락처를 나누었더라면, 그리고 정말 만나게 되었다면 하는 상상에서 시작했다." ▷ 이후로 짧은 <큰 엄마의 미친 봉고>, <더블 패티>, <메리 드라이버: 더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의 독립영화들을 꾸준히 만들어 오면서 비교적 짧은 기간에 영화감독으로 자리를 잡고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회사에 있을 때는 주로 큰 상업영화를 프로젝트를 맡았는데 감독이 되면서 독립영화에 주력하고 있지 않나. 개인적으로는 독립영화를 더 좋아했던 것인가?
"대학교를 졸업하고 실질적으로 가게 된 회사는 CJ지만 정말로 가고 싶었던 회사는 '인디스토리(독립영화 배급사)'였다. 지금은 인디스토리 대표님이신 곽용수 대표에게 나를 그때 안 뽑아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늘 한다(웃음). 그 정도로 독립영화를 좋아했고, CJ에 재직 당시에도 <파수꾼>같은 독립영화 프로젝트를 도맡아 작업했다. 지금도 <미망>(김태양, 2023) 이나 <장손>(오정민, 2024)같은 수려한 독립영화들을 보면 피가 끓는다. 늘 독립영화는 내 정체성의 한 부분을 차지했던 것 같다."
▷ 막상 감독이 되고 보니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달리 보이는 것들이 있는지.
"내가 기획이나 배급 파트에서 일했던 사람이어서 그런지 다른 감독들보다는 후반 작업에 더 공을 많이 들이는 편이다. 다시 말해 영화사 경험이 없는 감독들보다는 배급이나 홍보 전반의 이해와 네트워크가 조금 더 있어서 영화의 배급, 즉 관객을 만나게 되는 과정까지 더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편이다."
▷ 이제 막 마친 작품 <온리 갓 노우즈 에브리띵>(개봉 미정, 트리플 픽쳐스 배급)이 이미 다수의 해외 영화제에 초청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작품은 어떤 작품인가?
"이전의 작품들이 발랄하고, 코미디적이거나 판타지적인 경향이 강했다면 이번 작품은 다소 어두운 톤의 미스터리 장르 영화다. 엄마를 잃고 자란 사제가 충격적인 고해를 받으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원작의 각색을 직접 했다. 영화의 주연은 전작인 <더블 패티>의 신승호 배우가 맡았다." ▷ 오늘 인터뷰의 가장 큰 화두이기도 한 공연 이야기를 해보자. 영화감독으로서 도전하는 첫 연극 연출이다. 연극에 도전하게 된 배경은?
"첫 단편 <대리 드라이버>의 엔딩도 뮤지컬이었고, <삼선 의원>이라는 단편 역시 연극 무대에서 찍은 영상을 단편으로 만든 것이었다. 장편, <메리 드라이버: 더 뮤지컬> 역시 관객을 두고 찍진 않았지만 완전한 뮤지컬 공연의 형태로 만든 것이라서 사실상 공연 연출이 처음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만큼 뮤지컬이나 공연을 좋아하게 된 것은 학교를 이 동네에서(대학로) 다녀서 그런 것 같다. 성균관대학교를 다니면서 대학로 공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오랜 시간 동안 공연을 지켜보면서 언젠가는 대학로에서 무언가를 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 이번에 올리는 공연 <민초: 횃불을 들어브러>은 어떻게 시작된 프로젝트인가? (<민초: 횃불을 들어브러>는 조선말 동학농민운동을 배경으로 탐관오리의 온갖 악행을 견디지 못한 농민들이 폭정에 항거해 봉기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원작을 직접 볼 기회가 있었다. 공연이 매우 좋았고 해외에서도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연극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동생(백주환 배우)의 주선으로 연출자를 만나게 되었는데 그때 이 공연의 해외 프로모터를 내가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연출자는 역으로 내게 직접 연출을 한번 해보겠냐고 제안했고, 내가 응한 것이다."
