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가 자사 스마트 안경에 새로운 기능을 대거 추가했다. 삼성전자가 구글과 협력해 새로운 확장현실(XR) 기기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한 데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메타는 16일(현지시간) 자사 스마트 안경 ‘레이밴 메타’의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9월 연례 최대 행사인 ‘커넥트 메타’에서 업데이트를 예고한 지 석 달 만이다. 이번 업데이트로 추가된 대표적 기능은 인공지능(AI) 비디오 분석이다. 레이밴 메타의 AI 비서에 비디오 기능이 추가돼 사용자가 바라보고 있는 것에 대해 질문해도 AI가 바로 대답할 수 있다.

새로 추가된 또 다른 기능은 실시간 언어 통역이다. 레이밴 메타를 쓰고 말하면 원하는 언어를 실시간으로 통역한다. 상대방의 언어 역시 사용자의 모국어로 바꿔준다. 실시간 통역은 메타 레이밴에 내장돼 있는 스피커를 통해 들을 수 있고 휴대폰을 통해 텍스트로도 볼 수 있다. 앞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메타 커넥트 행사에서 해당 기능을 직접 시연하기도 했다.

이번 업데이트는 구글이 XR 시장에 재진출한다고 전격 발표한 뒤 나흘 만에 이뤄졌다. 구글은 지난 12일 XR용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XR’을 내놓고 삼성전자가 이날 공개한 XR 기기 신제품(코드명 ‘프로젝트 무한’)에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메타가 XR 시장 주도권을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 메타의 글로벌 XR 시장 점유율은 74%로 압도적 1위를 지키고 있다. 글로벌 XR 시장은 2024년 244억달러(약 35조원)에서 2029년 848억달러(약 121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시장 선점을 위한 빅테크 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