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필·베를린 필·RCO 총출동…2025년 역대급 오케스트라 전쟁 펼쳐진다
내년 한국이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와 거장들의 집결지로 변신한다. 베를린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 등 ‘세계 3강’으로 꼽히는 명문 악단들이 잇따라 공연을 여는 장관이 펼쳐진다. 여기에 클라우스 메켈레, 구스타보 두다멜, 정명훈 등 이름만으로 압도적 존재감을 자랑하는 지휘 명장들이 인연이 깊은 악단들과 함께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2025년은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안드라스 쉬프, 바이올리니스트 재닌 얀센 등 거물급 연주자들의 내한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빈 필·베를린 필·RCO 총출동…'역대급 라인업' 오케스트라 전쟁

먼저, 세계 3대 오케스트라 중에선 RCO가 가장 먼저 국내 청중과 만난다. 11월 5~9일 핀란드 출신의 천재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가 포디엄에 올라 악단과 새로운 호흡을 선보인다. 메켈레는 2022년 불과 26세의 나이로 이 악단의 차기 상임지휘자로 발탁되면서 화제를 모은 지휘자로, 2027년 정식 취임이 예정돼 있다. 이번 내한 공연에선 피아니스트 키릴 게르슈타인,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로자코비치가 협연자로 나선다.
빈 필·베를린 필·RCO 총출동…2025년 역대급 오케스트라 전쟁 펼쳐진다
베를린 필하모닉은 11월 7~9일 한국을 찾는다. 2023년 이후 2년 만에 내한이다. 2019년부터 이 악단의 열두 번째 상임지휘자 겸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명장 키릴 페트렌코가 지휘봉을 들고,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협연자로 무대에 오른다. 11월 18~20일엔 빈 필하모닉이 서울에서 연주를 선보인다.

이들 못지않게 클래식 애호가들의 관심이 쏟아지는 오케스트라 공연은 또 있다. 6월 14~15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파리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이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젊은 음악가 2인인 지휘자 메켈레와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조합을 볼 수 있는 무대다. 임윤찬은 12월 지휘자 다니엘 하딩이 이끄는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에서도 협연자를 맡는다.
빈 필·베를린 필·RCO 총출동…2025년 역대급 오케스트라 전쟁 펼쳐진다
10월 21∼22일엔 ‘지휘계의 슈퍼스타’로 불리는 거장 구스타보 두다멜이 LA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내한한다. 두다멜은 2026년부터 미국 최정상급 오케스트라인 뉴욕 필하모닉 음악감독으로 자리를 옮기기에, 이번이 상임지휘자로는 LA필하모닉과 함께하는 마지막 한국 공연이 될 가능성이 크다.

뉴욕 필하모닉은 6월 중 한국을 찾는다. 2014년 이후 11년 만의 내한이며, 출연진과 프로그램은 미정이다. 정명훈이 이끄는 라 스칼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도 내한이 예정돼 있다. 9월 16~17일 열리는 이번 공연에선 러시아 출신의 명피아니스트 니콜라이 루간스키가 협연자로 무대에 오른다. 베를린 방송교향악단(5월), 밤베르크 심포니(6월),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7월), 런던 필하모닉(10월), NDR 엘프필하모니 오케스트라(10월) 등도 한국을 찾는다.
빈 필·베를린 필·RCO 총출동…2025년 역대급 오케스트라 전쟁 펼쳐진다
이외에도 헝가리 출신의 명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가 1999년 창단한 악단인 카펠라 안드레아 바르카의 공연(3월)과 ‘바이올린 여제’ 재닌 얀센을 솔리스트로 내세운 오스트리아 악단인 카메라타 잘츠부르크의 공연(11월)도 눈여겨볼 만하다.

'건반의 신' 브론프만·플레트네프…거물급 솔리스트들도 연이어 내한

내년엔 거물급 연주자들의 독주 일정도 줄줄이 예정돼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러시아 출신의 유명 피아니스트들의 내한이다. 먼저 ‘악마의 재능을 지닌 천재’라 불리는 피아노의 거장 미하일 플레트네프가 6월 한국을 찾는다. 1978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린 플레트네프는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로 세계 무대를 휩쓴 인물이다. 2015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우승한 러시아 피아니스트 드미트리 마슬레예프는 6월, 마르타 아르헤리치 이후 45년 만에 쇼팽 콩쿠르(2010년)에서 우승한 여성 피아니스트 율리아나 아브제예바는 9월 내한 리사이틀을 연다.
빈 필·베를린 필·RCO 총출동…2025년 역대급 오케스트라 전쟁 펼쳐진다
‘피의 명연(名演)’으로 유명한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도 9월 한국 청중을 만난다. 1975년 주빈 메타가 이끄는 몬트리올 심포니와의 협연으로 국제무대에 데뷔한 이후 에이버리 피셔상, 그래미상 등 주요 음악상을 휩쓴 러시아 피아노의 대가다. 이번 내한 공연은 그의 데뷔 5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세계에서 가장 바쁜 피아니스트’로 불리는 키릴 게르스타인은 12월 내한 공연을 연다. 그는 영국의 저명한 클래식 전문 사이트 바흐트랙이 2023년 클래식 음악계에서 가장 많은 공연 일정을 소화한 피아니스트로 꼽은 인물이다.