▷ 초연을 했던 작품인데 백승환 연출의 버전은 어떤 점이 다를까.
"원작이 동학운동이 일어난 실제 시간과 역사적 배경에 비교적 충실했다면 나는 2024년의 시의성을 많이 포함하고, 현대적으로 각색했다. 이번 버전에서는 조금 더 모던한 느낌을 내고 싶었던 것 같다. 무대 미술도 기존의 사극 세트가 아닌 큐브를 이용하여 기하학적인 특성을 더하고 음악적인 요소 역시 기존의 공연보다 북 연주를 더 두드러지게 해서 웅장함을 더했다." ▷ 공교롭게도 내란 사건 이후의 공개인데 공연의 내용을 생각하면 타이밍이 절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사실 준비 중에 그런 사건이 일어나서 이 공연을 못 올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염려를 많이 했다. 지금은 다행히도 한고비를 넘긴 시점에서 공연이 시작되는 것이라 오히려 관객들 입장에서는 현재의 상황과 중첩해서 더 입체적으로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 공연 연출을 하면서 영화 연출과 가장 다르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어떤 부분인가?
"연출의 방법이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사실 이젠 모든 것이 크로스 오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한국의 영화도 그렇지만 뮤지컬과 스테이지 예술이 거의 세계적인 수준이다. 해외 프로듀서들도 한국의 무대를 주요한 시장, 혹은 플랫폼으로 고려하고 있다. 오히려 내가 하는 영화적인 커리어를 무대로 옮겨가거나, 무대에서 익힌 것들을 영화적으로 대입하는 그런 복합적인 방식을 추구하고자 한다. "
▷ 이번 공연이 잘 안돼도 또 하실 건지 (웃음).
"매우 그렇다 (웃음). 이제는 동생이랑 사업자 등록을 해버려서 이젠 돌이킬 수가 없다. 적어도 1년에 한 번씩 공연을 올리자고 결심했다." 소극장이 모여 있는 대학로의 한 복판에서 진행된 인터뷰는 백승환 감독의 커리어 만큼이나 다채롭고 생기 넘치는 시간이었지만 모두가 안고 있는 분노와 불안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는 시기였다. 지금, 다행히도 우리는 일상의 시계를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이 ‘민초의 힘’이 만들어 낸 기적이다. 민초의 정치, 민초의 예술은 영원하다.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
백승환 감독이 영화산업에서 활약했던 여정은 매우 흥미롭다. 그는 어느 날 산업의 전선을 떠나 최종적으로는 영화를 만드는 업을 택했다. 그의 첫 데뷔 단편 <대리 드라이버>는 서울독립영화제와 미장센 단편 영화제를 포함 유수의 영화제에서 환영받았고, 이후로 그는 <큰 엄마의 미친 봉고>, <더블 패티> 등 작지만 재기발랄한 독립영화들로 꾸준히 (창작자로서) 관객을 만나오는 중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대학로’를 무대로 다시금 변신을, 그리고 확장을 시도한다. 바로 <민초: 횃불을 들어브러>의 연출자로서다. <민초: 횃불을 들어브러>는 탐관오리에 맞서는 농민의 이야기를 다룬 공연으로 2017년에 초연된 바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시의성을 기표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12월 17일 첫 공연을 앞둔 백승환 감독을 대학로에서 만나 그의 영화 여정을, 그리고 이번 작품과 의미에 대한 전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 영화감독으로는 특이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CJ ENM에서 배급을, 쇼박스에서는 제작 업무를 맡지 않았나 (비슷한 배경을 가진 감독으로 <청년 경찰>의 김주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김용훈 감독이 있다). 회사원에서 영화감독으로의 전환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었는지.
