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마다 승부수 던진 '한국의 선박왕'"

정태순 장금상선그룹 회장. 한국해양기자협회 제공
정태순 장금상선그룹 회장. 한국해양기자협회 제공

한국해양기자협회(해기협)는 '2024년 한국해양대상' 수상자로 정태순(76·사진) 장금상선그룹 회장이 선정됐다고 18일 발표했다.

한국해양대상은 한국 해양·해운·조선 산업의 발전에 기여한 단체 및 개인의 업적과 공로를 기리기 위해 지난 2022년 제정됐다. 수상이 이뤄진 건 올해로 3회째다.

1회 수상자는 재건에 성공한 HMM, 2회는 한국 조선산업의 중추 HD한국조선해양이었다. 업체가 아니라 개인이 수상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해기협은 심사를 위해 이달 초 해양대상 선정위원회를 구성해 심사작업을 벌였으며, 해기협 회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투표 결과에 따라 수상자를 선정했다.

회원 투표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은 정태순 회장은 해기사 출신(한국해양대 24기)으로 성공신화를 쓴 대표적인 해운인으로 꼽힌다.

국적선원 양성과 K-해운 부흥에 적극적으로 나선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현재 한국해운협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200척에 육박하는 선대를 운영하며 "한국의 선박왕'으로 불린다.

동남아해운㈜의 해기사로 바다에 발을 디딘 그의 인생여정은 순탄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2등항해사이던 1975년 운항 중이던 원목운반선이 동지나해에서 침몰, 가까스로 목숨을 건지기도 했다.

중국시장 개방을 앞두고 1989년 한중 합작으로 설립된 장금상선에서 동남아해운이 철수하게 되자 그 지분을 모두 인수, 샐러리맨에서 경영자의 길로 나선 그는 이후 인천~남포, 부산~동해~블라디보스톡 항로 등 주로 신시장 개척을 통해 사업을 확장했다.

국제정세 변화, 시장환경 급변 등 고비마다 승부수를 던졌다.

2000년의 평택항 투자도 당시 "무모하다"는 말까지 나왔으나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당시만 해도 황량한 땅에 불과하던 평택에 한중 컨테이너선을 처음으로 배선해 매월 수십억 원씩 적자를 내며 부도 직전까지 몰렸으나 한중 항로의 경제성을 내다본 그는 끝까지 버티며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활용했다.

한국해운을 위해 떠맡은 '짐'이 복덩이가 되는 행운도 따랐다. 시황부진으로 해외에 팔려나갈 처지이던 흥아라인과 흥아해운 인수는 장금상선이 그 이후 연간 1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데 큰 보탬이 됐다.

정 회장은 사업과 부동산에 대한 남다른 철학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장사치가 명예가 무슨 필요가 있느냐", "돈이 있으면 배를 사서 영업을 해야지 사옥을 왜 짓느냐"는 것이다. 장금상선은 지금도 서울 북창동의 오래된 해남빌딩에 '있는 듯 없는 듯' 입주해 있다.

대신 사회적 기여에는 적극적이다. 해양대 승선인원 확대 등 해운업계의 숙원사업에는 외부에서 모르게 사재를 출연하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다는 평을 듣고 있다.

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