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지나도 1등할 기업에 투자하라"…美 증시에서 고수가 엿보는 기회 [이시은의 투자고수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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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익로 셀레니언자산운용 대표. /사진=이시은 기자
윤익로 셀레니언자산운용 대표. /사진=이시은 기자
“S&P500 지수 편입 기업들 매출액의 반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합니다.”

윤익로 셀레니언자산운용 대표는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 증시 대장주들은 미국이 아닌 전 세계를 상대한다”며 “이들 중 10년 뒤에도 1등 자리를 놓치지 않을 기업을 골라 장기·적립식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시장에서 22년간 활동한 투자 전문가다. 14살 무렵인 1992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현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벨연구소, 영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판테온 등에서 일했다. 2019년부터는 고국으로 돌아와 미 금융회사 셀레니언캐피탈의 한국 자회사 셀레니언자산운용을 이끌고 있다.

"클라우드, 한물간 키워드 아니다"

미 증시 호황은 멈출 줄 모르는 기세다. S&P500 지수는 지난 6일 6090.27에 도달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나스닥지수 역시 지난 16일 20173.89까지 올라 대기록을 세웠다. 올해 상승률은 각각 27.57%, 36.19%에 달한다. 하지만 그는 “1950년대 이후 지수 상승률이 20% 이상씩을 2년 이상 이어간 사례는 4번뿐이다”며 “미 증시가 작년부터 견조한 흐름을 이어왔기 때문에 통계적인 기준으로는 지금부터 보수적 판단을 내려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불러올 불확실성은 함부로 예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일수록 그는 미 증시 투자의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 대세가 바뀌는 시점에서, 절대적 시장 지위를 가진 기업에 주목하라는 의미다. 윤 대표는 특히 클라우드 업종에서 기회를 엿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AI) 붐 이후 일각에선 클라우드는 한물간 투자 키워드라고 생각하는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이미 클라우드 사업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실적의 핵심으로 자리했다”고 평가했다.

지난 3분기 아마존의 클라우드 사업 부문인 아마존웹서비스(AWS) 매출액은 274억달러(약 39조4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9% 성장했다. MS도 240억9200만달러(약 34조 6000억원)의 매출액을 클라우드 사업으로 거둬들였다.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세다. 윤 대표는 “아직 공공 부문이나 금융업의 클라우드 전환은 제대로 시작되지도 않았다”며 “두 회사의 시장 점유율이 50%가 넘는 상황에서 업권 특성상 순위 변동이 일어나기도 쉽지 않아 투자 매력도가 높다”고 평가했다.

수술 로봇 분야 역시 비슷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흉강경 수술 분야에서 독보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나스닥시장 상장사 인튜이티브서지컬의 아성을 넘어서는 업체가 당분간 나타나기 힘들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이 회사 주가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주춤한 뒤 지난해 21.54%, 올해 61.6% 상승했다. 수술이 다시 몰리며 실적이 증가한 영향이다. 윤 대표는 “수술 로봇 분야 시장 팽창 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어떤 업권보다 부작용 데이터와 수술 성공 사례가 중요해 후발주자가 기존 업체의 영향력을 뛰어넘기 어렵다”고 짚었다. 같은 맥락에서 관절 수술 로봇 분야의 강자인 스트라이커도 눈여겨보고 있다고 했다. 이 회사 주가 역시 올해 23.83% 오르는 등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CEO 발언 5년 치로 주가 판별

윤익로 셀레니언자산운용 대표. /사진=이시은 기자
윤익로 셀레니언자산운용 대표. /사진=이시은 기자
그는 미국 증시에서 5가지 기준으로 종목의 가능성을 평가한다. △업권 성장성 △자체 경쟁력 △증자 이력 없이 스스로 자본을 조달할 것 △업종 평균 대비 크게 낮은 부채 △5년간 회사의 경영계획 달성 여부 등이다. 이 같은 조건을 볼 때는 최고경영자(CEO)의 역량도 함께 따져야 한다고 했다. 윤 대표는 “CEO의 과거 5년 치 발언을 추적해보면 회사의 주주 친화도나 미래 경영계획의 달성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다”며 “특히 빚을 내서 사업을 확장하려는 성향의 CEO가 있는 회사에는 되도록 투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미국은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자본주의 시스템에 해가 되는 일을 절대 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정권 교체기에 불안감을 나타내는 투자자들이 많지만, 결국 실적과 개별 업황 가능성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는 것이 미 증시라고 했다. 그가 “좋은 회사는 반드시 우상향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장기적으로, 적립식으로 꾸준히 주식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 레버리지 투자는 자제하라는 조언이다. 윤 대표는 “미국 업권 대장주라 하더라도 10년에 한 번꼴로 50%, 1년에 한 번꼴로 주가가 20% 떨어지는 구간은 나타난다”며 “저가 매수 기회가 왔을 때 움직임을 제한할 수 있는 레버리지 투자는 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