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절차에 들어가자마자 사방에서 거센 압박을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표를 비롯해 지도부부터 평의원까지 조속한 결론을 내라고 총공세를 펴고 있다. 헌재 앞에는 탄핵 찬반 화환이 길게 늘어서 있고, 연일 집회가 열리고 있다.

민주당의 압박은 전방위적이고 노골적이다. 이재명 대표는 “윤 대통령의 파면 절차를 신속히 진행해 달라”고 했다. 자기 재판은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고, 법관 기피신청을 하는 등 갖은 지연 전략을 펴면서 후안무치가 아닐 수 없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헌재의 윤석열 탄핵 결정 요건은 충족됐다”고 했다. 헌재를 민주당 하위 기관쯤으로 여기는 것으로, 명백한 사법권 침해다. 김병주 최고위원은 “헌재는 좀 더 추진력 있게 해서 최소한 두 달 이내에는 (선고를) 해야 한다”고 아예 시기까지 못 박았다. 이 대표에 대한 판결 확정이 나기 전 대선을 치르게 하겠다는 뻔한 수다. ‘내란죄 프레임’까지 걸고 나선 것은 헌재의 결정이 늦어지거나 민주당 의도와 다르면 안 된다는 섬뜩한 경고로 읽힌다.

다른 한 최고위원은 “국민 여러분이 헌재에 파면 선고를 명령해달라”고 했다. 시위를 선동해 헌재를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렇게 조기 대선이라는 정략과 대표 한 사람을 위해선 헌법기관의 독립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최고 헌법 수호 기관을 이렇게 겁박하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용인할 수 없는 법치 부정 책동이 아닐 수 없다.

헌법재판관 결원 3명 임명을 놓고 여야가 정략적 계산 아래 대치하는 것도 보기 좋지 않다. 국민의힘은 헌법재판관 임명은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을 벗어난다고 주장하며 청문회에 불참키로 했다. 탄핵 인용 조건은 헌법재판관 정원 9인 중 6인 이상 찬성이다. 6인 체제에서는 만장일치가 안 될 경우 결정이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이미 후보 추천까지 해놓고 뒤늦게 이러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민주당은 헌법재판관 3명 추천 주체는 국회고 권한대행은 결재만 하는 것이어서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과거 황교안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권한이 없다고 민주당이 반대한 전력을 보면 모순적이다. 방송통신위원장, 검사 등 탄핵 결정을 방해하려고 재판관 추천을 미루다가 이제 와서 서두르는 것도 얄팍한 정치 셈법임을 드러낸다.

윤 대통령 탄핵을 두고 벌어지는 온갖 압박과 혼란에서 헌재가 중심을 바로 잡는 게 중요하다. 정치권과 광장의 압력에 좌우되지 말고 오로지 법리에 따라 공정한 심판으로 헌법을 수호해 신뢰와 권위를 높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