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제품부터 가격 올랐다…고물가에 저소득층부터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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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물가가 급등하는 과정에서 같은 품목 중에서도 값이 싼 제품의 가격이 훨씬 많이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른바 '칩플레이션(cheap+inflation)'이 나타나면서 저소득층이 느끼는 '체감 물가'는 더욱 악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은행이 18일 발표한 '팬데믹 이후 칩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 불평등' 보고서에서 조강철 조사국 차장과 위승현 조사역은 이같이 분석했다. 팬데믹 이후 주요국에서 저렴한 상품의 가격이 더 빠르게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났는데, 한국에서도 같은 현상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한은은 대한상공회의소의 스캐너데이터에서 가공식품 판매정보를 이용했다. 예컨대 소시지의 경우 통계청의 물가지수 산정에는 대표성을 띄는 특정 상품의 가격변동을 통해 품목의 물가를 파악하지만 스캐너데이터에선 각 상품별로 가격이 다르게 변한 것을 모두 파악할 수 있다.
이 데이터를 이용해 상품의 가격대별 물가지수를 산출한 결과 가격이 하위 25%에 해당하는 저가상품은 2020년 1월~2023년 9월 사이 16.4% 가격이 올랐다. 반면 상위 25%인 고가상품의 상승률은 5.6%에 그쳤다. 전년 동월대비로 살펴봐도 팬데믹 이전에는 분위 간 상승률 차이가 미미했지만 물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선 저가-고가 상품간 상승률 격차가 확대됐다.
이같은 칩플레이션이 나타난 데에는 공급측 요인과 수요측 요인이 함께 작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급 측면에서는 저가 상품이 수입 원재료를 많이 사용한다는 점이 영향을 줬다. 수입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서 상품 가격에 바로 반영됐다는 것이다.
소비자입장에서는 물가가 오르면서 고가상품을 저가상품으로 대체하려는 수요가 나타났다. 저가상품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면서 저가상품의 가격이 특히 더 많이 올랐다는 설명이다.
저가 상품의 가격이 더 많이 오르면서 저소득층이 느끼는 물가 수준도 고소득층에 비해 더 많이 오른 것으로 분석됐다. 2019년 4분기~2023년 3분기 사이 하위 20% 저소득층의 실효물가 누적 상승률은 13.0%로 상위 20% 실효물가 상승률(11.7%)에 비해 1.3%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소비 품목이 애초에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면 물가 상승폭 차이는 2.4%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조강철 차장은 "인플레이션이 높아질 경우 정부는 중저가 상품의 가격 안정에 집중해 취약계층의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해외 공급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할당관세나 중저가 상품에 특화된 할인 지원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한국은행이 18일 발표한 '팬데믹 이후 칩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 불평등' 보고서에서 조강철 조사국 차장과 위승현 조사역은 이같이 분석했다. 팬데믹 이후 주요국에서 저렴한 상품의 가격이 더 빠르게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났는데, 한국에서도 같은 현상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한은은 대한상공회의소의 스캐너데이터에서 가공식품 판매정보를 이용했다. 예컨대 소시지의 경우 통계청의 물가지수 산정에는 대표성을 띄는 특정 상품의 가격변동을 통해 품목의 물가를 파악하지만 스캐너데이터에선 각 상품별로 가격이 다르게 변한 것을 모두 파악할 수 있다.
이 데이터를 이용해 상품의 가격대별 물가지수를 산출한 결과 가격이 하위 25%에 해당하는 저가상품은 2020년 1월~2023년 9월 사이 16.4% 가격이 올랐다. 반면 상위 25%인 고가상품의 상승률은 5.6%에 그쳤다. 전년 동월대비로 살펴봐도 팬데믹 이전에는 분위 간 상승률 차이가 미미했지만 물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선 저가-고가 상품간 상승률 격차가 확대됐다.
이같은 칩플레이션이 나타난 데에는 공급측 요인과 수요측 요인이 함께 작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급 측면에서는 저가 상품이 수입 원재료를 많이 사용한다는 점이 영향을 줬다. 수입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서 상품 가격에 바로 반영됐다는 것이다.
소비자입장에서는 물가가 오르면서 고가상품을 저가상품으로 대체하려는 수요가 나타났다. 저가상품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면서 저가상품의 가격이 특히 더 많이 올랐다는 설명이다.
저가 상품의 가격이 더 많이 오르면서 저소득층이 느끼는 물가 수준도 고소득층에 비해 더 많이 오른 것으로 분석됐다. 2019년 4분기~2023년 3분기 사이 하위 20% 저소득층의 실효물가 누적 상승률은 13.0%로 상위 20% 실효물가 상승률(11.7%)에 비해 1.3%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소비 품목이 애초에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면 물가 상승폭 차이는 2.4%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조강철 차장은 "인플레이션이 높아질 경우 정부는 중저가 상품의 가격 안정에 집중해 취약계층의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해외 공급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할당관세나 중저가 상품에 특화된 할인 지원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