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율 부진에 중국 내 사업 규모를 축소해왔던 현대차가 본격 투자에 나선다. 중국이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만큼 "'퍼스트 무버'로서 입지를 강화하려면 중국 시장을 놓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중국 베이징자동차(BAIC)와 각각 5억4800만달러(약 7800억원)를 베이징현대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한 합작사의 총투자금액은 10억9600만 달러(1조5746억원)에 달한다.

핵심 목표는 현지에서 판매할 친환경 신차를 개발하는 것. 베이징현대는 내년 중국 연간 판매 목표를 50만대로 잡았다. 베이징자동차는 "중국 소비자 요구에 걸맞은 제품을 더 많이 출시하고 국제 시장 수출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베이징현대의 신기술 및 신제품에 투자해 전기차 등으로의 전환과 발전 전략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전기차 '퍼스트 무버'로 도약하는 현대차..."中, 놓칠 수 없는 시장"

중국 시장은 현대차그룹에 항상 '아픈 손가락'이었다. 2010년 중국 시장 점유율이 한 때 6%를 넘기도 했지만,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판매가 급감해 점유율이 1% 안팎까지 떨어졌다.

이에 현대차는 중국 내 생산 설비를 줄였다. 현대차는 2021년 베이징 공장 한 곳을 매각했고, 올해 초에는 충칭 공장을 3000억원에 매각했다. 창저우 공장은 가동을 중단하고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 또한 옌청에 공장이 3곳이 있었으나 현재 2곳만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도 현대차가 중국에 대규모 투자로 전환하고 나선 것은 '전기차'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현대차그룹은 그간 다양한 전동화 전략을 일찌감치 준비해 전기차를 비롯한 글로벌 친환경 차 시장을 선점해왔다. 아이오닉5, EV6 등 현대차그룹 전기차가 글로벌 무대에서 선전하는 것도 이러한 전략이 통한 덕분이다.

중국은 놓치면 안되는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10월 중국의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58.2%에 달했다. 같은 기간 중국의 전기차 성장률은 전년 대비 36.8%를 기록했다. 북미(8.4%), 유럽(-0.9%) 등과 비교했을 때 월등히 높다.

현대차, 中 맞춤 전기차 공략...EREV도 출격

현대차는 우선 이번 투자를 바탕으로 내년 중국 현지 맞춤 전기차를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2026년에는 전기차,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차량 5종을 내놓을 계획이다.

여기에 '고성능'으로 현지 브랜드와의 차별화 전략을 통해 중국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비야디(BYD), 지리 등 중국 기업들이 주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위주 전기차를 출시하는 것과 달리 현대차그룹의 기술력을 쏟아부은 고성능 전기차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올해 중국 시장에 본격 진출한 현대차의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 5N은 이미 중국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아이오닉 5N은 중국 현지에서 메르세데스-AMG C63 S E 퍼포먼스 등을 제치고 '2025 중국 올해의 차 어워즈'에서 '올해의 고성능 차'에 선정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중국에서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출시도 계획하고 있다. EREV는 평소에는 전기차와 동일하게 구동하고 배터리가 방전됐을 때는 내연기관 엔진이 직접 발전기를 작동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의 차량이다. 덕분에 주행거리가 전기차보다 길다.

EREV는 현재 중국에서 가장 뜨고 있는 모델. 중국자동차연석회의(CPCA)에 따르면 올해 9월 중국에서 EREV는 11만7000대가 팔렸다. 전년 동월 대비 89.1% 증가한 수치다. 현대차는 2026년 EREV를 양산해 2027년 판매할 계획인데 판매 목표는 우선 연간 3만대 수준으로 설정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