현의 명장들도 온다. ‘현의 이론가’로 꼽히는 독일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가 5월 한국을 찾는다. 미국 뉴욕타임스가 “현존하는 음악가 중 가장 뛰어나고 탐구적인 아티스트 중 하나”라고 극찬한 연주자이자 베를린 필하모닉, 런던 위그모어홀 등이 상주 음악가로 선택한 바이올리니스트다. 에이버리 피셔상, 그래미상 등을 휩쓴 일본 출신의 명(名)바이올리니스트 미도리는 11월 리사이틀을 열 예정이다.

韓 오케스트라, 카리스마 수장 아래 절차탁마

쟁쟁한 해외 악단들의 '내한 러시'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오케스트라들도 실력과 흥행을 동시에 잡기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빈 필·베를린 필·RCO 총출동…2025년 역대급 오케스트라 전쟁 펼쳐진다
한국를 대표하는 두 악단 서울시향과 KBS교향악단은 올해 각각 얍 판 츠베덴과 정명훈, 강력한 리더와 함께한다. 올해 흥미로운 점은 서울시향과(2월 20~21일) KBS교향악단(2월 21일)이 각각 말러 교향곡 7번과 2번으로 맞붙는다는 점. 두 악단과 지휘자의 음악적 색채가 어떻게 다른지 체감할 수 있어 클래식 팬들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츠베덴 프로필(c)kim jewon
츠베덴 프로필(c)kim jewon
서울시향은 '오케스트라 훈련사' 츠베덴 음악 감독과의 두 번째 해를 보낸다. 2025년 프로그램을 보면 굵직한 레퍼토리를 통해 악단의 내실을 다지겠다는 취지가 돋보인다. 츠베덴과는 말러 교향곡 2번(1월)과 7번(2월), 브람스 교향곡 1번(9월),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11월),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12월) 등을 연주한다. 주요 교향곡 레퍼토리를 통해 단원들의 기량을 높이고, 음악 감독과의 호흡을 더욱 공고히 다질 것으로 보인다. 외부 음악가들로는 지휘자 휴 울프와 에드워드 가드너, 바이올리니스트 아우구스틴 하델리히, 김솜보리, 피아니스트 키트 암스트롱, 박재홍, 이매뉴얼 액스 등 내로라하는 이들이 함께한다.

이와 함께 진은숙 '수비토 콘 포르차'(9월), '박영희 '여인아 왜 우느냐? 누구를 찾느냐?'(6월), 신동훈 '그의 유령 같은 고독 위에서', 윤한결 '그리움'(9월) 등 한국 현대 작곡가들의 음악을 무대에 올리며 신선함을 더한다.
마에스트로 정명훈 ⓒKiyotane Hayashi
마에스트로 정명훈 ⓒKiyotane Hayashi
KBS교향악단은 계관 지휘자 정명훈과의 호흡으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정명훈이 과거 서울시향을 이끌며 악단의 비약적 발전을 끌어냈듯, 그가 이끄는 K향 또한 성장 가도를 달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명훈은 네 차례의 정기 무대와 3번의 기획 공연을 함께한다.

정기 무대에서는 말러 교향곡 2번(2월), 브루크너 교향곡 6번(6월),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8월),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12월) 등을 선보인다. 기획 공연은 오는 3월 예정된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기념 연주로 KBS교향악단X도쿄필하모닉이 합동으로 연주한다. 다른 기획 공연으로는 3월과 6월 브람스 교향곡 전곡 사이클이다.
경기필 프로필 사진(김선욱 지휘자)
경기필 프로필 사진(김선욱 지휘자)
올해 KBS교향악단에서는 노련한 거장과 20~30대 루키의 교감이 돋보이는 무대가 잇따른다. 90세의 마에스트로 엘리아후 인발과 슈퍼루키 첼리스트 한재민, 70대 지휘자 피터 운지안과 바이올리니스트 랜들 구스비, 정명훈과 피아니스트 후지타 마오의 호흡이 대표적이다.

서울시향과 KBS 교향악단이 전 세계에서 지휘자, 협연자를 모은다면 김선욱이 이끄는 경기필은 스타트업처럼 한재민, 클라라 주미 강 등 젊은 연주자들이 중심이 돼 정기 공연을 이어간다. 신년음악회와 6번의 마스터즈 공연중 마스터즈I(3월)과 마스터즈V(10월)에서는 교향곡만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해 공연의 밀도를 높였다. 마스터즈II(4월)에서는 김선욱 예술감독이 지휘와 협연을 동시에 한다. 한 해의 대미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협연(12월)으로 장식한다.

김수현/최다은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