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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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주요 은행들은 2025년 후반부터는 달러 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정책과 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의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16일(미국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모건 스탠리와 JP모건체이스 소시에테 제네럴 등 주요 은행의 전략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데 따르면 이들은 달러가 내년 중반에 정점을 찍은 후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다.

소시에테 제네럴은 ICE미국달러지수가 내년말에 6%까지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블룸버그 달러현물지수는 올해 지금까지 약 6.3% 상승했다. 미국의 강력한 경제 데이터와 트럼프의 대선 승리까지 가세해 9년만에 가장 크게 올랐다.

달러는 특히 트럼프의 관세와 감세가 인플레이션을 자극, 연준의 내년 금리 인하 여건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상으로 트럼프 당선 이후 크게 올랐다.

블룸버그가 12월 10일 상품선물거래위원회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정한 결과 투기적 트레이더들은 달러에 대해 약 240억 달러의 롱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5월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모건 스탠리의 통화 전략가인 매튜 혼바흐와 제임스 로드는 그럼에도 달러가 내년 연말에는 현 수준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은 미국의 실질 금리 하락과 위험 선호 현상 개선이 결합돼 내년에 달러 약세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의 공격적인 무역관과 관세 폭탄 위협에 의한 달러 강세는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이미 선반영됐다는 점도 통화 전략가들이 공통으로 지적하고 있다.

트럼프가 멕시코와 캐나다 상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 이후 멕시코 페소와 캐나다 달러가 하락했다. 무역전쟁에 대비해 유로와 중국 위안화 등은 이미 약세를 보이고 있다. 유로는 미국 대선 이후 11월에 2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져 패리티에 가까워졌다.

MSCI의 신흥시장 통화지수는 이미 4개월만에 최저치로 거래되고 있다.

씨티그룹의 다니엘 토본 등 전략가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무역 전쟁이 트럼프의 말 그대로 실현될지에 대해서도 두고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달러 강세론자들은 트럼프의 무역관이 본질적으로 달러를 지지한다는 견해를 기반으로 롱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

지난 트럼프 1기를 살펴봐도 내년에는 달러 약세 가능성이 높다. 달러는 트럼프 당선 직후인 2016년 엄청난 상승세를 보인 후 그 다음 해 미국 경제가 모멘텀을 잃으면서 블룸버그 달러 지수가 기록상 가장 큰 연간 하락세를 보였다.

내년에 달러화 강세를 예상하고 있는 옵션 시장도 트럼프의 승리후에 나타난 상승 기대감을 다소 누그러 뜨리고 있다.

포인트72 자산 관리의 전략가이자 경제학자인 소피아 드로소스는 달러 강세에 긍정적인 뉴스 대부분이 이미 반영됐다고 말했다.

그는 미연준보다 먼저 금리 인하에 나섰고 내년에는 연준보다 적게 금리를 인하할 유럽중앙은행과 영란은행의 움직임을 감안하면 유로와 파운드화가 내년 이후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 금리 전략가들은 내년에 미국 국채 금리가 다른 나라들보다 더 빨리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달러에 유리하게 작용해 온 금리 차이가 줄어든다는 뜻이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무역 정책이 실제 시행되는 것 역시 달러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론적으로 관세는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수입 상품의 가격을 급등시켜 인플레이션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의 경제학자인 배리 아이켄그린은 “미국 자동차 산업에 특히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관세로 철강과 알루미늄의 가격이 오르면 수입 금속재 원가가 크게 오른다는 것이다.

글로벌 FX 전략 공동 책임자인 미라 찬단이 이끄는 JP모건 분석가들은 "감세로 예산 적자가 확대되고 미국채의 기간 프리미엄이 올라갈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연준이 금리를 예상보다 더 인하하면 달러 약세가 예상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