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은 부동산에 악재일까?…8년전 주택시장 살펴보니
정책 리스크 커진 부동산 시장
8년 전 탄핵 때도 '거래 실종'
시장 불안에 매수보단 매도 우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진행된 지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탄핵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모여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최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진행된 지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탄핵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모여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최혁 기자
여전한 고금리에 강화된 대출 규제, 높아진 공사비로 꽁꽁 얼었던 부동산 시장이 탄핵 정국이라는 또 다른 폭탄에 직면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이 이어지는 사이 주택 공급 대책은 실종 위기에 놓였다. 야당 주도의 임대차법 강화 전망에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장기 보유했던 집주인마저 매도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분석에 전문가들은 시장 침체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대부분 주택 정책 ‘전면 중단’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단지. 뉴스1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단지. 뉴스1
16일 국토교통부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국토부를 비롯해 정부가 추진 중인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안과 공급 대책의 중단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토부는 도심 내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재개발·재건축 촉진에 관한 특례법을 비롯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등을 추진 중이다. 지난달 발표한 수도권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에 이어 내년에도 추가 해제 발표를 앞두고 있다. 수도권 3기 신도시 내 추가 공급 등의 대책도 검토 중인 상황이다.

그러나 이들 대책이 실제 공급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의문이 적지 않다. 당장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로 국정 동력이 상실된 데다가 야당 주도로 부동산 입법 논의가 흘러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수도권 1기 신도시 선도지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제도 개선 등의 정책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민간에선 PF 경색으로 인한 공급난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수요자 대출 규제를 강화한 상태에서 탄핵 정국을 맞으며 강화 기조가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국토부 내에서도 불안해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당직자는 “사실상 추가 공급 대책이 없을 수 있다는 걱정도 한다”며 “예정된 대책 발표를 제때 하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정권이 바뀌면 지속 여부는 불투명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집주인 ‘매도’ 늘었다는데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주택 매매시장도 탄핵 정국을 피해 가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대출 규제와 불안 심리가 겹치면서 매수세는 낮아지고, 매도하려는 사람은 늘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서울 아파트 주택가격심리지수의 매수세는 1.5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치다.
매수세가 위축된 이유는 대출 규제로 집을 구매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수요자가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매도세는 높아지고 있다. 매도세는 67.2로 매주 증가세다. 특히 주택을 장기 보유한 집주인 사이에서 시장이 더 나빠지기 전에 주택을 매매하려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집합건물을 매도한 사람 중 30.5%가 10년 이상 보유한 장기 보유자였다. 202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다. 매수세는 줄고 매도세가 강해지면 시장 불안이 커지면서 가격 변동 폭도 커질 수밖에 없다.

시장 불균형은 거래량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는 3000건을 채 넘기지 못했다. 가집계기 때문에 추가 거래가 보고될 순 있지만, 지난 7월(7828건)과 비교하면 확연히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8년 전 탄핵 때도 ‘빙하기’

사진=뉴스1
사진=뉴스1
업계에선 이번 탄핵 정국 부동산 시장이 8년 전과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기 직전인 2016년 11월 주택 거래량은 10만2888건이었으나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12월엔 8만8601건으로 전월 대비 13.9% 감소했다. 2017년 1월은 5만8539건으로 떨어졌다. 떨어진 거래량은 헌재 탄핵 결정이 나온 그해 3월 7만7310건으로 회복했다.

지난 탄핵 당시엔 아파트 거래 가격도 일시적으로 하락했다. 당시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2016년 10월 전월 대비 0.69% 상승세를 보였으나 2016년 12월 -0.33%를 기록하며 하락했다. 이듬해 1월에도 -0.31%로 전월 대비 하락세를 이어갔다. 특히 가격에 민감한 서울은 같은 기간 각각 -0.60%, -0.28%씩 떨어졌다. 반대로 2017년 3월 헌재가 탄핵을 결정한 직후엔 전국 아파트 가격이 0.17% 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는 “불확실성 해소에 따라 하락했던 매매가격이 헌재의 탄핵 인용 후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현재 시장 역시 거래량이나 매매 가격이 지금 약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다시 소폭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