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은 '우연한 행운'을 방해한다" [WSJ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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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렌디피티(Serendipity)
텔모 피에바니 지음
MIT 출판부
216쪽│27.95달러
텔모 피에바니 지음
MIT 출판부
216쪽│27.95달러
!["알고리즘은 '우연한 행운'을 방해한다" [WSJ 서평]](https://img.hankyung.com/photo/202412/01.38977078.1.jpg)
저자에 따르면 '세렌디피티'(우연한 발견·행운)는 준비된 자에게 찾아온다. 이 책은 '준비된 사람'들이 다른 것을 찾고 있다가, 우연한 발견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은 순간에 주목한다. 피에바니 교수는 "우연한 발견을 하기 위해선 행운도 중요하지만, 상관 없어 보이는 것들에서 인과관계를 발견하는 능력과 예리한 관찰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알렉산더 플레밍이 발견한 페니실린도 마찬가지다. 1928년 미생물학자 플레밍은 페트리 접시에서 황색포도상구균을 배양하고 있었다. 어느 날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그는 배양물 중 하나가 페니실리움 곰팡이에 오염돼 주변 박테리아를 죽인 것을 발견했다. 1차 세계대전에서 군의관으로 근무하면서 많은 병사들이 박테리아 감염으로 죽은 것을 목격한 플레밍은, 이 곰팡이가 비슷한 질병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걸 알아차렸다.
!["알고리즘은 '우연한 행운'을 방해한다" [WSJ 서평]](https://img.hankyung.com/photo/202412/01.38977077.1.jpg)
성공한 과학자들, 특히 노벨상 수상자들은 수상 소감에서 종종 우연한 발견이 자신의 과학적 성취에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들이 평소에 꾸준히 준비돼 있지 않았거나 예외적인 결과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면 우연한 발견이 눈앞에 나타났더라도 깨달음을 얻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피에바니 교수는 "과학적 발견을 촉진하는 우연을 맞닥뜨리기 위해선 모든 낯선 것과 다른 것, 이국적이고 새로운 것, 예외적인 것을 사랑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오늘날 디지털 환경에선 검색의 모든 단계에서 알고리즘이 우리의 기존 성향을 예측하고 명백한 결과를 내놓기 때문에 우연한 발견을 하기가 어려워졌다. 알고리즘은 우리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긴 하지만 통섭과 상상력의 영역을 제한시킨다. 예상치 못한 놀라운 발견을 하기 위해선 지금 갇혀 있는 편리한 감옥에서 벗어나야 할지도 모른다.
정리=신연수 기자
이 글은 WSJ에 실린 데이비드 바래시의 서평(2024년 12월 17일) 'Progress By Accident'을 번역·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