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첫 번째 임기 첫 해인 2017년 백악관에서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지명자인 제롬 파월의 연설을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첫 번째 임기 첫 해인 2017년 백악관에서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지명자인 제롬 파월의 연설을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
미국 중앙은행(Fed)이 17~18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하지만 속도 조절을 암시하는 '매파적 인하'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은 향후 큰 폭의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유로 대비 달러 강세가 확대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기 행정부 때처럼 Fed에 달러 약세를 압박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Fed '매파적 인하'할 듯"

1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주 제롬 파월 Fed 의장의 한 가지 옵션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뒤 중앙은행이 더 천천히 금리를 내릴 준비가 돼 있다고 강하게 암시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Fed는 올해 하반기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목표치인 2%에 가까워지는 동시에 노동시장이 냉각되자 지난 9월 0.5%포인트, 10월 0.25%포인트의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예상치 못한 활황을 맞으면서 물가는 반등 추세다. 이날 발표된 12월 S&P 미국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6.6으로 전월 대비 2포인트 상승했다. 3년 만에 최고치다. 지난 9월 2.4%까지 떨어진 CPI 상승률은 10월 2.6%, 11월 2.7%로 올랐다.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은 물가를 더 끌어 올릴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인 관세 인상은 수입품의 국내 가격을 높일 수 있다. 또 불법이민자 추방은 노동력 부족을 초래해 인건비를 상승시킨다. 최근에는 비트코인과 미국 증시 급등으로 인한 자산 효과도 발생하고 있다.

이에 일부 매파(통화 긴축 선호) Fed 이사는 이번 FOMC에서 금리 인하를 반대한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미셸 보우먼 Fed 이사는 지난 6일 "정책금리를 너무 빠르게 인하하면 수요를 불필요하게 자극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재점화할 수 있다"라며 신중론을 제기했다. 기준금리를 과도하게 낮출 경우 물가 상승률이 향후 4~5년간 목표치를 웃돌 수 있다는 게 매파들의 우려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Fed워치에 따르면 선물 시장은 Fed가 이번 FOMC에서 기준금리를 현재 연 4.5~4.75%에서 연 4.25~4.5%로 0.25%포인트 내릴 확률을 95.4%로 예상한다. 동결 확률은 4.6%다. 또 시장 참여자의 79.9%는 내년 1월 금리를 연 4.25~4.5%로 예측했다.

"ECB 금리 1.5%P 인하"

반면 유럽은 경기 침체와 지속적인 물가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기준금리를 꾸준히 인하하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날 "앞으로 들어오는 지표로 우리 기준이 계속 확인된다면 방향은 분명하며 금리를 더 낮출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의 충격이 사라지면서 인플레이션 리스크도 바뀌고 있다"라며 "예상보다 약한 성장 전망과 지정학적 사건에서 비롯한 불확실성 증가가 (물가) 하방 리스크"라고 설명했다.

유럽의 주축인 독일과 프랑스는 최근 경기 침체에 정치 불안까지 겹치며 성장 동력을 잃고 있다. 이날 프랑스 중앙은행은 내년 프랑스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2%에서 0.9%로 하향 조정했다. 긴축 예산과 정치적 불확실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OECD는 지난 4일 독일 2025년 성장률 전망치를 1.1%에서 0.7%로 낮췄다.

시장에서는 ECB가 내년 상반기 정책금리를 1%포인트 인하하고 하반기에 추가 인하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자산운용사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은 ECB가 현재 연 3%인 예금금리를 내년 1.5%까지 인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벌어지는 美-EU 금리 차…8년 전 트럼프의 분노 다시 시작되나

1유로=1달러 선 무너지나

이러한 미국과 EU의 금리 차 확대는 유로달러 환율 하락(달러 강세)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 유로당 1.119달러 수준이던 달러 환율은 이날 1.051달러까지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유로달러 패리티(1달러=1유로)가 붕괴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과 상반되는 달러 강세는 Fed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미국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금리 간의 격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미 달러 가치가 상승하고 미국 수출을 늘리려는 트럼프의 노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임기 첫해인 2017년 ECB가 제로금리를 유지하는 반면 Fed는 기준금리를 인상하자 "유로화는 달러에 대해 '미친 듯이' 하락해 큰 수출 및 제조 우위를 점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달러가 다른 통화 대비 강세를 보일 수 있도록 허용해 제조업체들이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