"(사실 직장을 다니는 동안에는 그런 생각을 본격적으로 해 본 적은 없던 것 같지만) 10년 정도 회사 생활을 하고 나니 어느 순간 이제 내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회사를 그만두고 제작사를 차려서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2017) 라는 작품을 제작했다. 이 작품 이후에 직원들에게 나만의 작품, 그러니까 내가 연출하는 작품을 딱 한 편만 해보겠다는 일종의 선언을 하고 만든 단편이 <대리 드라이버>다. 돌이켜보면 늘 영화를 만드는 현장이나 과정에 있었고, 자연스럽게 나도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의식이 있었던 것 같다. "
▷ 조연출의 과정을 거치거나 혹은 다른 현장의 경험 없이 영화 연출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실질적인 영화연출 트레이닝은 어떤 형식으로 받았나.
"대학교 때 뮤직비디오의 조감독을 한 적이 있긴 하다. 그렇지만 말씀하신 대로 본격적으로 영화를 연출한 경험은 전무했다. 다만 회사에 속해서 만드는 영화 제작 과정에서 현장에 매일 참여했고, 일거수일투족을 경험하면서 많은 것들을 익힐 수 있었던 것 같다."
▷ 처음으로 연출한 단편 <대리 드라이버>(2017) 가 서독제에서 조명을 받으면서 성공적인 데뷔를 했다. 이 작품은 어떻게 탄생했나.
"실제 경험에서 탄생한 것이다. 언젠가 마동석 배우와 술을 마시고 돌아오던 날 대리 운전기사님을 만나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학교 선배였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언제 한번 술을 함께 하자고 하고 헤어졌다. 재미있는 것은 아침에 일어나보니 서로 연락처를 나누지도 않았더라. 영화의 발상은, 내가 만약 연락처를 나누었더라면, 그리고 정말 만나게 되었다면 하는 상상에서 시작했다." ▷ 이후로 짧은 <큰 엄마의 미친 봉고>, <더블 패티>, <메리 드라이버: 더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의 독립영화들을 꾸준히 만들어 오면서 비교적 짧은 기간에 영화감독으로 자리를 잡고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회사에 있을 때는 주로 큰 상업영화를 프로젝트를 맡았는데 감독이 되면서 독립영화에 주력하고 있지 않나. 개인적으로는 독립영화를 더 좋아했던 것인가?
"대학교를 졸업하고 실질적으로 가게 된 회사는 CJ지만 정말로 가고 싶었던 회사는 '인디스토리(독립영화 배급사)'였다. 지금은 인디스토리 대표님이신 곽용수 대표에게 나를 그때 안 뽑아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늘 한다(웃음). 그 정도로 독립영화를 좋아했고, CJ에 재직 당시에도 <파수꾼>같은 독립영화 프로젝트를 도맡아 작업했다. 지금도 <미망>(김태양, 2023) 이나 <장손>(오정민, 2024)같은 수려한 독립영화들을 보면 피가 끓는다. 늘 독립영화는 내 정체성의 한 부분을 차지했던 것 같다."
▷ 막상 감독이 되고 보니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달리 보이는 것들이 있는지.
"내가 기획이나 배급 파트에서 일했던 사람이어서 그런지 다른 감독들보다는 후반 작업에 더 공을 많이 들이는 편이다. 다시 말해 영화사 경험이 없는 감독들보다는 배급이나 홍보 전반의 이해와 네트워크가 조금 더 있어서 영화의 배급, 즉 관객을 만나게 되는 과정까지 더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편이다."
▷ 이제 막 마친 작품 <온리 갓 노우즈 에브리띵>(개봉 미정, 트리플 픽쳐스 배급)이 이미 다수의 해외 영화제에 초청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작품은 어떤 작품인가?
"이전의 작품들이 발랄하고, 코미디적이거나 판타지적인 경향이 강했다면 이번 작품은 다소 어두운 톤의 미스터리 장르 영화다. 엄마를 잃고 자란 사제가 충격적인 고해를 받으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원작의 각색을 직접 했다. 영화의 주연은 전작인 <더블 패티>의 신승호 배우가 맡았다." ▷ 오늘 인터뷰의 가장 큰 화두이기도 한 공연 이야기를 해보자. 영화감독으로서 도전하는 첫 연극 연출이다. 연극에 도전하게 된 배경은?
