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및 원내대표가 18일 국회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 사진=강은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및 원내대표가 18일 국회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 사진=강은구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뒤 처음 공개 회동했다. 대학교 2년 선후배 사이로 가까운 두 사람은 반색을 표하다가도 뼈 있는 발언을 주고받으며 냉랭한 탄핵 정국을 실감케 했다.

권 원내대표와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만났다. 얼어붙은 정국에 비해 두 사람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바로 권 원내대표와 이 대표는 중앙대학교 법학과 2년 선후배 사이로 친분이 두텁기 때문. 권 원내대표가 80학번으로 82학번인 이 대표보다 선배다. 과거 권 원내대표의 배우자가 이 대표에게 소개팅을 주선해줬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 대표도 이 자리에서 "고시 공부를 같이한, 옆방을 쓰던 선배님"이라고 소개했다. 모두발언을 시작할 때도 '먼저 하라'고 손짓하는 권 원내대표에게 이 대표는 "선배님 먼저 하십시오"라고 웃으며 양보했다. 권 원내대표는 머쓱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곧 시작한 모두발언에서 가시 돋친 발언을 주고받았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및 원내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발언하고 있다. / 사진=강은구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및 원내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발언하고 있다. / 사진=강은구 기자
먼저 권 원내대표는 "이렇게 어려운 때일수록 행정부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야 할 것이고, 사법부는 흔들림 없이 신속하고 공정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최근 불거진 이 대표의 재판 지연 논란을 겨냥한 발언으로 받아들여졌다.

권 원내대표는 또 "최재해 감사원장, 박성재 법무부 장관 등 총 14건의 탄핵소추안이 헌재에 계류 중이다. 거기다가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까지 헌재가 언제 이 탄핵소추안을 판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작금의 국정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서라도 이전에 남발했던 탄핵소추, 정치 공세적인 성격이 강한 탄핵소추는 철회해달라"고 직접 요청했다.

이 밖에도 권 원내대표는 "늘 그랬듯이 우리 정치권, 입법부가 국민들로부터 신뢰가 가장 낮다. 우리 입법부만 좀 서로의 지나친 경쟁을 자제하고 차분하게 민생과 안보를 위해 머리를 맞댄다면 이 혼란 정국을 잘 수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대통령제 개편 논의'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국회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및 원내대표를 만나 발언하고 있다. / 사진=강은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국회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및 원내대표를 만나 발언하고 있다. / 사진=강은구 기자
다음으로 발언한 이 대표는 한동훈 전 대표가 사퇴하는 등 자중지란에 빠진 국민의힘을 겨냥하는 듯한 발언으로 받아쳤다. 그는 "원래 세상 사람들이 모여 살다 보면 다 생각도 다르고 이해관계나 입장도 다르기 때문에 다투거나 경쟁할 수밖에 없는데, 이게 마치 전쟁처럼 상대방을 제거해 버린다든지 오로지 나 혼자만 살겠다, 이런 태도를 가지면 공동체도 유지가 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서로 존재를 인정하고 적정하게 양보하고 타협해서 일정한 합의에 이르게 하는 게 바로 정치의 본연의 역할인데. 지금은 안타깝게도 정치가 아니라 전쟁이 돼버린 그런 상황"이라며 "가끔 정치하는 분들한테 농담으로 '지금 행복하시냐', '이렇게 만들고 밤에 잠 잘 오시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물어보고 싶다"고 했다.

이 대표는 또 권 원내대표가 앞선 모두발언에서 '입법부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도가 가장 낮다'고 한 것을 겨냥해, "원래 국회가 가장 신뢰도가 낮은 기관으로 평가됐는데, 최근에 '국회가 밥값을 한다'면서 국회의 역할에 대한 기대도 상당히 좋아진 것 같다"고 했다. 윤 대통령 비상계엄 해제, 탄핵소추안 가결을 주도한 민주당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국민의힘과 달리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