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소환조사 거부하는 尹…"강제수사" 카드 만지작
내란죄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경찰 등으로부터 소환조사 요구서를 받지 않는 방식으로 사실상 수사기관의 협조를 거부 하고 있다. 수사기관은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수사 전환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공조수사본부는 17일 우편으로 보낸 윤석열 대통령 출석요구서가 최종 반송됐다고 밝혔다. 앞서 공조본은 전날 윤 대통령에게 출석요구서를 직접 전달하려 용산 대통령실과 한남동 관저를 찾았으나 실패했다.

대통령비서실 측은 “대통령이 직무정지된 상태에서 출석요구서를 전달하는 것은 비서실 업무가 아니다”라고 밝혔고, 경호처도 “우리 업무 소관이 아니다”라며 출석요구서 수령을 거부했다. 경찰 특수본 관계자는 “수신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환 불응으로 보기 어렵다”며 “다만 수사기관에 비협조적인 태도가 누적될 경우, 체포영장 등을 검토해야한다”고 말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 측은 검찰의 소환조사 요구를 한차례 거부했다. 윤 대통령 측은 공조본과 달리 검찰의 출석요구를 수신했고, 대신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2차 소환 조사를 통보했다.


이날 공조수사본부는 서울 용산 대통령실과 경찰청장 공관 등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에 나섰다. 공조본은 조지호 경찰청장이 청장 전용 비화폰을 통해 계엄 선포 전후로 윤 대통령과 6차례 정도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는 것이다. 대통령실 내 경호처 서버에는 조지호 경찰청장이 사용한 비화폰의 통신 기록 등이 저장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호처가 비화폰을 지급하고 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화폰은 도·감청 및 통화녹음 방지 프로그램 등이 깔린 보안 휴대전화다.

공조본은 이날 오전 10시 20분께 수사관들을 보내 용산 대통령실 청사 민원실에 보냈다. 하지만 경호처의 비협조로 내부로 진입을 못하고 있다. 앞서 공조본은 지난 11일 용산 대통령실과 합동참보본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경호처가 공무·군사상 비밀을 이유로 청사 진입을 거부했다. 공조본은 당시 극히 일부 자료만 임의제출 방식으로 넘겨받았다.

한편 경찰 특수단은 최근 경기 안산시의 한 패스트푸드점의 폐쇄회로(CC) TV 영상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지난 1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문상호 정보사령관 등이 만난 곳으로 이곳에서 계엄을 사전에 모의한 것으로 보고있다. 경찰 특수단은 노 전 사령관과 문 사령관은 정보사 소속 현직 대령들을 불렀고 ‘계엄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를 확보하라’는 지시도 내린 것으로 보고있다. 현역 대령들은 경찰 조사에서 “노 전 사령관이 부정선거 관련하여 중앙선관위 서버를 확인하면 증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 조사를 받은 대령들은 계엄 당일 중앙선관위 서버실 장악을 시도한 인물들이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