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유리 제조업체 A사는 창업주의 고령화로 2021년부터 회사 매각을 추진했지만 아직 팔리지 않았다. 보유 공장과 토지 등의 가격이 올라 ‘부동산 과다보유법인’ 기준의 세금을 내야 한다는 걸 듣고 희망가격을 높였는데 매수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창업주는 “30년간 운영하면서 공장 부지 등 부동산 가격이 오른 것이 왜 세금을 더 내야 할 이유냐”고 되물었다. 그는 “자녀가 승계를 포기해 상속세 55%를 안 내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상속세만큼 세금을 납부해야 할 줄은 전혀 몰랐다”고 하소연했다.

부동산 과다보유법인이란 법인 소유 부동산 가액이 자산 총액의 50% 이상인 기업을 말한다. 일반 기업 대주주가 주식을 팔 경우 3억원 이하는 20%, 3억원 초과분은 25%(지방소득세 포함 27.5%)를 납부하면 되지만 부동산 과다보유법인의 대주주가 주식을 매도하면 10억원 초과분에 대해 55%(지방소득세 포함 60.5%)를 낸다. 비업무용 토지 비중이 높으면 55%, 업무용 토지 비중이 높으면 45%(지방소득세 포함 50.5%)가 적용된다. 예를 들어 양도한 주식으로 번 소득금액이 100억원이면 일반 기업은 지방세를 포함해 27억원가량을 납부하면 되지만 부동산 과다보유법인은 지방세까지 50억~60억원을 내야 한다.

문제는 부동산 자산 비율을 산정하는 방식이 수도권 기업에 불리하다는 데 있다. 부동산 자산 비율은 법인 장부가액 기준이지만 법인 보유 자산의 기준시가가 장부가액보다 클 경우 기준시가를 적용한다. 대부분의 땅, 공장, 창고 등의 기준시가는 매입한 시점의 장부가액보다 높기 때문에 수도권 소재 기업 중 상당수가 부동산 자산 비중이 70~80%를 넘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국내 기업 승계형 인수합병(M&A) 잠재 수요를 추정 조사한 결과 전국 20만7307개 기업이 ‘잠재 매각 수요 대상’으로 나타났다. 그중 서울 5만7535개, 경기도 4만7213개, 인천 1만789개 등 수도권에만 11만5537개 기업이 몰려 있었다. 자녀에게 승계가 어려워 매각하려는 회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 기업인 셈이다.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 상승 폭은 지방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수도권의 공시지가 변동률은 1.076%로 전국 평균(0.823%)과 지방 평균(0.395%)보다 컸다.

이 과세 제도의 취지는 부동산 소유자의 조세 회피를 방지하려는 데 있다. 부동산 소유자가 법인을 설립해 이 부동산을 법인 소유로 변경한 뒤 법인 주식을 매도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덜 내는 꼼수를 막으려는 조치다. 하지만 ‘100년 기업’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현실에 맞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진형 기업은행 M&A사업팀장은 “가업 승계의 어려움으로 중소기업을 매각할 경우 M&A 활성화를 위해 특정 주식에 대한 세금 부담을 완화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