"첫 단편 <대리 드라이버>의 엔딩도 뮤지컬이었고, <삼선 의원>이라는 단편 역시 연극 무대에서 찍은 영상을 단편으로 만든 것이었다. 장편, <메리 드라이버: 더 뮤지컬> 역시 관객을 두고 찍진 않았지만 완전한 뮤지컬 공연의 형태로 만든 것이라서 사실상 공연 연출이 처음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만큼 뮤지컬이나 공연을 좋아하게 된 것은 학교를 이 동네에서(대학로) 다녀서 그런 것 같다. 성균관대학교를 다니면서 대학로 공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오랜 시간 동안 공연을 지켜보면서 언젠가는 대학로에서 무언가를 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 이번에 올리는 공연 <민초: 횃불을 들어브러>은 어떻게 시작된 프로젝트인가? (<민초: 횃불을 들어브러>는 조선말 동학농민운동을 배경으로 탐관오리의 온갖 악행을 견디지 못한 농민들이 폭정에 항거해 봉기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원작을 직접 볼 기회가 있었다. 공연이 매우 좋았고 해외에서도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연극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동생(백주환 배우)의 주선으로 연출자를 만나게 되었는데 그때 이 공연의 해외 프로모터를 내가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연출자는 역으로 내게 직접 연출을 한번 해보겠냐고 제안했고, 내가 응한 것이다."
▷ 초연을 했던 작품인데 백승환 연출의 버전은 어떤 점이 다를까.
"원작이 동학운동이 일어난 실제 시간과 역사적 배경에 비교적 충실했다면 나는 2024년의 시의성을 많이 포함하고, 현대적으로 각색했다. 이번 버전에서는 조금 더 모던한 느낌을 내고 싶었던 것 같다. 무대 미술도 기존의 사극 세트가 아닌 큐브를 이용하여 기하학적인 특성을 더하고 음악적인 요소 역시 기존의 공연보다 북 연주를 더 두드러지게 해서 웅장함을 더했다." ▷ 공교롭게도 내란 사건 이후의 공개인데 공연의 내용을 생각하면 타이밍이 절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사실 준비 중에 그런 사건이 일어나서 이 공연을 못 올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염려를 많이 했다. 지금은 다행히도 한고비를 넘긴 시점에서 공연이 시작되는 것이라 오히려 관객들 입장에서는 현재의 상황과 중첩해서 더 입체적으로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 공연 연출을 하면서 영화 연출과 가장 다르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어떤 부분인가?
"연출의 방법이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사실 이젠 모든 것이 크로스 오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한국의 영화도 그렇지만 뮤지컬과 스테이지 예술이 거의 세계적인 수준이다. 해외 프로듀서들도 한국의 무대를 주요한 시장, 혹은 플랫폼으로 고려하고 있다. 오히려 내가 하는 영화적인 커리어를 무대로 옮겨가거나, 무대에서 익힌 것들을 영화적으로 대입하는 그런 복합적인 방식을 추구하고자 한다. "
▷ 이번 공연이 잘 안돼도 또 하실 건지 (웃음).
"매우 그렇다 (웃음). 이제는 동생이랑 사업자 등록을 해버려서 이젠 돌이킬 수가 없다. 적어도 1년에 한 번씩 공연을 올리자고 결심했다." 소극장이 모여 있는 대학로의 한 복판에서 진행된 인터뷰는 백승환 감독의 커리어 만큼이나 다채롭고 생기 넘치는 시간이었지만 모두가 안고 있는 분노와 불안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는 시기였다. 지금, 다행히도 우리는 일상의 시계를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이 ‘민초의 힘’이 만들어 낸 기적이다. 민초의 정치, 민초의 예술은 영원하다.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