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임형택 한국경제신문 기자
사진=임형택 한국경제신문 기자
영풍과 연합해 고려아연 인수·합병(M&A)을 시도하고 있는 MBK파트너스가 국가첨단전략산업법과 산업기술보호법상 외국인 조항에 저촉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투자은행(IB)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고려아연의 2차전지 핵심 소재 기술인 전구체 원천 기술이 정부로부터 국가핵심기술로 최종 판정된 만큼 MBK의 M&A 시도를 국가첨단전략기술 보유 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IB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의 투자심의위원회 의장인 김병주 회장이 외국시민권을 보유하고 있고, 대표 업무 집행자 중 한 명인 부재훈 부회장 역시 외국인으로 알려졌다.

MBK파트너스가 국내법에 근거해 설립된 사모펀드지만 투자 결정 시 주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주요 임원진이 외국인이라는 점, 주요 주주 상당수가 외국인이라는 점 등에 비춰 고려아연에 대한 인수 시도가 외국인 투자의 일환으로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병주 회장은 투심위 위원 중 핵심 권리인 ‘비토권'(거부권)을 유일하게 가진 인물로 전해졌다. 부부회장은 투심위에서 투표권을 가진 핵심멤버로 그가 맡은 대표 업무 집행자는 일반 상장사의 대표이사이자 최고경영자(CEO)라고 볼 수 있다. MBK파트너스의 주주로 김병주 회장과 해외 사모펀드인 다이얼캐피털이 약 30%의 지분을 보유한 상태란 점 등도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싣는다.

고려아연이 전구체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국가첨단전략산업법과 산업기술보호법에 저촉될 경우 MBK의 고려아연 인수전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국가첨단전략산업법과 산업기술보호법 모두 외국인 투자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첨단전략산업법 제13조 1항에서는 전략기술보유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해외 인수·합병, 합작투자 등 외국인투자를 진행하려는 경우에는 미리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이외에도 2항, 4항, 5항에 걸쳐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 후 관련 위원회 심의를 거쳐 해외 인수·합병 등에 대해 중지·금지·원상회복 등 조치를 명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한경 DB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한경 DB
외국인 투자를 진행하려는 경우에는 동법 시행령 제19조 1항 1호상 외국인이 단독으로 또는 다음 각 목의 자와 합산해 전략기술보유자의 주식 또는 지분을 100분의 50 이상 소유하려는 경우 또는 100분의 50 미만을 소유하려는 경우로서 주식 등의 최다 소유자가 되면서 전략기술보유자의 임원 선임이나 경영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경우를 포함한다고 규정돼 있다. 아울러 1호의 나.목은 외국인이 단독으로 또는 주요 주주나 주요 지분권자와의 계약 또는 합의에 의해 조직변경 또는 신규 사업에의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이나 업무집행에 지배적인 영향력 행사할 수 있는 회사라고 표기돼 있다.

따라서 외국인과 외국인 지배회사가 함께 국가첨단전략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인수하려는 행위를 외국인 투자를 진행하려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산업기술보호법 역시 국가핵심기술과 이를 보유한 대상기관에 대한 외국인 투자와 관련해 11조 2항과 동법 시행령 18조2를 통해 국가첨단전략산업법과 유사하게 외국인 투자에 대한 제한요건을 두고 있다.

이에 IB업계에선 외국인 주주가 국가첨단전략산업법 시행령 제19조 1항 1호 나.목의 외국인 지배회사인 MBK파트너스와 함께 고려아연에 대한 인수 시도를 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만큼 정부의 규제와 승인 등을 넘어, 중지·금지·원상회복 조치 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해당 내용은 산업기술보호법에서도 유사하게 적용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의 경우 국가첨단전략산업법과 산업기술보호법에서 정의한 외국인 투자 조항에 대한 법적 문제 제기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며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가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하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