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늪에 빠진 면세점업계의 시름이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더 깊어지고 있다. 환율 상승으로 면세 상품과 일반 유통채널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가격 차이가 좁혀진 탓이다. 이에 면세점들은 상승한 환율을 상쇄할 큰 폭의 할인 프로모션으로 내국인 수요 공략에 나서고 있다.

면세점, 판매 안간힘…고환율에 대규모 할인
17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신라면세점은 지난 10월 말부터 인천공항점에서 환율 보상의 일환으로 내국인에게 5% 추가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13일부터 사흘간 인터넷면세점에서는 160달러 이상 구매한 고객을 대상으로 ‘환율 보상 패키지’ 할인을 진행했다. 160달러어치를 구매하면 각종 할인이 적용돼 결제 가격이 92달러까지 떨어졌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달 22일부터 온라인몰에서 환율 보상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50달러 이상 결제 시 13%를 할인하며 행사 카드로 20만·50만·100만원 결제 시 각각 1만·3만·6만원을 깎아준다. 롯데면세점 시내점에서는 올 1월부터, 온라인몰에서는 10월부터 환율 보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면세점은 시내점에서 주말마다 일정 금액 이상 구매 시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선불카드 1만~8만원권을 준다.

이처럼 면세점이 마진을 줄여가면서도 할인 행사를 확대하는 것은 내국인 수요를 잡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면세점은 달러로 물건을 판매하는데 환율이 높으면 면세점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약해진다. 면세점은 통상 브랜드와 협업해 지금보다 환율이 낮았을 때 상품을 대량으로 매입하는 만큼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영업이익이 줄어들더라도 할인 폭을 키울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면세점업계에선 달러당 1320원을 고환율의 기준으로 보고 있다. 이날 면세점 판매에 적용하는 기준 환율은 1432원70전이었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고환율이 이어지면 겨울 방학 시즌과 설 연휴·중국 춘제 특수 영업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라현진 기자 raral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