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자산운용, 마스턴투자운용이 국내를 대표하는 대체투자 운용사로 급성장한 건 2010년대 후반이었다. 부동산 활황기에 국민연금의 출자를 받아 다양한 프로젝트를 함께하면서 성장 가도를 달렸다.

이지스운용은 2016년 조성한 부동산 운용업계의 첫 블라인드 펀드에서 국민연금 자금을 받았다. 이후 센터필드, 마곡 원그로브 등에서 호흡을 맞췄다. 마스턴운용은 국민연금의 부동산 밸류애드 운용사로 낙점돼 사세를 확장해 나갔다. 내년에는 국민연금이 부동산 시장에 역대 최대인 2조원 안팎을 집행할 예정이어서 토종 대체투자 운용사들이 동반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특화된 영역을 가졌고 해외 자금을 운용해본 경험이 있는 미들급(중형) 운용사를 중심으로 부동산 출자 자금을 배분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에 뽑는 부동산 위탁 운용사 수는 7~9곳이다. 국민연금 위탁 펀드를 소진해야 출자에 지원할 수 있어 중복으로 자금을 받을 수 없다. 그동안 국민연금 자금을 받지 못한 운용사에 기회가 돌아가게 될 전망이다.

국내 운용사들은 각기 다른 섹터에 특화돼 있다. 해외 연기금인 캐나다연금투자(CPPI)의 낙점을 받은 퍼시픽자산운용은 데이터센터에 강점이 있다. 캡스톤자산운용, 이든자산운용 등은 밸류애드에 강점을 지녔다. 페블스톤자산운용, 그래비티자산운용 등은 부동산 개발에 특화돼 있다. 블루코브자산운용은 호텔을, ADF자산운용은 물류센터를 전문으로 하는 운용사다.

이번 국민연금의 출자를 받는 중형 운용사들도 이지스운용과 마스턴운용처럼 고속 성장을 달릴 티켓을 얻게 된다. 국내 중형 운용사들은 딜 소싱(투자처 발굴) 능력이 우수한데도 외국계 자금에 종속돼 있었다. 자체 펀딩이 쉽지 않아 블랙스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안젤로고든 등 외국계 투자회사에 딜을 소개해주고 수수료만 받는 사례가 많았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